<잔광, 사라진 후 내게 남은 것들>
3부 여백 I <잔여>
여백을 두고도
끝나지 않는 것이 있더라고요.
끝내지 못해서가 아니라,
끝내지 않아도 되는 것들.
나는 요즘 그걸
잔여라고 부릅니다.
미련이 아니라,
늦게 식는 온기.
<잔여>
문을 닫아도
공기는 곧장 바뀌지 않는다.
닫히는 소리 뒤
따뜻함이 한 박자 늦게 접힌다.
손바닥에
오늘의 온도.
컵을 씻던 물의 미지근함,
수건의 마른 결,
천천히 식는 손끝.
나는 그것을
되돌림이라 부르지 않는다.
남은 것이 아니라
남겨진 것.
싱크대 위
물방울 하나.
먼저 반짝이고
나중에 조용해진다.
그 순서가
너무 정확해서
잠깐, 숨이 놓인다.
잔여는 말 대신
반복으로 남는다.
세제를 짜는 손의 각도,
접시가 포개지는 소리,
마지막 불을 끄기 전
방 한쪽을 한 번 더 보는 습관.
그것들이
나를 데우는 방식으로
나를 지켜낸다.
그래서 오늘도
다 지우지 않는다.
내일이 들어올 때
어둠이 잠깐 늦는 이유를
나는 안다.
내 안에 남은
늦은 따뜻함 때문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