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는 좋은 것을 조금 더, 어른에게도 허락하고 싶은 말
제2장 아이가 찍어주는 점(한 번만 더)
[오늘의 단어] 한 번만 더(아이에게는 좋은 것을 조금만 더, 어른에게도 허락하고 싶은 말)
설 연휴가 되면 집 안에 이 말이 부쩍 늘어난다.
“엄마, 할머니 집에서 조금만 더 놀다 가면 안 돼?”
“한 번만 더 안아주고 가.”
“한 번만 더...”
아침에는 떡국을 “한 번만 더” 떠달라고 하고,
점심에는 과자와 음료를 “한 번만 더” 챙겨달라고 하고,
저녁에는 잠이 온 눈으로 “이야기 한 번만 더 듣고 잘래요”를 외친다.
아이들의 “한 번만 더”는 대개 좋은 것들을 향해 있다.
좋았던 시간을 조금만 더,
맛있던 걸 한 입만 더,
따뜻한 품에 잠깐만 더 머물고 싶어서 나오는 말.
좋았던 것을 조금 더 이어 붙이고 싶은 마음,
그게 아이들이 말하는 “한 번만 더”의 정체인지도 모른다.
한편 어른이 쓰는 “한 번만 더”는 조금 다르다.
“이 부분 한 번만 더 검토해 주세요.”
“이번 설까지 한 번만 더 버티고, 그다음에 생각해 보자.”
"우리의 관계, 한 번만 더 생각해 보자."
어른에게 “한 번만 더”는
실수나 아쉬움,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스스로를 다시 한번 밀어붙이는 말이 될 때가 많다.
아이의 “한 번만 더”가 행복을 늘리는 말이라면,
어른의 “한 번만 더”는 일을 늘리는 말에 가까울 때가 있는 거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아이의 “한 번만 더”는 귀엽게 받아주면서도
우리 자신에게는 좀처럼 그 말을 허락하지 못한다.
“나한테는 더 쉬어도 된다는 ‘한 번만 더’를 잘 안 쓰면서
왜 일과 책임에는 그렇게 ‘한 번만 더’를 많이 붙일까.”
아이들이 “한 번만 더요”를 외치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스친다.
나에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을까.
좋아서 더 갖고 싶다는 말을 죄책감 없이 할 수 있었던 때가.
지금의 나는
맛있는 게 있어도 “이제 그만 먹어야지”부터 생각하고,
쉬고 있어도 “이만하면 일해야지”를 떠올리고,
좋은 순간이 와도 “이다음에 힘든 일이 오면 어쩌지”를 먼저 걱정한다.
어쩌면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한 번만 더”라는 말을 나에게는 거의 쓰지 않게 된 건지도 모른다.
설 연휴의 시작에 서 있는 오늘만큼은
아이 편을 들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조금은 나 편도 들어주고 싶다.
아이에게는 이렇게 말해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 오늘은 정말 마지막 게임 한 판만 더 하자.”
“한 번만 더 안아줄까?”
그리고 마음속으로는 나에게도 이런 말을 건네보고 싶다.
“올해 설에는, 좋은 것들을 향한 ‘한 번만 더’를 나한테도 허락하자.”
휴식을 한 번만 더.
“조금만 더 쉬다가 가자.”
고맙다는 말을 한 번만 더.
“이 정도면 됐지” 하지 않고
“그래도 한 번 더 고맙다고 말해볼까?” 하고.
괜찮았던 순간을 떠올리는 시간을 한 번만 더.
오늘의 실수 대신,
오늘 나름 잘 해낸 장면을 한 번만 더 떠올려 보는 것.
아이들은 “한 번만 더”를 참 꾸준히도 요구한다.
지치면 잠들어 버리고,
싫으면 금방 “이제 안 할래”라고 선언하면서도,
좋은 것 앞에서는 부끄러움 없이 손을 내민다.
어른은 반대다.
힘들어도 한 번만 더 버티자고 하면서
좋은 것 앞에서는 괜히 먼저 물러난다.
“이 정도면 됐지 뭐.”
“이만하면 감사해야지.”
겸손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나에게 주어질 수 있었던 작은 기쁨들을
조금씩 양보해 온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번 설 연휴 동안,
아이들의 “한 번만 더요!”를 들을 때마다
우리도 마음속에서 한 가지씩 골라 보면 좋겠다.
“나한테도 이런 ‘한 번만 더’를 선물해 줄 수 있을까?”
웃음을 한 번만 더.
식탁에서 던진 농담에
한 번만 더 크게 웃어주는 것.
안부를 한 번만 더.
먼저 연락하지 않았던 사람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잘 지내고 있지?”
한 줄만 더 보내 보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의 나를 괜찮다고 여겨주는 마음을 한 번만 더.
“부족한 것 같아도, 오늘 이만큼 한 나도 꽤 괜찮았다.”
이 문장을 내 편에서 조용히 다짐하는 것만으로도
연휴 끝, 다시 시작될 일상 앞에서 조금은 덜 지치지 않을까.
오늘의 단어를 이렇게 남겨보고 싶다.
한 번만 더.
아이에게는 좋은 것을 조금만 더 붙잡고 싶은 말,
어른에게도 오늘만큼은 자신을 향해 한 번쯤 건네보고 싶은 말.
설 연휴 동안
누군가의 입에서, 그리고 당신의 마음속에서도
일이 아니라 기쁨을 향한 “한 번만 더”가 조용히 몇 번쯤은 더 불리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