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광, 사라진 후 내게 남은 것들>
5부 고요 l <두 개의 식탁>
<두 개의 식탁>
하루는
식탁을 두 번 펴게 한다.
첫 번째 식탁에선
말보다 물이 먼저 온다.
컵은 반쯤-
넘치지 않게,
오늘의 나도 넘치지 않게.
숟가락이 닿는 소리로
속도를 낮추고,
급한 마음을 뒤로 물린다.
두 번째 식탁은
늦게 온다.
괜찮았던 일,
괜찮지 않았던 일,
굳이 꺼내지 않아도 되는 일.
다 올려놓지 않는다.
필요한 것만 두고
흘려보낸다.
하루를 한 덩어리로
삼키지 않는다.
조금씩 나누어 넘기면
한숨이 아니라
숨이 된다.
불 하나만 켜두면
방이 넓어지듯,
식탁과 식탁 사이
빈 시간이
나를 다시 모은다.
오늘도 접는다.
다 끝내서가 아니라
내일도 펼 수 있도록.
낮춘 소리들 사이로
빛이 늦게 와서
조금 더 오래 남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