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지 않고 오래가기 위한 회복 루틴
스물여섯 번째 이야기
“오늘도 그냥 버텼다.”
오랫동안 나의 하루를 정리하는 말이었다.
출근 버튼을 누르고,
일과 사람을 견디고,
퇴근 후에는 또 다른 하루를 버티며 살았다.
“그래도 잘 버티고 있네.”
라는 말을 들으면 고마우면서도,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인가 싶었다.
조금은 다른 삶이 가능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요즘, 하루를 이렇게 이름 붙여 본다.
“조금씩 회복하고 있는 중입니다.”
1) “오늘도 살아남았다”에서 “조금은 나아졌다”로
나는 아침 7시에 출근해 4시에 퇴근하는 삶을 산다.
육아 때문에 선택한 시간이었지만,
이제는 내 마음을 지키는 하루의 리듬이 되었다.
“특별한 가족형태로 살아오면서”
버텨야 하는 순간이 많았다.
아이의 등교·하교 시간
돌봄과 병원 일정
대출 이자일과 생활비 계산
회사에서 쏟아지는 과제와 사람들
이 모든 것을 견디다 보면,
하루는 늘 “버티기 모드”로 끝나곤 했다.
그런데 버틴다는 말에는
이상하게 내가 사라지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어느 날부터 나에게 물었다.
“버티는 것도 중요한데,
나는 어디서 회복하고 있지?”
그 질문이, 내 루틴을 바꾸는 첫 시작이었다.
2) 회복은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아주 작은 선택에서 온다
회복이라고 하면
우리는 종종 큰 변화를 떠올린다.
긴 휴가, 이직, 환경의 전환, 여행.
하지만 직장인에게
특히 혼자 생계와 돌봄을 책임지는 사람에게
그런 선택은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아주 작은 것부터 바꾸기로 했다.
“하루의 10분이라도 내 것을 남기기”
“완벽한 휴식 대신, 짧은 숨 고르기”
“하루가 다 끝난 뒤가 아니라, 중간에 나를 챙기기”
버티는 삶에서 나아가는 삶으로의 전환은
커다란 결정이 아니라,
작은 루틴의 반복에서 시작되었다.
3) 시간 루틴 – 하루에 ‘나를 위한 15분’을 예약해 두기
나는 출근 후 가장 먼저 15분을 나에게 예약해 둔다.
업무 메일을 열기 전,
조직의 일보다 먼저 내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이다.
오늘 꼭 해야 할 일 3가지만 적기
“이건 오늘 못해도 괜찮다”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기
마음속으로 나를 압박하는 문장을 적어보고, 지우기
점심시간에는 5분 정도라도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본다.
휴대폰 대신 가만히 숨만 쉬는 시간을 만든다.
퇴근 전에는 오늘 잘한 것을 한 줄이라도 적어둔다.
“오늘도 이 정도면, 잘했다.”
시간 루틴의 핵심은
완벽한 시간 확보가 아니라,
하루에 단 몇 분이라도 ‘나를 호출하는 순간’을 만드는 것이다.
4) 공간 루틴 – 나만의 ‘피난처 공간’을 하나 만들어 두기
회복에는 공간의 언어도 필요하다.
회사 안에서든, 집 안에서든
“여기에서는 잠깐 긴장을 내려놓아도 되는 곳”을 하나 정해두는 것이다.
· 회사에서는:
늘 같은 회의실 구석 자리,
복도 끝 창가,
아무도 잘 지나가지 않는 조용한 코너.
· 집에서는:
아이가 잠든 후,
잠깐 앉을 수 있는 소파 한쪽,
스탠드 불 하나만 켜놓은 테이블.
이곳에서는
일도, 사람도, 역할도 잠깐 내려놓고
그냥 한 사람으로만 있어 본다.
커피 한 잔을 들고
멍하니 앉아 있는 그 몇 분이
나를 다시 사람답게 만든다.
5) 관계 루틴 – “나를 있는 그대로 볼 사람”을 한 명 남겨두기
회복에는 반드시 관계의 루틴도 필요하다.
위로를 잘하는 사람,
정답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줄 사람.
한 명이면 충분하다.
그 사람에게 가끔 이렇게 말한다.
“오늘 나 좀 힘들었어.”
“별일 아닌데, 그냥 말하고 싶었어.”
“이 얘기를 혼자 삼키기 싫었어.”
특별한 조언이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다.
내 마음을 누군가에게 보냈다는 사실만으로도
조금은 가벼워진다.
버티는 삶은
모든 것을 혼자 안고 가는 삶이다.
조금씩 나아가는 삶은
내 마음의 일부를 안전한 곳으로 보내는 삶이다.
버티는 것만으로는 오래갈 수 없다.
조금씩이라도 회복할 때,
비로소 내 삶이 앞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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