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대신 내가 먼저 바꾼 것들

삶과 일을 동시에 버티는 사람들에게

스물다섯 번째 이야기

<퇴사 대신 내가 먼저 바꾼 것들>

– 삶과 일을 동시에 버티는 사람들에게


회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하루에 한 번쯤은 이런 말을 듣는다.

“진짜… 퇴사하고 싶다.”


그 말이 정말 회사를 당장 떠나고 싶다는 뜻이 아니라는 걸 안다.

그보다는 “지금 이대로는 오래 못 버틸 것 같다”에 가깝다.

나도 그랬다. 몇 번이나 퇴사 버튼을 마음속에서 눌러봤다.


1) 오늘도 퇴사 버튼을 눌러보고 싶은 날들

회의가 끝나고, 엑셀 파일은 열려 있는데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는 날들이 있다.


“이 일을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하지?”

“이 구조 안에서 내 삶이 더 나아질 수 있을까?”


질문은 점점 커지고, 월급날도 예전만큼 기쁘지 않다.

어떤 날은 내가 회사에 다니는 건지, 회사가 나를 붙들고 있는 건지 헷갈리기도 한다.


그때마다 마음 한 구석에서 “그만둘까?”라는 문장이 슬며시 올라왔다.


2) 회사를 바꾸기 전에, 내 하루의 리듬을 먼저 바꾸었다

나는 결국 회사를 먼저 바꾸지 못했다.

대신, 내 하루의 리듬부터 바꾸기로 했다.


아침 7시에 출근해 4시에 퇴근하는 근무를 선택했다.


처음엔 육아 때문에 선택한 시간이었지만,

지금은 내 마음을 가장 잘 지켜주는 리듬이 되었다.


해가 완전히 뜨기 전 조용한 사무실에 도착하면,

아직 아무 말도, 아무 표정도 깔리지 않은 공기가 있다.


그 시간에 가장 어려운 업무,

가장 집중이 필요한 일부터 해치운다.


낮 동안 쏟아지는 감정의 소음을

조금 덜 맞으면서도

내 일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구조.


회사를 바꾸지 못한 대신

회사 안에서의 나를 바꾸는 첫 시도였다.


3) 일 바깥의 나를 다시 만들기 시작했다

삶이 조금 달라지기 시작한 건

“회사 밖에서의 나”를 다시 만들겠다고 결심한 이후였다.


특별한 가족 형태로 살아오면서 늘 생계와 책임이 먼저였고,

나라는 사람은 뒤로 밀리기 일쑤였다.


그래서 나는 아주 작은 것부터 다시 시작했다.

글을 쓰고, 조직문화와 사람에 대해 정리해서 올리고, 하루의 언저리에 ‘기록하는 나’를 만들어 넣었다.


직함과 평가표에 없는 언어로 나를 설명해 보는 연습.


그것만으로도 하루가 조금 덜 버거워졌다.

“나는 월급만 받으려고 사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감각이 살짝, 다시 살아났다.


4) ‘충분히 괜찮은 삶’의 기준을 다시 정하는 일

어느 날은 통장 내역을 보며 한숨이 나왔다.

사교육비, 대출이자, 생활비… 내 삶의 대부분이 숫자로 설명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 숫자들 사이에는

나와 아이들이 버텨온 시간,

미래에 대한 불안,

“그래도 여기까지 왔다”라는 안간힘이 함께 끼어 있었다.


그래서 기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 남들처럼 살지 못해도 괜찮다.

· 대신, 나와 내 가족이 무너지지 않는 선에서 버티자.

· 빛나는 성취가 없어도 좋으니, 오늘 하루를 “살아냈다”라고 말할 수 있으면 충분하자.


그 기준을 다시 세우자 부족함뿐이던 삶에서 조금씩 남아 있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5) 퇴사하지 않아도, 삶의 방향을 조금씩 바꿀 수 있다

나는 여전히 회사에 다니고 있다.

완벽한 직장도 아니고, 완벽한 삶은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는 퇴사만이 유일한 출구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 내 시간의 리듬을 바꾸고

· 회사 밖에서의 나를 다시 만들고

· 삶의 기준을 조금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삶의 방향은 아주 조금씩,

하지만 분명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퇴사할 용기가 없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바꿀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바꿔도 괜찮다고.


그렇게 하루를 조금씩 돌려세우다 보면

언젠가 퇴사조차

“도망”이 아니라

“선택”이 되는 날이 온다고.



퇴사를 결심하기 전에,

나는 먼저 나 자신을 다시 결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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