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나를 분리해서 보는 연습
스물아홉 번째 이야기
– 일과 나를 분리해서 보는 연습
회사를 오래 다니다 보면
언젠가 이런 착각에 빠지기 쉽다.
“내가 곧 이 회사다.”
“여기서 인정받지 못하면, 나는 못난 사람인가 보다.”
성과·평가·연봉·직급이
나의 가치와 거의 동일해 보이는 순간,
우리는 아주 자연스럽게
나 자신을 회사에 과도하게 ‘위임’해 버린다.
하지만 삶을 길게 놓고 보면
회사는 내 인생의 일부일 뿐, 전부는 아니다.
1) 회사에 나를 ‘몰빵’했을 때 생기는 일
나 역시 그런 시기가 있었다.
직함이 나의 자존감이 되고
연봉이 나의 가치를 증명해 줄 것 같고
회사 메일함이 내 세상의 중심이었던 시기.
그때의 나는
회사에서 일이 틀어지면
삶 전체가 틀어진 것처럼 느꼈다.
상사의 한마디에 하루가 무너지고,
평가 한 줄에 1년이 규정되고,
업무분장 한 번에 ‘인생이 끝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건 다 내가
‘나’와 ‘회사에서의 나’를 분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2) 일과 나를 분리해서 보는 세 가지 프레임
지금 나는
조금 다른 프레임으로 나를 본다.
① 사람으로서의 나
- 가족, 친구, 돌봄, 건강, 취향, 가치관.
- 회사가 없어도 여전히 존재하는 영역.
② 일을 하는 나
- 현재 직장, 직무, 역할, 팀.
- 언젠가는 바뀔 수 있고, 이동할 수 있는 영역.
③ 커리어를 쌓는 나
- 내가 어떤 문제를 잘 다루는 사람인지,
- 어떤 분야에서 의미를 느끼는지,
- 어떤 방식으로 성장해 왔는지의 축적.
회사는 2번과 3번의 일부를 담당할 뿐이다.
1번까지 통째로 넘겨줄 필요는 없다.
3) 조직문화 연구자의 시선 – 회사를 ‘관계’로 보기
조직문화 연구자로 일하면서
나는 회사를 하나의 관계로 보게 되었다.
서로 주고받는 것이 있고
기대와 약속이 있고
지켜지지 않을 때 상처가 생기고
때로는 이별이 필요한 관계.
관계가 그렇듯,
회사가 나를 완전히 정의하도록 내버려 두면
언젠가 큰 상처를 남긴다.
반대로,
“이 관계에서 내가 배우는 것”과
“이 관계가 나에게서 가져가는 것”을
함께 볼 수 있을 때,
우리는 조금 더 단단하게 일할 수 있다.
4) 직장인이 할 수 있는 현실적인 거리 두기 연습
크게 거창한 게 아니다.
· 회사 밖의 나를 위한 시간을 일정에 박아두기
- 독서, 등산, 공부, 아이와의 시간, 글쓰기 등
- “업무가 없을 때 남는 시간”이 아니라 “일정으로 먼저 확보한 시간”으로 취급하기.
· 명함 없이 나를 소개해 보는 연습
- “어디 다니세요?”라는 질문에 회사명 대신, “나는 어떤 사람인지” 한 줄로 말해보기.
· 평가를 ‘전부’가 아니라 ‘단순한 하나의 데이터’로 보기
- 나에 대한 여러 피드백 중 하나의 데이터로 받아들이기.
이런 작은 거리 두기는
회사를 가볍게 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회사와 적당한 거리를 둔 사람이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일할 수 있다.
5) “그래도 내 삶은 회사보다 크다”라고 말할 수 있을 때
결국 우리가 지켜야 하는 것은
‘좋은 직원’이라는 타이틀이 아니라
“나로서 잘 살아가는 것”이다.
언젠가 회사를 떠나도,
직무가 바뀌어도,
직급이 달라져도,
여전히 나에게 남아 있는 것들.
내가 지키고 싶은 가치
내가 책임지고 싶은 사람들
내가 세상과 만나는 방식
이것들을 잃지 않는 한,
우리는 실패한 직장인이 아니라
계속해서 삶을 업데이트해 가는 사람이다.
회사의 크기가
내 삶의 크기를 대신할 수는 없다.
오늘도 최선을 다해 일하되,
회사를 넘어선 나의 삶을
같이 지켜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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