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많은데 진전은 없는 회의의 패턴
연말이 되면, 이상한 풍경이 생긴다.
작년에 올렸던 안건이 제목만 조금 바뀐 채 올해 회의 안건으로 또 올라온다.
“작년 4분기에 한 번 정리하려다 미뤄졌던 건데요…”
“이번 주 금요일 회의에서 다시 한 번 논의해보겠습니다.”
팀장, 실장 레벨의 회의는 비교적 깔끔하게 끝난다.
안건을 정리하고, 방향을 제안하고, 결론을 가지고 각자 자리로 돌아가 일을 시작한다.
문제는 그 위다.
임원 회의로 올라가는 순간 안건은 다시 ‘검토 사항’이 되고, 회의는 길어지는데, 결론은 남지 않는다.
1. 말은 넘치는데, 결론은 비어 있는 회의
실무와 리더들은 할 일을 다 했다.
– 배경과 현황, 숫자와 리스크
– A/B/C 옵션과 각 장단점
– 현장에서 보기엔 가장 현실적인 ‘추천안’까지
여기까지는 빠르고 단단하게 진행된다.
하지만 임원 회의실 문이 닫히는 순간 패턴이 바뀐다.
“방향은 나쁘지 않은데, 조금 더 고민해봅시다.”
“관련 부서 의견도 한 번 더 들어보죠.”
“오늘은 여기까지 듣고, 다음 회의에서 다시…”
회의 시간은 1시간, 2시간 늘어나는데 실제로 남는 문장은 이거 하나뿐이다.
“그럼 이 안건은 다음에 다시…”
그 사이에 바뀌는 건 안건 제목뿐이다.
‘도입 방안’, ‘개선 방안’, ‘재검토’라는 말을 덧붙이며 같은 내용을 겨울에서 봄, 봄에서 연말까지 끌고 간다.
2. 안건의 문제가 아니라, ‘역할’이 비어 있을 때
이런 회의를 “안건이 복잡해서”라고만 설명하면 실무자는 더 지친다.
조금 더 정확히 보면, 이건 안건 문제가 아니라 “역할이 비어 있는 회의”에 가깝다.
– 안건을 만드는 사람: 실무자, 팀장, 실장
– 안건을 설명하는 사람: 역시 밑단 리더들
– 그런데 최종 결정을 해야 할 사람: 임원, 조직장
문제는, 그 임원이 이 안건의 히스토리와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회의 자리에 앉아 있다는 점이다.
이미 몇 번이나 검토했다가 버린 옵션,
현장에서 왜 이 추천안을 골랐는지의 고민,
결정을 미룰수록 올라가는 조직의 비용.
이걸 모른 채 앉아 있으면 결론 대신 이런 말이 나온다.
“좋은데요, 그래도 한 번 더 검토해봅시다.”
“조금 더 다양한 관점에서 자료를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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