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붙은 문구가 아니라, 캘린더와 회의에 찍힌 문화
회사들이 조직문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보통 여기서 출발한다.
핵심가치 워크숍, 사내 공모전, 새 슬로건, 포스터, 굿즈…
복도 벽에는 멋진 문장이 붙는다.
“우리는 사람을 가장 먼저 생각합니다.”
“자율과 책임, 빠른 실행.”
“일·생활 균형,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그런데, 그 포스터를 붙이고 각자 자리로 돌아가 캘린더를 열어보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든다.
‘…근데, 우리의 하루는 뭐가 달라졌지?’
회의는 여전히 점심·퇴근 시간을 침범하고,
메일은 퇴근이후 날아오고,
주간 회의는 “이번 주도 잘 버텨보자”는 말로 똑같이 시작된다.
슬로건은 바뀌었는데, 루틴은 그대로인 조직.
요즘 가장 흔한 “조직문화 실패 패턴”이다.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서도, 문화변화가 자꾸 실패하는 이유는
‘메시지·캠페인’을 늘리면서 정작 제도와 시스템, 일하는 방식을 안 건드리기 때문이라고 짚는다.
1. 벽의 문구는 바꾸기 쉬운데, 캘린더는 바꾸기 어렵다
예전에 이런 문장을 본 적이 있다.
“조직문화팀이 회사를 망치는 가장 빠른 방법 – 제도를 너무 빨리 손대는 것.”
너무 공감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렇게 느꼈다.
“사실, 제도를 안 건드려도 망하고 엉뚱한 제도부터 건드려도 망한다.”
많은 회사가 이렇게 흘러간다.
슬로건, 포스터, 타운홀, 사내 공모전은 빠르게 진행되고
복지 몇 가지, 포상제도 몇 가지를 “문화 프로그램” 이름으로 붙여 본다
그런데 회의 구조, 의사결정 방식, 평가·피드백, 근무시간·업무량은 거의 손대지 않는다
겉으로 보면 “문화에 진심인 회사”처럼 보인다. 당사자들은 속으로 이런 말을 한다.
“벽에 붙은 문구 말고, 우리 캘린더부터 좀 바꿔줬으면 좋겠다.”
문화는 결국 “사람이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가”의 합계다.
포스터에 뭐가 적혀 있는지가 아니라,
아침에 어떤 회의로 하루를 시작하고 누구와 얼마나 자주 얘기하고 일이 막힐 때 어떤 루트로 도움을 요청하고 퇴근 직전에 어떤 메시지를 보내고 받는지 이 루틴들이 모여 그 회사만의 공기가 된다.
그래서 요즘 조직문화 논의에서는 점점 이런 말이 많아진다.
“문화는 벽에 쓰는 게 아니라, 캘린더에 새겨야 한다.”
2. “우리는 원래 이렇게 회의해요”라는 말 뒤에 숨어 있는 것들
조직문화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회의와 관련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우리 조직은 원래 이런 식으로 회의해요.”
“여기서는 다 이렇게 해왔어요.”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런 패턴들이다.
*아젠다 없는 회의
초대 메일에는 “정기 회의” 네 글자뿐
들어가보니 “일단 각자 얘기부터…”로 30분이 지나간다
*끝시간이 없는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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