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영어 공부 중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말은 누가 했는지
정말 끝이 없다는 것을 느낀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배움은 어떤 한 분야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지만
나의 경우에는 영어가 정말 그렇다.
나와 영어의 첫 대면은 초등학교 6학년 여름방학,
중학생이 되기 6개월 전부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영어 알파벳만 익히고 영어 수업을 들었는데
영어 알파벳을 다양하게 조합한 영어 단어는
나에겐 신세계였다.
그때 당시에는 영어 문장은 엄두도 못냈고
그 단어 하나하나를 외워야 집에 갈 수 있는 시스템이어서
그 단어가 뭐길래 잘 외워지지도 않아 나의 귀가 시간을 늦추곤 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학습한 습관때문인지
중고등학생 시절의 영어 공부는 나에게 그렇게 어렵지 않게 느껴졌다.
그때는 영어를 말하는 시험은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대학생이 되고 영어 회화 수업을 듣게 되었다.
같은 영어인데 또 다른 세계의 또 다른 학문과 마주하고 있는 것처럼
너무나도 낯선 영어와 또다시 대면하게 되었다.
학점을 받기 위해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일단 외우자, 그리고 말하자, 뭐든 내뱉어 보자고 다짐했다.
그렇게 하면서 조금 자신이 생겼었는지
2학년쯤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가기로 결심하고
나만의 어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 땅을 밟았다.
미국에서의 영어는 나에게 또 다른 세계를 보여주었다.
내가 한국에서 배웠던 영어라는 것을
본토에서는 이렇게 사용하는구나..
나는 본능적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함을 알았다.
그래 맨땅에 헤딩은 이런 것이겠지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포기할 수 없었다.
학점을 잘 받아야 다음 교환학생이 올 수 있는 시스템이기에
나의 잘못으로 이 흐름이 끊어지게 할 수는 없었다.
포기할 수 없음을 알게 된 순간부터 난 용감해졌다.
속사포로 내뱉는 그들의 영어에 때론 화가 나기도 했지만
내가 화가 난다고 그들이 천천히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난 조금씩 적응했고 때로는 수업시간에 나도 뭔가를 말해보자 다짐하고
뭐든 한마디 내뱉고 수업에 참여했다.
영어에 많이 노출되기 위한 방법으로
미국 방송을 많이 본다고 들어서
집에 있는 티비를 켰다.
만화영화는 어린이들이 보는 프로그램이니까
내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단어와 문장을 사용하겠지 생각하고
그 당시 방영되었던 피카츄를 틀었다.
도무지 배울 것이 없었다. 방송 내내 피카츄는 ‘피카’,‘피카’를 반복하며
화냈다가, 짜증냈다가, 웃었다가 하다가 방송이 끝났다.
다른 방송을 찾아야지
그래 드라마를 보자. 드라마는 스토리가 있으니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흐름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틀어놓고 있었다.
어느 날 어떤 문장이 귀를 스윽 스쳐갔다.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다.
학교 수업을 따라잡기 위해
하루에 9시간 이상을 영어책을 보며
수업 준비를 했다.
영어도 조금씩 들리고, 수업도 열심히 준비하니
나름 학교 생활은 만족스러운 결과를 안겨주었다.
그렇게 생활하기를 6개월, 나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토익 시험을 보았는데
토익 시험의 듣기는 너무 쉬웠고,
리딩은 너무 빨리 읽혔다.
당연히 토익 성적도 좋았다.
우수한 학교 성적과 토익 성적으로
취업을 빨리 해야지 결심했고,
졸업을 하기 전 취업을 하게 되었다.
나는 취업을 한 그 순간부터 영어를 실전에 사용할 일이 꽤 있었는데
그때 난 깨닫지 못했던 것 같다.
이 잉글리쉬라는 것과 나는 평생 함께하게 될거라는 것을...
나는 그때 이후로 직장생활을 쉬지 않고 하고 있으며
업무를 하는 동안 간간이 영어를 사용할 일이 있었는데
그때만 모면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대응했던 것 같다.
지금 나는 글로벌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영어가 필수적인 요소인 업무이다.
이 정도면 누군가 나에게 미리 말해줘야 했다.
너는 영어를 극복해야 한다고...
피하려고 하면 할수록 너는 괴로워진다고...
나는 아직도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20년이 넘는 세월간 나는 계속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다만 마스터할 수 없는 것은 나만의 문제인가?
나는 오늘도 일어나자마자 영어 방송을 켜고,
퇴근 후 영어 문장을 외운다.
이 외로운 싸움은 언제쯤 끝날 것인가?
끝나는 날이 오기는 할지 알 수 없지만
영어와 맞짱을 뜨기 위해 오늘도 나는 책을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