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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장인들-2

음악을 듣는 감동뿐만 아니라 가사를 보는 재미까지 느끼게 하는 아이유!

by BESTHYJ Apr 02. 2025


브런치 글 이미지 1

내 인생에서 아이유라는 가수를 처음 만난 것은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통해서였다. 

그날 아이유는 통통한 볼살이 매력적인 어린 소녀였는데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처음 본 아이유는 어린아이가 어른 화장을 하고 나와서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노래는 생각보다 잘 불러서 가창력이 있는 가수이구나 하는 느낌을 주었다. 


아이유는 그때 이후로 계속 활동을 해왔는데

발표하는 노래마다 뭔가 자신의 옷을 입지 못한 느낌이어서

내가 좋아하는 가수 리스트에는 속하지 못했다. 

아이유가 인기를 한참 끌었던 '좋은 날'이라는 노래도

뭔가 나에게는 큰 임팩트를 주지 못했던 것 같다. 


내가 직장 때문에 새로 이사한 지역은 계획도시이기는 했지만 

아파트 옆에 단독 주택들이 텃밭을 가꾸며 사는 그런 곳이어서인지

운전을 하며 출근하는 길이 조금은 시골길처럼 느껴지는 곳이었다. 


여름이 끝나고 가을로 막 접어든 어느 날

나는 칠부 소매의 원피스를 입고 차 운전석에 앉아 신호 대기를 하고 있었다. 

출근길에는 늘 그 당시 방송되던 '김영철의 파워 FM'이라는 라디오를 들었는데

그 라디오를 틀고 창문을 살짝 내렸다. 

살짝 연 창문 사이로 기분 좋은 서늘한 바람이 들어와 팔을 스쳤다. 

그 순간 라디오에서 어떤 음악이 흘러나왔는데 

여자 가수가 부른 노래였고, 가사를 들어보면 옛날 노래인 것 같은데

부르는 가수의 목소리는 상당히 앳된 소리였다. 

가사에는 딸각딸각, 또각또각 이런 단어들이 있었던 것 같다.


처음 도입부에는 반주 없이 자신의 목소리로만 불렀고,

이후에 음악이 같이 흘러나왔는데 처음 듣는 목소리 같았지만

너무 노래를 잘 불러서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 가수는 성공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게 했다. 

그날 나는 출근해서 아침에 라디오에서 들었던 그 노래를 불러주며

여러 사람에게 이 노래를 부른 가수가 누구인지 물었는데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나중에 한참 지나고 나서 보니 이 가수는 아이유였고, 

그녀가 부른 노래는 '가을 아침'이었다. 

나는 어느 가을날 아침 '가을 아침'이라는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던

그날의 온도와 습도, 분위기, 바람, 그 모든 것을 기억한다. 

'가을 아침'이라는 노래는 나를 그날의 기분 좋은 아침으로 인도한다. 


그날 아이유는 '가을 아침'이라는 노래의 음원을 아침 일찍 공개했는데

보통의 가수들이 직장인의 퇴근시간에 맞춰 음원을 공개하는 것과는 다른 

아주 이례적인 일이었다고 한다. 

아이유는 노래 제목이 '가을 아침'이다 보니 이 곡만큼은 음원을 아침에 공개하고 싶어

그날 아침에 공개한 것이고, 마침 내가 그날 아침에 그 노래를 들은 것이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아이유의 가을아침


나는 아직도 아이유가 부른 맑고 청량한 소리의 가을아침을 처음 들었던 그날을 기억한다. 

내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그 이후 아이유의 노래를 다시 찾아보고 듣게 되었다. 

이전에 내가 알던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은 입은 가수가 아니었다. 


'밤편지'라는 노래를 들었는데 가사와 곡이 너무 좋기도 하고

아이유가 그 노래를 부른 감성이 너무도 좋았다. 

무엇보다 밤편지의 뮤직 비디오는 아이유의 그 감성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밤편지라는 곡은 아이유도 작사에 참여했다고 알고 있는데

노래를 자신의 감성에 맞게 부르는 것은 물론이고 그 감성을 가사로 쓸 수 있는 

아이유라는 가수가 또 한 번 새롭게 다가왔다. 


밤편지에는 '이 밤 그날의 반딧불을 당신의 창 가까이 보낼게요. 

음 사랑한다는 말이에요'라는 가사가 있다.

사랑한다는 표현을 사랑하는 사람의 창 가까이에 

반딧불을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21세기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가 생각하기에 

너무나도 동떨어진 아름다운 표현이라고 느껴졌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나는 그날 이후로 아이유가 작사한 곡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금요일에 만나요'라는 곡은 아이유가 작사, 작곡을 한 곡인데

그 가사에는 처음 만나는 남자와의 만남을 기다리며

그 시간이 빨리 가기를 기다리는 마음을

'온종일 내 맘은 저기 시곗바늘 위에 올라타 

한 칸씩 그대에게 더 가까이 '라고 표현한다. 

곡뿐만 아니라 글도 정말 잘 쓰는 가수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나는 아이유라는 가수를 지금은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련한 목소리로 우리를 과거의 어느 날로 데려가기도 하고,

고된 하루를 마친 나에게 위로의 목소리를 들려주기도 하고,

때로는 용기를 주는 가사로 지친 내 마음을 달래주기도 한다. 


내가 살고 있는 동시대에 이런 가수가 열심히 활동하며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다. 

아이유야말로 내 인생에서 우연히 발견한 장인이다. 

나는 아이유가 오랫동안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가수활동을 하기를 바란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그녀가 만든 곡을 그녀만의 목소리로 들려주며

위로와 감동을 주기를 바란다. 


아직까지 아이유의 감성을 느끼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밤편지'부터 한 곡씩 들으면서 그녀만의 이야기를 들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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