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을 회고하며
2025년의 마지막 밤, 책상 앞에 앉아 한 해를 가만히 복기해 본다. 올해는 '내가 잘하고 있는가'라는 성과 증명보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방향성에 대한 질문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상반기 내내 매달렸던 TF 프로젝트는 나에게 일하는 방식 이상의 '삶을 대하는 태도'를 가르쳐주었다. 예전의 나는 일터에서 느끼는 사소한 불편함이나 감정의 파동을 참지 못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하거나 판단해 버리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문득 올라오는 감정의 불편함을 마주할 때, 그것을 섣불리 정의하려 애쓰기보다 그저 그 자리에 잠시 머물러 두는 법을 배웠다. 판단을 유보하고 가만히 지켜보니, 그토록 나를 괴롭히던 감정의 태풍들도 사실은 그저 잠시 스쳐 지나가는 바람일 뿐이었다.
이러한 '내려놓음'은 일하는 방식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그동안 나는 '내 방식이 곧 효율'이라는 단단한 착각 속에 살았던 것 같다. 하지만 올해는 나의 관점을 고집하기보다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는 '경청'의 힘을 믿어보기로 했다. 비효율적으로 보였던 타인의 제안 속에서 내가 보지 못한 진실을 발견할 때마다, 나의 오만함이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진짜 경청은 단순히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선입견까지 비워두고 상대를 위한 온전한 공간을 만들어주는 일임을 깨달았다.
올해 가장 마음이 아프면서도 벅찼던 기억은 역시 우리 아들, 해성이다. 33주 차 정기 검진에서 둥지를 하늘로 보내고, 그 다음날 급하게 해성이를 품에 안았던 순간은 기쁨과 슬픔이 한데 뒤엉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5주간의 휴가 기간 동안 가족과 온전히 시간을 보내며, 엉망이었던 감정의 덩어리들이 서서히 사랑의 형태로 바뀌어 갔다. 어느덧 200일을 넘긴 해성이의 자라나는 뒷모습을 보며 다짐한다. 이 아이가 이 세상에 온 것을 후회하지 않도록, 나는 더 단단한 아빠가 되어야겠다고.
그 단단함을 지탱해 준 것은 다름 아닌 운동이었다. 이사의 분주함 속에서도 가장 먼저 헬스장을 찾았던 이유는 내 몸을 돌보는 일이 곧 내 마음을 돌보는 일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땀을 흘리며 무게를 견뎌내는 시간 동안 복잡했던 머릿속은 비워졌고, 그 빈자리는 다시 살아갈 에너지로 채워졌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그 투박한 문장이 올해 나에게는 가장 큰 위로였다.
이제 몇 시간 뒤면 2026년이다. 거창한 목표는 세우지 않으려 한다. 다만 올해처럼 흔들릴 때마다 중심을 되찾고, 성급히 판단하기보다 끝까지 경청하며,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내는 일상을 이어가고 싶다.
사실 2026년은 커리어적으로도 큰 전환점이 될 것 같다. 어쩌면 더 많은 스트레스 속에서 보낼 수도 있겠지만, 실패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도전하는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하려 한다. 시작부터 여러 고민과 선택, 그리고 그에 따른 파장들이 벌써부터 걱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올해 배운 것처럼, 조금은 더 냉정하고 차분하게 이 상황을 정리해 보려 한다. 그리고 오늘만큼은 앞으로의 고민에서 잠시 벗어나, 나에게 온전한 휴식을 주는 하루로 남기고 싶다.
2025년, 여러 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평생 기억 남을 한 해로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