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은 '독립 사건'이다

통계적으로 의미 없는 비교를 멈추는 법

by 이건승

확률 이론에서 '독립 사건'이란, 어떤 사건의 결과가 다른 사건의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를 말합니다.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왔다고 해서, 다음번에 뒷면이 나올 확률이 줄어들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이 개념을 사람의 인생에 가져와 보면, 꽤 많은 위로와 자유가 담겨 있습니다. 누군가가 잘된다고 해서 내가 못 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실패한다고 해서 내가 성공하는 것도 아닙니다. 각자의 인생은 경쟁 표의 줄처럼 엮여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확률 공간에서 흘러가는 사건들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종종 이렇게 착각합니다

"저 사람이 잘 나가니, 내 자리는 줄어드는 것 같아."

"쟤가 인정받으니, 나는 밀려나는 것 같아."

"누군가가 앞서가면, 나는 뒤처진 패배자일 것 같아."


하지만 이건 제로섬 게임의 사고방식입니다. 마치 한 조각의 파이를 나눠 먹듯, 누군가가 크게 가져가면 내 몫은 줄어든다고 믿는 구조죠.


더 정확히 말하면, 각자의 인생은 서로 상호의존적인 사건이 아니라, 확률적으로는 거의 독립 사건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조직에서 동료가 승진했을 때

동료가 승진했다고 해서, 내 성장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조직의 승진 TO처럼 구조적 제약은 분명 존재합니다. 그 순간의 '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그 의미에서 승진이라는 결과는 일시적으로 종속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내 성장 자체를 멈추게 하진 않습니다. 내 역량의 축적, 내 커리어의 곡선, 내가 쌓는 신뢰는 그 사람의 성공 여부와는 별개의 확률 분포를 가집니다. 승진이라는 '결과'는 일시적으로 종속적일 수 있지만, 역량이라는 '과정'은 여전히 독립적입니다.


그의 승진은 그가 준비한 시간의 결과일 수 있고, 그가 선택한 타이밍의 결과일 수 있고, 그에게 맞는 역할의 결과일 수 있습니다. 그것이 내가 실패했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SNS에서 타인의 행복을 볼 때

SNS에서 누군가의 행복한 일상을 보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이렇게 해석합니다.


"쟤 인생이 잘 풀리는 만큼, 내 인생은 상대적으로 초라해지는 것 같아."


하지만 누군가의 행복은 내 불행을 원인으로 삼아 발생한 사건이 아닙니다. 그 사람의 연애, 결혼, 성취, 성장은 나의 선택, 나의 속도, 나의 방향과 확률적으로 연결된 사건이 아닙니다.


같은 시공간에 존재한다고 해서 같은 확률 곡선 위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질투가 생길 때

질투의 본질은 종종 이 착각에서 나옵니다.


"세상에는 성공의 총량이 정해져 있고, 저 사람이 가져가면 나는 잃는다."


하지만 인생은 랭킹 게임이 아니라 각자 다른 게임을 동시에 플레이하는 멀티 서버 구조에 가깝습니다. 누군가는 사업이라는 서버에서 레벨업 중이고, 누군가는 관계라는 서버에서, 누군가는 내적 성장이라는 서버에서, 누군가는 회복이라는 서버에서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경험치 테이블도 다르고, 퀘스트 난이도도 다르고, 보상 구조도 다릅니다. 그래서 비교는 애초에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습니다.



독립 사건이라는 건, 자유이자 동시에 책임입니다

각자의 인생은 각자의 변수로 구성되고, 각자의 시간 지연을 가지며, 각자의 확률 분포를 따릅니다. 우리는 같은 세상에 살고 있지만, 같은 실험군에 속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누군가의 성공 앞에서 위협을 느낄 필요가 없고, 누군가의 실패 앞에서 우월감을 가질 이유도 없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것은 냉정한 진실이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성공이 내 실패의 원인이 아니다"는 말은, 뒤집으면 "내 실패를 타인 탓으로 돌릴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내 확률 분포는 오롯이 내 변수들로만 결정됩니다. 그래서 더 무겁기도 하고, 그래서 더 온전히 내 것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이 질문에 스스로 이렇게 답을 정리해 봤습니다.


첫째, 내 확률 분포를 구성하는 변수를 파악하기

남들이 아니라, 나의 성장에 영향을 주는 독립변수는 무엇인가? 학습 시간인가, 관계의 질인가, 건강인가, 의사결정의 속도인가? 비교할 시간에 내 변수를 명확히 정의하고 측정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의미 없는 벤치마킹을 줄이기

다른 서버의 플레이어 KPI를 보며 조급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들의 레벨, 장비, 퀘스트는 애초에 나와 다른 게임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는 할 수 있어도, 그것이 나의 성공 기준이 될 순 없는 거죠.


셋째, 나만의 기댓값을 설정하기

1년 후, 3년 후 내가 원하는 상태는 무엇인가? 그 기댓값을 구체적으로 그려봅니다. 확률 분포는 무작위가 아니라, 내가 설정한 방향성 안에서 형성됩니다. 기댓값이 명확할수록, 변수 조정도 정교해질 수 있죠.



인생은 상대평가가 아니라, 각자의 확률 실험입니다

그 실험들은 대부분 서로의 결과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독립 사건에 가깝습니다.


중요한 건 내가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지, 내 변수는 무엇인지, 내 기댓값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아는 것입니다. 그것이 명확해지는 순간, 비교는 사라지고 조정만 남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비로소, 내 인생이라는 확률 실험은 진짜 내 것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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