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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쩨리 Apr 21. 2019

무악파출소, <다시 걷는 홍제展>, 홍제동 나들이

진짜 걸어보았습니다, 홍제동

<서울창고>는 청년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도시재생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생산하는 플랫폼으로

지난번 <느리게 걷는 홍제展>에 이어 이번에 <다시 걷는 홍제展>을 준비했다. 


홍제동에서 반세기를 살아온 인왕아파트, 인왕궁아파트, 안산맨숀, 원일아파트, 유진맨숀, 유진상가들의

이야기를 영상과 사진으로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홍제역에서 한 정거장 차이 나는 무악재역의

청년공간 '무중력지대 무악파출소'에서 진행 중이다

ⓒ다그림

이렇게 무악재역에 내리면 무악파출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구 안산파출소를 리모델링하여 청년 공간으로

탄생한 무악파출소는 총 4층에 루프탑을 갖춘 대안공간이다. 비록 전시 공간이 크진 않지만

청년들이 쉬고, 새로운 것들을 기획하고 펼치며, 서로의 생각들을 나누기엔 부족하지 않다. 

ⓒ다그림

1층에는 이렇게 홍제동 사진들로 엽서를 만들어 '홍제도 이웃에게 엽서를 써보세요'라고 안내되어 있다.

그래서 이렇게 유리창에 이 공간을 방문한 이들이 적은 편지들이 붙어 있어 따스한 느낌을 준다.

2층에 마련된 전시의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지만 총 3개의 영상을 다 보고 나면 꽤 시간이 흐른다.

홍제동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들을 보고 있으면 뭐랄까,

마치 홍제동이 내 동네처럼 느껴진다고 해야할까? 그런 생각이 든다. 

그곳에 반세기를 지켜온 만큼이나 참 많은 추억을 품고 있구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구나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언젠가 사라질 이 오래된 아파트와 상가들이 영영 남길 바라게 된다.

전시를 다보고 루프탑에 올라가면 저 멀리 <다시 걷는 홍제展>의 주인공 안산맨숀이 높다란 목욕탕 굴뚝과

함께 보인다. <다시 걷는 홍제展>을 보고 나면 유진상가와 인왕아파트, 안산맨숀을 방문하고 싶어질 것이다.

ⓒ다그림

전시 공간을 나와 주유소 뒷편 쪽으로 쭉 걸으면 이렇게 안산맨숀을 만날 수 있다.

반세기를 살아왔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여기저기 벗겨진 페인트와 옛날 느낌이 물씬 나는 목욕탕 굴뚝,

미용실 간판 등이 여러분을 맞이할 것이다.

ⓒ다그림

안산맨숀은 1974년에 지어진 건물이다. 주변의 인왕아파트나 인왕궁아파트가 비슷한 시기에 지어졌는데

이런 아파트와 달리, 안산맨숀은 하늘과 맞닿아 있는 중정을 가지고 있다.

홍제3주택재건축 사업인가가 나서 만약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곧 사라질 건물이라고 하니,

더 안타깝다. 안에 들어가 중정을 보고 싶었지만, 누군가에겐 생의 터전인 이 곳을

내가 감히 구경삼아 들어가도 되는가 하는 생각이들어 관두었다.

ⓒ다그림

안산 맨숀을 지나 쭉 더 걸어가면 홍제빌딩을 지나고 인왕시장을 거쳐서 유진 상가를 볼 수 있다. 

왼쪽 사진은 <다시 걷는 홍제展>에서 본 사진 구도가 맘에 들어 따라 찍어본 것이다. 유진 상가는

내가 어릴 때 다니던 아파트 단지 내 상가 구조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비록 상가이지만 그 속에 들어가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은 상인과 고객이 이니라

그냥 이웃과 이웃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내가 오늘 뭘 만들어 왔는데 먹어 보시라, 아이구 뭐 이런 걸 또 주시나, 그런 이야기부터 그 수레보단 저 수레가 잘 어울리니 그걸 사시라 이런 이야기까지.

내가 어릴 때 엄마와 동네 상가를 가면 듣던 이야기들이 아직도 거긴 있었다.

아마도 그래서 유진상가와 안산 맨숀과 원일아파트에 살던 사람들은 여기가 사라지는 것에 대해

아쉽고 안타까운 건 아닐까.



<다시 걷는 홍제展>을 유심히 보면 그들보다 오래 산 건물들은 그 동네의 모든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안산맨숀, 유진상가, 원일아파트는 하나의 건물이 아니라 마치 거대한 동네 박물관 같은 그런 게 아닐까.  

전시 후 내가 걸은 길



전시 정보


전시 제목 : 다시 걷는 홍제展

전시 기간 : 2019.03.25 ~ 2019.04.25

전시 장소 : 무중력지대 무악재(무악파출소)

관람료 : 무료


전시 소개(출처 : 무중력지대 무악재 페이스북)

보고 싶은 서울이야기를 전하는  <서울창고>가

<느리게 걷는 홍제展>에 이어 또 한 번 <다시 걷는 홍제展>을 시작한다. 


<다시 걷는 홍제 展>은 홍제에서 반세기를 살아온 인왕아파트, 인왕궁아파트, 안산맨숀, 원일아파트, 
유진맨숀의 상가아파트들을 중심으로 지역의 모습을 담았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엿보이는 면면들은 언뜻 시간이 멈춘 듯 보이지만,
홍제동은 홍제만의 시간으로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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