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쩨리 Oct 14. 2019

다시 만난 <아이언 자이언트(Iron Giant)>

가장 차가운 소재로 만든 가장 따뜻한 애니메이션

영화관에 부는 재개봉 바람을 타고 1999년 미국에서 개봉했던 <아이언 자이언트(Iron Giant)>가 다시 개봉했다. 그런데 여기에 메가박스는 아이언 자이언트 포스터와 배지를 주는 굿즈 패키지를 팔길래 보고 왔다. 그리고 비로소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에서 왜 아이언 자이언트가 그렇게 열광받았는지 깨달았다.



가장 차가운 소재로 만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애니메이션


출처 : 네이버 영화

어느 날 마을에 등장한 미지의 존재. 거대한 철 덩어리. 그게 아이언 자이언트다. 정말 겉모습 그대로를 표현한 이름이다. 마구잡이로 철 소재로 된 것들을 먹다가 전선에 걸려 고통받는 아이언 자이언트를 호가드가 구해주면서 호가드와 아이언 자이언트의 인연은 시작된다.


아이언 자이언트가 호가드와 이야기하며 언어를 배우고, 호가드와 관계를 맺어가며 학교에서 '책벌레'라고 괴롭힘 당하는 호가드에게 친구가 된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호가드와 아이언 자이언트가 서로의 언어를 배우고, 같이 놀고, 서로 호의를 베푸는 과정을 보면서 우린 이 따뜻한 동화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인간이 가진 무기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무기들을 장착한 거대한 철 로봇이 하늘을 보면서 작게 "영혼 Soul.." 이라고 중얼거리는 장면을 보면 뭔가 가슴이 이상해진다. 그리고 그 순간, '로봇'이라는 단어가 아주 어색하게 느껴진다.


출처 : 네이버 영화

그래서 아이언 자이언트가 예전 호가드의 말을 따라 하며 "호가드, 여기 있어. 내가 간다. 따라오지 마 You stay, I go... No Followings..." 미사일을 막으러 하늘로 올라가는 장면을 보면 터질 수밖에 없다. 이 대사는 영어로 들어야 제맛인데, 마치 말을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처럼 어색하게 단어들을 조합해 만든 그 문장이 그 어떤 정교한 문장보다 아이언 자이언트의 감정을 잘 담아내기 때문이다.


You stay, I go... No Followings...

보고 나오면 왜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에서 아이언 자이언트를 등장시키고 그렇게 열광받았는지, 왜 아이언 자이언트에 그런 역할을 부여했는지 완벽히 이해가 된다. 따뜻한 이야기를 그리는 수많은 애니메이션을 보았지만 내가 만약 이 영화가 처음 개봉했을 때 이 영화를 보았다면 <아이언 자이언트(The Iron Giant)> 와 계속 비교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무시할 수 없는 반전(反戰) 요소


출처 : 네이버 영화

<아이언 자이언트(The Iron Giant)> 를 보고 있으면 <아저씨>의 슈퍼 아주머니 마냥-물론 <아저씨>가 나중에 나온 거지만-거슬리는 존재가 등장한다. 바로 정부 요원 켄트다. 아이언 자이언트를 가장 적대적으로 바라보는 인물로 단순히 '알 수 없는 존재'라는 이유로(+그의 차를 먹어치워서) 무척이나 경계한다.


정부 요원 켄트가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러시아가 미국보다 먼저 우주로 날아간 시대였기 때문에, 냉전의 시대였기 때문에, 미국에 큰 위협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병적인 그의 집착은 종당에 민간인이 잔뜩 모여있는 항구에 미사일을 발사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는데, 그 순간 그의 눈빛은 비록 애니메이션임에도 광기에 휩싸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 켄트의 눈빛은 마치 자신을 공격하는 무기를 보면 갑자기 변하는 아이언 자이언트의 눈과도 닮았는데 이런 아이언 자이언트가 "I'm not a Gun. Superman!"이라고 하는 모습과 많이 대비된다. 아이언 자이언트는 순간적으로 변하긴 하지만 결국 자신이 무엇이 될지 스스로 택함으로써 가장 반전(反轉)의 모습으로 반전(反戰) 메시지를 전하지만, 켄트는 끝까지 그의 광기에 사로잡혀 있다.


I'm not a Gun. Superman!

이 같은 반전에 대한 암시는 영화에서 은연중에 등장한다. 원자폭탄이 터졌을 때 대처하는 법을 배우는 장면이라던가, 워싱턴이 작은 마을의 아이언 자이언트에 시종일관 경계를 세운다거나, 미사일을 발사하는 잠수함이라던가 하는 요소들이 그렇다. 그런 요소들은 과장되거나, 우스꽝스럽거나, 극단적인 모습으로 표현되면서 전쟁에 대한 메시지를 드러낸다.




<아이언 자이언트(The Iron Giant)>가 나왔던 시기에 소재나 스토리가 얼마나 참신했을지는 모르지만 우리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주었던 영화임은 틀림없다. 화려한 CG나 마술 같은 장면이 없이 호가드와 아이언 자이언트 사이의 이야기만으로 1시간 반짜리 영화를 끝까지 집중력 있게 끌고 가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를 끌고 간 끝에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이름에 가장 걸맞은 결말을 보여주며 사람을 가장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아이언 자이언트가 존재한다. 아이언 자이언트는 마지막 호가드의 대사처럼, 힘들 때 생각나는 애니메이션이 됐다.


See You Later!

매거진의 이전글 <스파이더맨; 파프롬홈> 후기, 딱 스파이더맨다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