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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쩨리 Apr 04. 2021

자신 있는 겨드랑이를 위해, 겨드랑이 백

겨드랑이 백은 어쩌다 우리의 겨드랑이를 차지했나

© Illustrator miP

유행은 돌고 돈다. 뷔스티에가 그랬고, 어그 부츠가 그랬고, 부츠컷과 나팔바지가 그랬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보다 더 잘 살아 돌아오는 것이 유행이다.


그러나 유행이란 잘 살아 돌아오는 만큼 잘 사라지기도 한다. 수많은 90년대, 2000년대 패션 아이템들이 유행을 타고 돌아와 재작년부터 다시 우리의 옷장을 차지했지만 그다음 시즌 혹은 그다음 해 다시 볼 수 있는 아이템은 손에 꼽는다.


이렇게 빠르게 등장하고, 다시 돌아오고, 다시 빠르게 사라지는 수많은 '유행' 속에 살아남은 몇 안 되는 패션 아이템이 있다. 바로 바게트백(Baguette Bag), 호보백(Hobo Bag)이라고도 불리는 '겨드랑이 백'이다.



겨드랑이 백은 어디서 출발했나?


© Illustrator miP

겨드랑이 백의 시작은 '잇백'이라는 호칭을 처음 가져갔던 펜디(FENDI)바게트 백(Baguette Bag)이다.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Silvia Venturini Fendi)가 1997년 여성을 위해 실용적이면서도 '쉬운' 가방을 표방하며 출시했다. 그렇게 크지 않은 크기에 소지품은 어느 정도 담을 수 있고, 끈을 짧게 하여 겨드랑이에 딱 붙어서 움직임을 좀 더 자유롭게 한 것.


보통 '바게트'라는 이름이 생김새에서 나온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실은 오히려 그 가방의 실용성에 기반한 이름이다. 실비아 베투리니 펜디가 바게트 백을 출시했을 때 프랑스 여성들이 바게트를 들고 다니는 방식 - 겨드랑이에 살포시 끼는 것 - 에 착안해서 '바게트'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지금의 '겨드랑이 백'이라고 부르는 것은 의도치 않게 그 근본을 뜻하게 된 것!


겨드랑이 백이 처음 나왔던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 겨드랑이 백의 인기는 하늘 높이 치솟았다. 펜디의 바게트 백은 물론이고, 프라다 나일론 호보백, 루이비통의 포쉐트 등도 당시 '머스트 해브' 아이템의 리스트에 올랐다. 겨드랑이 백의 유행은 바게트 백이 단순히 패션계 트렌드를 넘어 90년대 문화를 대표하는 하나의 아이콘이 될 정도로 뜨거웠다.


그리고 재작년부터 다시 이 겨드랑이 백이 다시 유행하기 시작했다. 90년대 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 중 하나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다시 돌아온 겨드랑이 백


© Illustrator miP

 

그중에서도 겨드랑이 백의 재유행을 제일 먼저 캐치한 것은 바이 파(By Far). 바이 파는 미드 <프렌즈>의 캐릭터 '레이첼(Rachel)'의 이름을 따 레이첼 백을 출시했다. 레이첼 백을 출시하자마자 단숨에 바이파를 대표하는 가방이 됐다. 심플한 바게트 모양에 짧은 스트랩, 크록 이펙트 무늬부터 파스텔컬러까지. 레이첼 백은 <프렌즈> 레이첼이 패션 아이콘이 된 것처럼 돌아온 '겨드랑이 백 유행'의 아이콘이 되었다.


이런 유행에 다시 인기 템의 자리를 되차지 한 것이 프라다(PRADA) 나일론 호보백(Nylon Hobo Bag)이다. 프라다는 2000년대 초반을 기념이라도 하듯 나일론 호보백을 '리에디션 2000(Re-editon 2000)', '리에디션 2005(Re-editon 2005)'라는 이름으로 내놓았다. 다양한 형태로 출시했지만 그중 독보적 인기를 이끈 것은 흔히 '테수토 체인 스트랩 호보백'으로 불린 프라다 리에디션 나일론 숄더백! 체인 스트랩과 작은 코인 퍼스가 포인트로 들어가 있고, 프라다 중에서도 가격대가 그렇게 나쁘지 않아 2019년부터 인기 몰이 중이다.


바게트 백이 재유행한 만큼 워낙 여러 브랜드에서 다양한 형태의 겨드랑이 백을 내놓았기 때문에 바이파와 프라다만 보고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쉽다. 하나 정도 있음 좋을 겨드랑이 백 8개를 소개한다.



개성 가득 디자이너 겨드랑이 백


© 1103호 다락방

첫 번째는 바로 리틀 리프너(LITTLE LIFFNER)바게트 미니 레더 백(Baguette Mini leather bag). 짧고 동그란 스트랩에 플랩 형태, 그리고 금색을 입힌 조약돌 같은 장식이 가운데 붙은 디자인이 특징이다. 클래식하면서도 레트로 한 무드까지 갖추어서 너무 모던한 바게트 백이 싫다면 좋은 가방. 가볍게 산책을 나갈 때도, 힘주고 싶은 날에도 무난하게 소화할 수 있어 활용도도 높다.


© 1103호 다락방

두 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겨드랑이 백은 코페르니(CORPERNI)바게트 스와이프 백(Baguette Swipe Bag)이다. 코페르니를 아는 사람이라면 한 번에 코페르니다! 하고 알 수 있을 정도로 개성 뿜뿜한 디자인이다. 다른 바게트백 들에 비해 모던함이 훨씬 더 강조되어, 남들 다 드는 모양의 바게트 백이 싫다면 추천한다. 독특하면서도, 결코 함부로 튀지 않는 디자인의 가방.


© 1103호 다락방

귀여우면서도 클래식한 멋을 찾는다면 엘럼(ELLEME)의 바게트백(Baguette Crocodile-effect Leather Cross-body Bag)을 추천. 사다리 꼴을 깎아 만든 듯한 가방의 가운데 스트랩 잠금장치를 더했다. '클래식하면서도 모던한'을 표현할 때 이 가방을 들어 설명해도 좋을 듯. 위 두 디자인의 가방과 달리 겨드랑이 백으로도 활용할 수 있고 크로스바디 백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 1103호 다락방

무난하면서도 크게 유행타지 않는 디자인 혹은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 디자인을 피하고 싶다면 오로톤(OROTON)의 제롬 바게트백(Jerome Baguette leather shoulder bag)은 어떨까? '깔끔하다'라는 문장이 절로 나오는 디자인. 게다가 보세나 다른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를 찾아봐도 이런 디자인은 찾기 힘들다. 깔끔한 만큼 정장, 원피스, 캐주얼 모두 잘 어울린다.



믿고 사는 명품 브랜드 겨드랑이 백


© 1103호 다락방

이런 유행을 명품 브랜드들이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다양한 브랜드에서 작년에 앞다투어 겨드랑이 백 형태의 신상을 출시하였으며, 21 SS 컬렉션에서도 여전히 등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첫 번째로 추천하고 싶은 가방은 셀린(CELINE)아바 백(AVA Bag). 처음 출시되고 나서도 한창 인기가 많았지만 지금도 그 인기를 유지 중이다. 셀린의 우아한 트리옴페 무늬에 깔끔한 길이, 그리고 크기 대비 수납력까지 잘 갖춘 가방이다.


© 1103호 다락방

두 번째로 추천하고 싶은 가방은 발렌시아가(BALENCIAGA)의 고스트 슬링 백(Ghost Sling Bag)이다. 작년 SS 시즌까지만 해도 솔직히 발렌시아가가 제정신인가 싶을 정도의 디자인을 내놓았는데 고스트 슬링 백은 마치 아이돌 노래의 숨듣명 같은 존재. 뭔가 발렌시아같지 않다는 점이 장점이라면 장점이랄까. 얼핏 보면 코페르니 같기도 하다. 어딘가 본 것 같기도 하지만 미묘하게 개성을 표현한 가방.


© 1103호 다락방

겨드랑이 백의 유행에서 이 가방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구찌(GUCCI)의 1961 재키백(1961 Jackie Bag). 1961년 처음 출시했을 때는 다른 이름이었으나 당대 패션의 아이콘 중 한 명이었던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Jacqueline Kennedy Onassis)의 사랑을 받으면서 에르메스(Hermes)의 켈리백처럼 구찌가 그 이름을 ‘재키백’으로 바꾸게 되었다. 1961년 디자인과 거의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구찌 특유의 레트로함에 귀여움까지 갖추었다. 강추!


© 1103호 다락방

이런 유행을 생 로랑도 무시할 수 없었는지 생 로랑(SAINT LAURENT)LE 5 À 7 스몰 호보 백(LE 5 À 7 Hobo Bag)이라는 이름으로 겨드랑이 백을 출시했다. 보통의 겨드랑이백 쉐입(바게트 모양)에서 곡선을 좀 더 강조한 형태. 거기에 카산드라 로고가 스트랩 잠금장치로 달려있다. 형태 자체는 뭔가 레트로 한데, 카산드라 로고 때문에 날카롭고 세련된 무드를 느낄 수 있다. 생 로랑을 사랑하거나, 흔한 생 로랑 가방(카바스 백, 케이트백, 선셋 백 등)이 싫다면 이번 겨드랑이 백을 추천한다.




돌고 돌아오는 유행 중 가장 독보적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겨드랑이 백! 올해에도 여러분의 겨드랑이를 보다 자신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움직임에는 자유, 겨드랑이엔 아름다움을!


글 / 사진 1103호 다락방

그림 Illustrator miP

* 위 글과 그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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