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고비만 넘기면 된다는 사장님을 믿어야 할까요?

회사의 사정이 안 좋을 때는 듣기 좋은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할 수 없다.

by 심윤섭

인생은 험난한 고비를 넘어가는 과정의 연속이지만 특히 경영자(중소기업, 스타트업)와 함께 그 과정을 넘어갈 때는 주의할 것이 있다. 조금만 참으면 된다거나 이번 고비만 넘기면 다 잘될 것이라는 이야기는 인내를 강요하며 직원의 노동력을 착취하려는 불편한 의도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얼마 전 한동안 연락이 뜸했던 친구를 만나서 듣게 된 이야기는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 친구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전문가이고 인내심과 뚝심으로는 초전문가이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회사가 거의 망한 것이나 다름이 없는 상황이 되면서 이직을 결심하게 됐다. 하지만 함께 일했던 사장님의 마수가 뻗쳐오기 시작했다. 끈질기고 집요한 가스라이팅으로 그 친구는 놀랍게도 거의 1년째 기존 임금의 절반만 받은 채 일을 해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순진하게도 '이번 고비만 넘기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사장님의 말을 믿으면서 말이다.


"사장님, 이젠 제 갈 길을 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잘 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린가? 이번 고비만 넘기면 내가 생각한 대로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고 앞으로 문제없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데, 나가겠다고?"

"현실적으로 생활도 어렵고 처자식이 있는 몸이라..."

"자네 그렇게 안 봤는데, 사람이 이렇게 나약해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나? 창업초기에는 다들 힘들고 어려운 거 모르나? 빌게이츠도 차고에서 시작했잖나? 이번 고비 넘기면 이사로 승진시켜 주고 분사하면 계열사 사장자리에 앉히려고 자네를 늘 생각하고 있다는 거 모르나?"


그렇게 친구 녀석은 조금만 참아바로는 말에 또 몇 개월을 더 근무하고, 또 근무하고 그렇게 회사를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이젠 쉽게 자리를 옮길 수 있는 나이도 아니었고 새로운 곳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것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회사를 나가자니 불안하고 그냥 있자니 자신의 신세가 한심할 따름이었다.


회사의 위기상황,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번 고비만 잘 넘기면 된다는 경영자의 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사실 앞으로 회사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그리고 어떤 방법이 가장 최선의 선택이 될지에 대한 예상은 직원들도 대략 알고 있는 바이다. 이런 상황에서 매번 미봉책으로 이번 고비만 넘기면 된다고 돌려대는 땜질식 핑계는 오히려 직원들로 하여금 경영자를 불신하도록 부추기는 꼴이 된다.


경영자는 당장 사람은 필요하기 하지만 그에 합당한 대우는 해줄 수 없는 상황에서 "이번 고비만 넘기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으로 직원에게 말해서는 안 된다. 특히 회사의 정보가 소수의 경영진에게만 독점되어 있는 상황이라면 이런 말은 더욱 야비한 방식이 될 수 있다.


*직장인 솔루션

"이번 고비만 넘기면 된다."는 말의 진위 판단하기.

중요한 사실은 이제까지의 고비를 넘기지 못한 회사는 앞으로의 고비도 넘기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어떤 조직이나 고비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고비를 넘길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과 방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말은 나온다면 신뢰하기 어렵다. 따라서 직장인들에게는 자신의 다음 행보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반면 개방된 정보를 바탕으로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위기에 대해 협의할 수 있는 민주적인 문화를 보유한 조직이라면 믿어보는 것도 좋겠다. 회사가 곤란함을 겪고 있을 때 나 혼자 살겠다고 뛰쳐나오는 것이 요즘 세태이지만 위험을 감수하며 고군분투하는 것도 향후에는 좋은 재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행복한 일터의 조건' 저자 심윤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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