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돈다돌아 Jun 13. 2018

습관의 재발견

모두 아는 습관의 중요성, 잘 모르는 작은 습관의 법칙



1.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가는 이유


   우리는 누구나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습관이 얼마나 변하지 않는지도 잘 알고 있지요. 스티븐 기즈의 "습관의 재발견"은 우리의 습관이 왜 그렇게 변하지 않는지, 가열찬 동기부여에도 불구하고 좋은 습관을 가지려는 노력이 왜 번번이 실패하고 마는지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습관의 형성에 관여하는 뇌 하위기관의 역할, 동기 부여 전략의 허구성, 내구성이 심하게 약한 의지력 등이 주요 요소입니다. 이 중 뇌 하위기관의 역할과 메커니즘의 설명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우리 뇌를 지배하는 강력한 기저핵이 있고, 이는 하던 대로 하도록 종용하는 역할이라고 합니다. 극히 보수적인 기관이며 뿌리 깊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인간의 두뇌 중 특정 부위는 아주 멍청하다. (중략) 더 큰 문제도 있다. 바로 이 멍청한 부위가 장기적으로는 나머지 뇌 전체를 지배하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일정한 패턴을 인식하고 반복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이 부위의 이름은 바로 기저핵(basal ganglia)이다. p64


   한편 변화의 여지를 만드는 부위는 전전두엽입니다. 매우 영리한 부위인 전전두엽은 기저핵을 무시하고 장기적 이익과 올바른 의사결정으로 좋은 습관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 됩니다.


한편 뇌에는 매우 영리한 부위도 있다.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이라 불리는 이 부위는 이마의 바로 뒤에 있다. 이것은 어떤 행위의 장기적인 이득과 결과 등을 이해하는 일종의 ‘관리자’로서, 다행히도 기저핵을 무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단기적 사고와 의사결정을 담당하기도 한다. (중략) 따라서 습관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전전두엽이 원하는 바를 뇌의 나머지 부위들이 좋아하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p65   


  좋은 습관을 위한 우리의 눈물 나는 노력이 대체로 실패로 돌아가는 이유 중 하나는 동기부여라는 변화 전략입니다. 동기와 의욕은 장기적으로 오래 유지되지 못하는 대표적인 요소기 때문에 습관이 형성되기까지 버텨내지 못한다는 설명입니다. 저자는 대다수의 자기계발 책에서 강조하는 동기부여 전략을 과감히 씹어 돌림으로써 기존의 자기 계발서와 자신의 전략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극적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동기부여보다는 의지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하는데 여기서 문제는 의지력이란 내구성이 너무 약해서 금세 소모되어 사라지고 만다는 점입니다. 아니 그러니까 어쩌란 말이냐고?라고 생각할 무렵, 저자는 이 의지력이 거의 소모되지 않는 방법을 사용하면 되지롱? 하고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는데(사실은 책의 첫머리부터 강조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흐름에 의하면) 좋은 습관의 단계를 잘잘잘 잘게 잘라서 작은 습관으로 만들라는 것입니다. 즉, 습관의 재발견이란 "작은 습관"으로 치환해서 반복 시도함으로써 몸에 완전히 익힐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을 말합니다. 






2. 작은 습관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저자는 작은 습관이 그저 목표를 조금 줄이는 수준으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더욱 세밀하게 팍팍 자르라고 합니다. 기저핵이 반응을 못할 만큼 치사하게 잘게 말입니다. '응? 그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잖아 알아서 해.'라는 반응을 이끌어 낼 정도의 소심하게 하찮은 수준으로 작은 습관이라고 설명합니다.


   매일 3km 거리를 조깅한다. 뭐 이런 목표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달성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일단 3km 정도 뛸 생각을 하면 벌써 힘이 들다는 생각에 얼굴이 일그러지니까요. 그 정도야 껌이지.라고 생각하신다면 이미 당신은 좋은 습관을 장착한 사람!


   그래서 나의 뇌를 속이자는 겁니다. 거의 사기꾼 수준이죠. '어이, 뇌, 그냥 신발 신고 집 앞까지만 가볼까? 힘들면 그냥 들어오지 뭐'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그러면 그 정도야 뭐.. 하면서 나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왕 나갔으니 조금만 뛰어볼까?라고 생각하면서 뇌의 거부감을 줄여주면 훨씬 멀리까지 뛸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만약 뇌가 안 속으면 그쯤에서 돌아오면 그만이고 내일 다시 시도하란 것입니다. 


   그러므로 근본적으로 '작은 습관'이란 내가 나의 뇌에게 사기를 치라는 것입니다. 살살 꼬드겨서 원하는 바를 이루도록 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기저핵이 그 습관을 늘 반복하는 원래 나의 습관으로 받아들일 때까지 반복하면 습관 장착에 성공한다는 것입니다. 


작은 습관은 근본적으로 뇌를 속이는 꽤 단순한 속임수와 같다. 하지만 시작에 가치를 두고, 행동이 동기보다 선행하게 하고, 작은 발걸음이 쌓여 거대한 도약이 될 수 있다고 믿는, 하나의 인생철학이기도 하다. p218






3. 그래서 우리는 작은 습관 전략으로 삶을 바꿀 수 있다?


   제 결론은 "모르겠다"입니다. 안된다고 하기는 조금 뒤통수가 땡기지만 막상 시도를 해보니 의외로 기저핵인지 뭔지가 멍청하기만 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잘 안 속아요. 니미, 저의 청순하고 정결하며 거룩한 뇌는 스스로를 속이는 것에 거부감이 있기도 하고, 속여야 하는데 '내가 너 이렇게 속일 거야~~'라고 미리 설명해주어서 안 속는 것만 같은 느낌입니다. 


   작은 습관 전략의 핵심이 전전두엽이 기저핵을 속이고 의지력이 고갈되지 않는 수준의 쉬운 목표의 반복으로 작은 습관 이어붙이기가 "좋은 습관"을 형성해서 인생의 위너가 된다. 뭐 이런 건데 말입니다. "속이고"에서 벌써 막힌다니까요. 해 보세요. 속나 안 속나.. 안 속아, 안 속아. 아무나 막 속일 수 있으면 사기꾼이라는 전문 직종이 생겼겠습니까? 


   그러나 습관을 형성하는데 이런 식의 접근법도 무척 신선하고 기발하다는 생각은 하게 된 책으로 나름의 의미는 있었습니다. 근데, 습관은 안 바뀔 거 같기는 합니다. 아직까지도 다리 일자로 벌리기와 팔굽혀펴기를 이삼일에 한 번꼴로 하고 있는데 한번 적용해보려고 합니다. 물론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요. 




매거진의 이전글 한국 창작 SF의 거의 모든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