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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다돌아 Jun 16. 2018

K 박사의 연구

한국 최초의 SF로 추정되는 김동인 선생의 엉뚱한 단편소설



1. 한국 최초 SF 소설


   최근에 경주 불국사 인근 동리, 목월 문학관에 다녀오면서 김동리 선생에 대한 관심이 조금 생겼습니다. 그러던 중에 SF의 역사에 대한 아티클을 읽다가 한국 최초 SF 소설은 아직까지 정확하게 연구가 되지는 않았지만 대체로 김동인 선생의 "K 박사의 연구"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그리하여 "김동리"와 "SF"라는 저의 관심 키워드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이 소설을 읽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이 소설을 다 읽고 리뷰까지 쓰고 나서도 이 소설은 "김동인", 제가 다녀온 것은 "김동리"라는 것을 모르고 그냥반이 그냥반인 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친일행적 Vs 친일거부로 나뉘는 민감한 이 두 냥반을 한 사람으로 오인하는 대소동을 혼자서... 지인께서 알려주지 않았다면 저는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착각을 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껄껄...

   여튼, 이 소설을 과연 SF 소설이라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에 부합하는가의 문제는 조금 고민할 여지가 있긴 하지만, 어쨌거나 SF 소설이 맞다고 할 요소가 많습니다. SF 과학소설이 "과학적 사실, 이론, 추론에 근거한 상상 속의 이야기"라고 본다면 "K 박사의 연구"는 그렇습니다. SF 소설이 맞습니다.






2. K 박사는 도대체 무엇을 연구했나?


   김동리(말고 김동인) 선생이 활동하시던 당시에도 인구의 증가와 식량의 문제가 대두되었던 모양입니다. 소설의 테마는 늘어나는 인류의 식량난 해결을 위한 대체식품 개발에 관한 고민입니다. 여러 가지 제안이 가능한 문제인데 김동리(선생말고 김동인) 선생은 재미있게도 오우 Shit! 덩을 재가공해서 먹는 식품을 개발하면 어떨까? 하는 엉뚱한 설정을 생각해냅니다. 


   사실 심리적 저항감은 하늘을 찌르지만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그리하여 이 소설은 당시 사회적으로 식량부족을 해결하는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함은 물론 그중 하나인 덩 재활용 문제에 대한 화학적, 식품영양학적 고찰에 들어갑니다. 그리하여 덩의 구성은 물론 에너지 함유량 등을 소설에서 제시함으로써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덩을 재가공하는 상세한 방법은 소개하고 있지 않습니다. 읽으면서 토하지 않도록 독자를 배려한 것인지, 그 이상의 과학적 지식은 없어서 인지 알 수는 없지만 참으로 발칙한 상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독자가 이 소설을 접할 때 인류의 식량문제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함과 동시에 속이 뒤집어지면서 피식피식 웃을 수밖에 없도록 하는 이 소설은 짧지만 의미 있는 소설임은 분명합니다.






3. 1900년대 한국 소설을 읽는다는 것에 대해...
 

  아주 짧은 소설이고 김동리(선생말고 김동인) 선생의 대표작 축에도 끼지 못하는 작품이기는 합니다. 그래도 우리 작가의 현대 소설을 읽는 느낌은 색달랐습니다. 어린 시절에 읽었던 어렵고 이해 안 되는 고전소설에 대한 편견 때문에 정작 고전과 가까워지기 어려운 것처럼 교과서에서나 만나 공부할 대상으로 먼저 만났던 1900년대 국내 소설을 그저 재미로 읽어보니 의외로 읽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특히 아이들 전래동화에서나 만나던 '~했더라'식의 구어적 어투는 무척 반갑고 구성졌습니다. 고전소설을 읽으려고 노력을 기울이는 만큼 국내 작가의 광복 전후 소설 등도 관심을 가지고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동리(선생말고 김동인) 선생의 엉뚱한 상상이 인상적인 이 소설은 식사 전후에는 읽어선 안될 구토 유발 소설이긴 하지만 그래도 무척 재미있고 의미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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