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자네티의 "영화의 이해" 책 리뷰
루이스 자네티의 [영화의 이해]는 아마도 기초 영화 이론서로서는 가장 많이 팔리고 널리 읽힌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전부터 한 번쯤은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만 하던 바로 그 책입니다. 책쟁이들은 뭐든 책으로 이해해야 하는 강박이 있습니다. 그저 흥미 위주로 영화를 보지만 그래도 영화가 뭔지 최소한의 기본 지식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누구도 묻지 따지지도 않는 쓸데없는 강박이랄까?
영화 리뷰를 잘 써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 몫을 했던 것 같은데, 인간적으로 영화리뷰를 잘 쓰기에는 영화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떨어져서 당장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 책은 잘 아느냐라고 묻지는 말아주시길...
여튼 영화를 책으로 이해하기 위해 가장 기초가 되는 책이 무얼까? 찾아 보다가 이 책을 사게 되었고, 심지어 절판된 구간과 최신판 두 권이나 소장하게 되어 이 쯤되면 읽어주는 것이 이 책에 대한 예의가 아닌가 싶은 생각도 있고, 뭐라도 좀 배울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루이스 자네티"라는 이름이 뭔가 멋있으면서도 신뢰가 가는 그런 느낌이랄까? 이정도면 이 책을 읽을 이유는 충분하지 않나 싶습니다.
적어도 이 책은 영화와 관련된 전 분야에 걸쳐 기본적인 개념과 용어 설명, 구체적인 작품을 통한 풍부한 예시로 영화 이론에 입문하는 이들을 돕고 있습니다. 촬영 기법부터 미장센, 편집법, 음향, 연기, 스토리 등을 포함해 이데올로기와 비평까지 세분화된 분야로 친절히 설명하는 특화된 기초 이론서임은 틀림없는 것입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 중에 특별히 조금 더 이론을 이해하고 깊이 즐기고 싶은 분들이나 영화, 시나리오 관련 공부를 하시는 분들에게는 필독 입문서가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복잡 다난한 영화관련 용어와 이론이 챕터 별로 잘 구분되어 설명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하여 분야별로 하나하나, 차곡차곡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게다가 이론 반 영화 소개 반이라고 해도 될 만큼 다양한 영화를 적재 적소에 소개하고 있는데, 책을 읽으면서 등장하는 명작을 저자의 설명 포인트에 입각해 감상한다면 더욱 즐겁게 영화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실제로 읽고 나니 뭔가 똑똑이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는 합니다. 이 느낌이 딱히 어디다 써먹을 때가 있는 느낌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휘발성 메모리를 장착한 저로서는 읽은 내용을 잘 기억하고 있을 자신이 없습니다. 기왕 읽고나서 우리끼리 하는 얘기지만 이 책 읽을 시간에 좋은 명화를 몇 편 보는 것이 더 도움이...
사실 이 책의 애매한 지점은 바로 거시기 하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거시커니 이 책은... 에.. 또... 길고 지루해요.
특수한 목적이 있어 영화의 이론에 대해 정리할 필요가 있으신 분들은... 거. 뭐. 이미 다들 읽으셨겠지요. 그렇지 않더라도 이런 책 따위 평소에 읽어보겠다는 상상 자체를 아예 안 해보신 분들 중에 '아, 저런 책도 읽을 수가 있구나!' 라며 깜딱 놀란 분들이 있으시다면, 게다가 심지어 더우기 놀랍게도 '심심한데 그럼 나도 한번 읽어볼까?'라는 신묘막측한 생각을 하신 분이 있으시다면...
일단 사세요. 그리고 책장에 잘 꽂아 두세요. 그러다보면 가끔 볼 때마다 '내가 미쳤지. 이 책을 왜 샀을까?'라며 후회하는 일이 반복될 겁니다. 그러나 추웅분히 시간이 지나고 드럽게 심심하고 지루한 나날들을 보내신다면 '이거라도 읽어볼까?'라며 꺼내 읽어 보시는 겁니다. 마, 이 책은 그 정도의 강도로 추천을 드릴만 하다고 설명드릴 수 있겠습니다.
반복해서 설명드리자면 굳이 "영화를 책으로 배웠어요"라고 할 이유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사실 하등 필요가 없는 책이기도 하고 그저 흥미가 생겨 읽기에는 내용이 너무 길고 지루한 그런 책이 되겠습니다. 하지만 읽고 나면 뭔가 소중한 것을 배웠다는 생각과 함께, 뭔가 나도 영화계에 살짝 발을 걸쳐 둔 유관계자처럼 느껴지는 마법같은 효과는 있습니다.
굳이 읽으시겠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각 단락을 훌훌 훑어보면서 용어 정의나 설명 위주로 빠른 속도로 읽어보다가 특별히 관심이 있는 부분만 주의를 기울여 읽는 방식이 적합한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발 그러는 너는 왜 읽었냐? 라고 하지는 말아주시길. 마, 사람마다 각자 말못할 사정이라는 것이 있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