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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다돌아 Apr 10. 2020

2050년이 되면 지구에 거주할 수 없어질까?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 [2050 거주불능 지구] 책 리뷰




1. 불편함을 넘어 현실로 다가온 대재앙 : 지구온난화


미국 부통령 앨 고어의 다큐멘터리 환경 리포트 "불편한 진실"을 보고 깊은 충격을 받은 지도 벌써 10년 이상이 흘렀군요. 그 영상 속 그래프에서 본 수치들은 매우 극적이어서 마음이 심히 불편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제가 했던 행동이라는 것이 이 영상의 내용을 반박하는 측의 주장들을 찾아보며 '그래, 지구 환경이 그렇게 갑자기 나빠질 리가 없지. 우리 자식이나 손자뻘 때쯤 가면 좀 나빠질지도 모르겠지만..'이라며 애써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었습니다.


십 년이 넘는 시간이 지난 시점에 지구온난화라는 대재앙의 실체에 대해 자세히 풀어낸 책 [2050 거주불능 지구]를 읽고 보니 저만 외면했을 뿐 지구는 꾸준히 온도 상승을 성실히, 극적으로 해 오고 있었습니다. 물론 인간들의 무지한 행위에 대한 결과로 말입니다. 세상 모든 만물에는 액션이 있으면 리액션이 있기 마련입니다.


[2050 거주불능 지구]는 <뉴욕 매거진>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가 2017년 자사 매거진에 기고했던 환경 리포트 [거주불능 지구]를 더욱 상세히 풀어내 출간한 책입니다. 이 책은 "상세히"라는 단어에 방점이 찍히는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구체적인 데이터와 이론과 예시 등이 빡빡하게 가득 실린 책입니다.


지구온난화는 오래전부터 예고되어 왔습니다. 누구도 모른척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나 오히려 지엽적인 문제라 할 수 있는 원자력 발전이나 미세 플라스틱 문제 등은 국가적 차원에서 신경을 쓰는데 비해 기후변화 부분만큼은 개인은 물론 나라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외면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그러나 관심을 가지고 문제를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숨이 턱 막힐 만큼 긴박하고 심각하고 총체적인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차지하더라도 일단은 무엇이 어떻게 문제가 되는지 "아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 책 [2050 거주불능 지구]는 지구온난화 현상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이며 기후재난이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고 얼마나 많은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해 꼼꼼하게 정리해 알려주고 있는 책입니다. 하아...





2. 지구온난화 현상이 초래할 전방위적 변화들



지구온난화 현상에 대해 다양한 방면으로 자료를 조사하고 전문가들과 인터뷰를 거치며 체계적으로 정리한 저자는 지구온난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우리 인류가 겪어야 할 변화들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상세히 설명합니다. 너무 빨리 더워져 폭염으로 고통받을 것이고, 빈곤과 굶주림이 닥칠 것이며, 빙하가 녹아내려 많은 도시들이 바닷속으로 가라앉을 것이라고 합니다. 최근에 곳곳에서 발생하는 산불쯤은 '불장난' 수준으로 여겨질 정도로 산불이 심해질 것이고, 각종 대형 재난이 일상화될 것이라고 예견합니다. 가뭄으로 물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고 바다의 순환 시스템이 붕괴되어 대멸종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도저히 마실 수 없을 만큼 공기가 오염되고 더 강하고 빠른 독한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들이 나타날 것이며 이런 각종 재난들로 인해 경제는 무너지고 국가 간 개인 간의 자원전쟁이 발생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 모든 문제들이 미래의 자원을 끌어다 미리 써버린 현 인류가 만들어낸 인위적인 온난화의 결과이며 그로 인해 인류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들이 모두 사라져 버리는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독자 입장에서 느끼는 진정한 문제는 저자의 대재앙 스토리가 과거처럼 그저 회피해버리거나 과대망상에서 나온 헛소리라고 치부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는 너무 설득력이 있으니까요. 이미 현실에 다가오는 변화가 피부로 느껴지면서 급격한 변화의 변곡점을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 합리적이라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급격한 기후변화의 시대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의 문제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이 날카롭습니다. 단순히 이윤을 추구하는 거대 에너지 기업을 비난하는 것으로 충분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정치인 또는 정치집단을 비난해서 끝나는 문제도 아닙니다. 개인의 행동으로 해결될 만큼 개인 차원의 문제일수도 없습니다. 그만큼 옴짝달싹하기 힘든 심각한 지경에 와 있다는 것입니다.


현세를 지배하는 자본주의 제도가 흔들릴 만큼 치명적이며 마치 판타지처럼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구원자로 등장했던 기술은 비용과 효용성의 한계에 막혀 실용성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어떤 불편한 상황과 모순을 겪어도 '역사는 큰 흐름으로 보면 항상 진보한다'라는 믿음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무서운 진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저자는 해결이 요원한 거대한 문제 앞에 인간의 자연스러운 반응이기도 한 종말론적 사고와 태도, 회피와 금욕주의는 물론 여기에 한 술 더 떠 기왕 망친 거 될 대로 되라며 아예 '체념'해 버리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지구온난화라는 실체적 화두 앞에 일어날 다양한 변화들을 빠짐없이 꼼꼼히 짚어보고 있습니다.


이런 디테일한 내용들을 접하면서 일상을 살아가는 한 개인으로써 내가 하는 일련의 에너지 최소화, 자연보호 행동 등이 크게 영향도 줄 수 없으면서 책임 회피에 불과할 수 있고, 자기만족적 행위를 넘어서기 힘들다는 지적까지 받아버리니 그야말로 넉다운, 아노미 상태에 빠져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한 챕터 한 챕터 넘길수록 가슴이 답답하고 뒷골이 땡기면서 잠이 쏟아지는 자기보호회로가 작동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 무서운 책인 것입니다.






3.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이 어려운 두 가지 핵심 요소와 남겨진 과제


이 책에서는 지구온난화 문제가 난제이며 해결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요소에 대해 나열식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것들입니다. 그러나 일반 독자가 꼼꼼히 따지며 읽기에 지나치게 심각하고 복잡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훨씬 간단하고도 쉽게 설명한 내용이 기억납니다.


"외계지성체의 방문과 인류종말의 문제에 관하여"라는 책은 외계지성체라는 단어 때문에 외계인에 대해 쓴 터무니없는 책일 것이라는 선입관을 가질 수 있는 책이지만 후반부에서는 "인류종말의 문제에 관하여" 매우 거시적이면서도 명료하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애초에 환경 문제가 대두되게 된 데에는,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데에는 세 개의 낯익은 주범이 있습니다. 하나는 경제적 요인으로, 과생산•과소비를 지향하지 않으면 몰락하는 현재의 시장자본주의입니다. 둘째는 정치적 요인으로서, 민주주의 체제입니다. 정부가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지 않으면 선거를 통해 정부를 바꿔버리는 체제지요. 셋째는 국제관계적인 요인으로, 국가 이익을 우선시하고 국가 간 경쟁 체제 속에서 범국제적 기후협약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민족국가 체제입니다. p220 

"외계지성체의 방문과 인류종말의 문제에 관하여. 최준식, 지영해. 김영사. 2015


지영해 교수는 환경 문제가 경제적 관점에서 자본주의, 정치적 요인으로 민주주의 체제, 국제관계적인 요인으로 민족국가 체제가 서로 맞물리면서 해결을 막고 있다고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요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또 하나의 거대한 문제는 개개인이 지구온난화 현상에 대해 절대적으로 무지하다는 점입니다. 문제를 깨달았다 하더라도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딱히 없을 만큼 사안이 크다 보니 눈을 닫고 이를 외면하는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점입니다. 보다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 적극적인 환경운동가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거짓과 선동으로 치부하며 적극 거부하는 태도를 취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고 있듯이 말입니다. 이렇듯 가장 큰 불안 요인은 인간 자체입니다. 인간의 판단과 행동은 결코 이성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으며 지나치게 다양한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입니다.


거대한 문제를 신랄하게 지적하는 책일수록 사안이 지닌 문제점과 모순에 대한 화려하고 자세한 설명에 비해 대안과 해결책 제시가 허술하거나 하나 마나 한 일반론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책 역시 이런 한계를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저자가 이 책을 쓴 의도는 대안과 해결책 제시보다는 기후재난이 가진 심각성과 긴박함을 널리 알리는 데 있다고 보면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아쉽게도 저자는 스스로 제기한 환경재난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이 문제가 가진 구조적인 난점에 대해 국가를 초월하는 전 지구적 체제가 등장할 것이라는 낙관적이고 막연한 전망을 내놓습니다. 게다가 인류 원리 개념을 끌어와 지구상의 온 인류가 '한 사람'처럼 생각해야 한다는 언 듯 생각해도 일어날 수 없는 방식의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그 이상의 답이 없는 문제이기는 합니다만, 온 인류가 '한 사람'처럼 생각할 수 있다면 애초에 지구상에 환경재난 문제 따위는 일어나지 않았겠지요.


아무쪼록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종말적인 상황이 도래하기 전에 전 지구적인 관점에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해결책에 대한 공통의 행동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물론이고 제 아이들이 아름답고 살기 좋은 지구에서 번영과 평화를 누리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두가 이 책을 읽어보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비록 답답하고 답이 없는 것 같더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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