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지구, 물러설 곳 없는 인간] 책 리뷰
1. 지구의 환경문제, 어디까지 와 있나?
인류는 산업화를 기점으로 브레이크 없는 폭주 기관차처럼 지구 자원을 사용해왔습니다.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삶을 편리하고 쾌적하게 해 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신중하지 못한 개발과 개선에는 늘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인간은 그동안 산업화의 엄청난 부작용인 환경 오염 문제를 외면해왔습니다.
신중하지 못한 인간들의 욕망은 미묘한 환경의 변화로 이어졌고, 그 결과 기존에 없던 자연재해와 기후변화로 인한 문제들이 발생했습니다. 이전까지 피부로 느끼기 어렵던 지구 환경의 변화는 더 이상 후대의 일로 미뤄버릴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사실 누군가가 나서서 책임지고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이제는 모두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함께 해결해 나가기 위해 노력해야만 할 시기입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이 책 [위기의 지구, 물러설 곳 없는 인간]은 독자들로 하여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자연재해의 종류와 형태, 현황으로부터 미세먼지, 온난화 등의 기후변화 문제의 현주소는 물론 인간의 지구 난개발로 인해 발생한 거대 쓰레기와 자원 부족의 문제까지 차근차근 알려줍니다. 저자는 주요 정보들만 깔끔하게 정리해 교양 강의로 생각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꼭 필요한 정보만 효과적으로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지점은 지구의 환경문제를 다양한 측면에서 소개하는 데 있어, 공학적 관점보다는 과학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최근에는 이처럼 지구환경에 대해 즉각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인위적으로 환경을 조절하려는 지구 공학적 접근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사실 모든 환경문제는 과학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중략) 지구환경이 작동하는 원리에 대한 면밀한 과학적 이해 없이 성급하게 인공적인 환경 조절을 시도하는 것을 우리 모두 경계해야 한다.
p105
개인적으로 환경문제와 해결책을 떠올릴 때, 한 번도 과학적 접근과 공학적 접근의 차이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저자는 과학과 공학의 접근 방식 차이를 매우 강조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지구를 개발한다는 명목하에 인류가 해온 일들 중에 충분한 과학적 검토 끝에 진행한 것이 얼마나 있을지 회의가 듭니다. 환경 문제는 정확한 이해와 결과에 대한 사려 깊은 고민 끝에 이뤄져야 할 일입니다.
그뿐 아니라 기술은 과학과 공학에서 제공할지라도 정작 결정은 정치적, 경제적 이유로 이루어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가 처한 민주주의, 자본주의, 국가주의 등의 구조적 한계가 지구환경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 400년 만에 모두 소모해버린 지구라는 거대한 배터리
지구는 오랜 기간 조화를 이루며 자연환경을 지켜왔습니다. 다양한 자원을 축적해온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환경 문제에 관해서는 놀라운 지점은 인류가 짧은 시간 안에 지구가 오랜 시간을 걸쳐 축적해둔 에너지 자원을 "거의 모두" 소모해버렸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지구는 마치 급속 방전된 배터리와 같은 처지가 되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인류의 이 같은 결정과 행동으로 인해 역사적인 기후변화와 각종 재해로 인한 위기가 찾아왔고, 이 와중에 각종 사회와 국가의 대립과 갈등이 더욱 증폭되는 악화일로에 와 있는 것을 지적합니다.
지구 자원 고갈과 심각한 환경공해의 시대를 맞아 이제라도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지혜를 맞대야 하는데 현실은 결코 녹녹치 않습니다.
현재 우리의 지구 사용 방식은 수십억 년 동안 충전된 배터리를 400년도 안 되어 모두 소모해버리는 것과 같다.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
p265
이를 심각하게 바라봐야 하는 것은 지구가 오염되고 재기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을 때 우리 인류는 지구를 버리고 다른 곳에 정착하는 방식의 플랜 B가 없다는 점 때문입니다. 새로운 우주 개척지를 수십 년 내에 개척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매우 낮아 보입니다. 화성을 개발해 인류가 이주한다 하더라도 화성 개발을 위한 자금과 각종 자원은 지구에서 공급해야 하는데, 이처럼 부족한 자원 상황에서 화성 개발 사업 따위에 재원과 자원을 넉넉히 투자할 국가와 단체는 없어 보입니다. 한번 살림이 어려워지면 대안을 마련하기에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이 일반적인 형편이기 마련입니다.
불완전하지만 어려운 국면에 처했을 때 항상 돌파구를 마련해왔던 인류가 이런 전 지구적 난국을 맞아 어떤 해결책을 찾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막연하게 가져왔던 환경 오염 문제, 지구 온난화 문제를 넘어서는 총체적인 문제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다 보니 지구환경 개선에 대한 전망은 매우, 심각하게 어둡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3. 지구환경의 마지막 희망, 바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현재 발생하고 있는 각종 문제점과 어려움을 나열하는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체로 문제점을 고발하는 형식의 책들에 가장 큰 아쉬움은 결론과 대책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문제 제기만 화려한 용두사미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인데, 이 책 [위기의 지구, 물러설 곳 없는 인간]은 해결책과 희망은 분명히 있다고 강조하면서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저자에 따르면 지구환경문제의 마지막 남은 보루는 인류가 아직까지 속속들이 알지 못하고 있는 미 개척지 심해, 바다입니다.
재앙과 같은 자연재해, 극단적인 기후, 플라스틱에 잠식된 해양, 소진된 자원과 에너지, 현재 인류는 무분별한 발전의 죗값을 치르고 있다.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이제 우리는 바다로 나가야 한다. 바다를 잘 아는 자만이 지구를 구할 수 있다.
p199
저자는 책의 중, 후반부를 바다가 가지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알리는데 할애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자가 하고 있는 일이 해양을 연구하는 것이니 그렇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공간이란 이제 바닷속밖에 없지 않나 생각됩니다. 저자가 희망적으로 예측하는 중요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무궁한 자원과 환경의 보고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입니다. 게다가 기술의 발달로 인해 보다 정밀한 관측이 가능하게 되었고,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하기에도 용이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과연 인간들이 그동안 해오던 미래가 없는 무분별한 자원 낭비의 패턴을 반성하고 해양자원에 있어서만큼은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인지에 대한 믿음은 별로 생기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유독 해양 자원 문제에 있어서만 모든 정책 입안자와 행정가를 비롯한 과학자 등이 자국의 이익이나 특정 자본 집단의 이해득실에서 벗어나 인류 공영의 길을 선택할 하등의 이유가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수많은 환경보호와 지속 가능한 지구 만들기 이슈에 대해 각 국가들이 해 왔던 결정들을 생각하면 더 미래가 없어 보입니다.
분명 가능성을 제시해 주고 있고, "바다"라는 마지막 남은 최후의 보루에 대해 설명하면서 희망을 주고 있지만 저자의 전망이 다소 이상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또 배우고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정책 입안자와 각국 지도자들이 이에 반하는 결정을 할 때 목소리를 내고 우리의 후세대를 생각하는 바른 결정을 하도록 감시하고 힘을 모을 수 있을 것입니다. 깨어있고 행동하는 바른 인류를 위해, 자연환경과 자원 사용의 문제가 심각 일로를 치닫고 있는 이때에 반드시 세상에 나와야 할 좋은 교양서가 출간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