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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다돌아 Jul 08. 2020

10년차 추리소설가의 성장 분투기

조영주 작가의 [나를 추리소설가로 만든 셜록 홈즈] 책리뷰


1. 앞으로 쓰러지는 사람, 조영주 작가



만약 실패하지 않았다면, 당신은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입니다. 당신이 가져본 적 없는 것을 얻으려면 결코 해본 적 없는 일을 해야만 한다.


   영화배우 덴젤 워싱턴이 2011년 졸업식 연설에서 한 말입니다. 그는 수많은 실패를 겪고 쓰러질 때에도 뒤로 넘어지지 말고 앞으로 쓰러지라고 조언합니다. 그리고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으라고 말합니다. 


   저에게 조영주라는 작가는 덴젤 워싱턴의 연설 내용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입니다. 처음 7~8년 전 블로그를 통해 이 분을 만났을 때만 해도 제 눈에는 뭔가 정신없지만 재미있는 초보 작가에 불과해 보였습니다. 처음 만난 그의 소설도 "트위터 작가 설록수"라는 매우 생소한 스타일의 작품이었습니다. 읽는 재미는 있으나 가벼운 스타일의 책을 대하면서 한국 소설계에서 성공한 작가가 될 수 있을지 심히 걱정되는 느낌적인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때의 저는 한국 소설계가 어떤지도 몰랐으면서 말입니다. 


   당시의 조영주 자가는 감정 기복이 심해 보였는데, 개인 상황에 따라 SNS를 닫기도 하고, 다시 개설하기도 하고, 닉네임을 바꾸기도 하는 등 항상 뭔가 불안정하고 불안한 느낌을 주는 전형적인 작가적 특징을 가진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나치게 정상의 범주에 들어있는 저는 작가가 될 자질을 타고나지는 못했나 보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일본 장르소설을 번역한 작품들이 대세를 이루던 때인데다가 그나마도 마이너 장르인 추리소설을 쓴다는 사실만으로도 앞날이 심히 불투명하던 시기였습니다. 출판계의 현실은 더욱 나빠졌지만 장르소설은 오히려 대중화된 지금과는 상황이 달랐습니다. 


   그런 상황에도 조영주 작가는 꾸역꾸역 살아남아 하나 둘 작품을 발표해 나가더니 세계문학상도 받고, 소설뿐 아니라 에세이도 쓰는 작가로 성장한 것입니다. 자칭 성공한 덕후지만 누가 봐도 업계에서 한자리를 차지한 작가가 된 것입니다. 앞으로 더 활발한 활동이 기대되는 앞날이 창창한 작가기도 합니다. 한발 한발 나아가며 오랜 팬인 제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조영주 작가는 다양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버텨내고 계속 시도하며 결과를 만들어온 "앞으로 쓰러지는 사람"인 것입니다. 


이번에 깊은 나무 출판사에서 출간된 "나를 추리소설가로 만든 셜록 홈즈"는 이런 조영주 작가의 분투기라 할 수 있습니다. 추리소설가의 시작부터 어떻게 앞으로 쓰러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해 왔는지를 스스로 설명하는 글이 수록된 에세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2. 대관절 조영주 작가는 어떻게 지금의 소설가가 되었는가?

   조영주 작가의 에세이는 여느 소설가의 에세이와 결이 상당히 다릅니다. 차분하고 멋진 문장들이 가득 찬 아름다운 일상 에세이라기보다는 매우 솔직하고 처절한 일상과 내면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스타일입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이번 에세이도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의 경험과 속 사정을 매우 상세히 들려줍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조영주 작가는 문예 창작과를 졸업한 매우 정상적인(?), 정도를 밟은 작가 지망생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초반에는 뜬금없이 드라마 작가로 빠질 뻔한 초창기의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한동안 소설을 읽을 수도 없을 만큼 두려움에 빠졌던 과거의 상태에 대해서 참으로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미 밝힌 바 있지만 미미 여사의 "이유"라는 소설을 읽고 추리소설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스토리도 재미있습니다. 문예 창작과를 졸업하고 신춘문예를 목표로 삼은 것이 아니라 추리소설을 쓰겠다고 생각했다는 점도 사실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한 셈입니다. 대체로 그렇듯 성공은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사람에게 찾아옵니다. 그렇게 조영주 작가는 힘든 시기를 거쳐 업계에 잘 안착한 추리소설 작가가 되었습니다. 

   조영주 작가의 성장에 있어서 카페 홈즈도 빼놓을 수 없는데, 이 책에서도 카페 홈즈라는 장소에 얽힌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재미있게 소개되고 있어, 책을 읽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우여곡절을 거쳐 지금의 위치에 서기까지 조영주 작가의 분투기가 상세히 기록된 이 책은 그의 연대기를 정리한 역사서와 같은 느낌입니다. 

   이 책은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알았음에도 한 걸음 멀리 떨어져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던 개인적인 시간과 경험을 어느 정도 채워주는 맛에 있었습니다. 저에게 있어 조영주 작가의 에세이가 주는 특별한 재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작 에세이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도 좋아"나 "어떤 작가"에서도 느꼈던 부분이지만 작가의 일상 에세이는 독자 입장에서 막연하게 알고 있던 작가의 모습에 대해 조금은 더 내밀하게 알게 되는 계기가 된다는 매력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작가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은 독자에게 있어 큰 행복입니다. 직접 연락해서 물어볼 수도 있지만 작가와 독자의 관계는 오히려 책을 통해 소통할 때 또 다른 의미에서 기쁨을 줍니다. 작가는 책을 쓰고 독자는 리뷰를 쓰는 매우 막연하고 비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말입니다. 때로는 이런 원시적인 방법이 의외의 즐거움을 주는 법입니다. 




3. 에세이와 단편 소설집을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작품집

   "나를 추리소설가로 만든 셜록 홈즈"에는 작가의 에세이뿐 아니라 단편 소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제가 읽어본 에세이가 많이 않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상당히 이색적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런 구성이 에세이집을 좀 더 풍성하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마치 이 한 편의 에세이집만 읽으면 '조영주라는 소설가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떻게 추리소설가로 성장했으며, 실제로 어떤 글을 썼는지 예시까지 빠짐없이 확인할 수 있다!'라고 소개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절대로 '분량이 부족하니 단편 소설을 끼워 넣어서 채워보자!'라는 의도는 아닐 것이라고 믿어봅니다. 

   이 책에는 단편소설 "투명 인간의 크리스마스"와 "우비 남자" 두 작품이 소개되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약간 스릴러 느낌이 나는 "우비 남자"가 더 좋았습니다. 조영주 작가는 사실 추리소설뿐 아니라 순문학에 더 가까운 소설을 잘 쓰는 작가라고 생각하는데, 그 때문인지 전형적인 추리소설보다는 캐릭터를 깊이 분석하고 표현하는 스타일이 나타나곤 합니다. 우비 남자도 표면적으로는 추리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등장인물의 내면 묘사가 돋보이는 소설입니다. 

   만약 소설가를 지망하는 분들이 이 책을 읽으신다면 소설가로서의 마음가짐이라던가, 노력하는 모습, 실제 수록된 단편소설을 통한 작품 분석 등 큰 도움을 받으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나 시작은 불안하고, 해 나가는 과정에서도 확신이 없으며 노력해도 바로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쉽게 포기하고 현실적인 길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늘 '내가 이래도 되나?'를 반문하며 자신과의 싸움을 지속해온 조영주 작가의 모습은 이제 막 이 길에 들어서는 젊은 청춘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될 수 있겠습니다.

   길지 않고 금방 읽을 수 있는 에세이 "나를 추리소설가로 만든 셜록 홈즈"는 흥미로운 에세이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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