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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다돌아 Oct 20. 2020

여행 에세이의 효능을 가득 담은 충동적이고 위험한 책

여행 에세이 [어떤, 여행] 책 리뷰




1. 여행 에세이의 효능

   유시민 작가는 얼마전 여행 에세이 "유럽 도시 기행1"을 펴내며 "맥락 있는 여행 에세이, 쓰고 싶었어요"라고 했습니다. 유시민이라는 대중성과 팬덤 자체가 큰 힘이기는 하지만, 그의 에세이가 재미있는 이유는 셀수 없이 쏟아지는 에세이 속에서 유시민 만의 "맥락"을 선보였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유럽 각 도시를 사람으로 비유하며 공간과 인물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신선한 서술 방식 같은 것이지요. 사유의 힘과 필력이 바탕이 되는 것은 당연하고요.


   일반적으로 독자가 여행 에세이를 고를 때 기대하는 효능감이 있습니다. 대리만족감이 가장 큰 효능입니다. 갑갑하고 답이 없어 보이는 현실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일탈의 판타지를 즐기는 즐거움을 기대합니다. 그렇기에 과거부터 여행 에세이는 멋진 사진과 함께 감성적이고 촉촉한 이야기를 펼쳐내거나, 현실에는 없을 것만 같은 사랑의 세레나데를 적절히 포함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여행을 통한 성장기를 뭉클하게 적어내기도 합니다. 이 모든 방식은 독자들이 현실속에 일어나기를 기대하지만 막상 실행할 수 없는 아쉬움을 치환하는 방식으로 성장합니다.


   공가희 작가의 여행 에세이 "어떤, 여행"은 그 흔한 사진 한장 없는 '독특한' 여행 에세이입니다. 그럼에도 무척 공감하며 중간 중간 발췌까지 해가며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어떤, 여행"에는 다른 여행 에세이에는 없는, 차별화되는 "맥락"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형식적으로 특별한 차이는 없는 에세이지만, 여행을 하게 된 계기부터, 홀로 떠나는 여행 방식, 계획 자체가 없었던 무모한 용기, 수많은 사람들과 두려움 없이 어울리는 자유로움, 그 속에서 느끼는 감정의 솔직한 표현 방식 등이 하나의 큰 맥락을 이루고 있는 책입니다. 또한, 다양한 나라의 세세한 풍경을 오로지 '글로' 그려보여준다는 점에서 큰 매력이 있습니다. 책을 읽는 과정 중에, 읽고 난 후에 마음 속에 청량한 바람이 불어노는 느낌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출처 : 공 출판사 블로그(https://blog.naver.comthekongs)




2. 작가 공가희

   개인적으로는 공가희 작가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합니다. 전건우 작가님 북토크 자리에서 잠시 얼굴을 뵌 것이 전부입니다. 그러나, 작가가 에세이에서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낸다는 전제하에 글을 통해 어느정도 유추해볼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한 사람이 어떠냐를 이루는 요소에는 외향도 크지만, 내면이 중요하기 때문이고, 내면의 생김새는 보통 그 사람이 쓰는 글을 통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인간 공가희는 매우 용감하거나 무모한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힘들고 소진이 되는 느낌이 들더라도 차선책 없이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다들 마음속으로만 생각하지요. 과감히 회사를 그만두고 세계 여행을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많은 경우 로망으로만 남기고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합니다. '혹시 잘못되면 어떻하나?'라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일겁니다. 그리고 그 걱정을 이겨내고 행동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렇게 안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습니다. 


   젊은 여성이 홀로 국내도 아니고 세계를 여행하다니 이 또한 흔히 만나기 힘든 경우입니다. 아마도 주변에 지인들이 뜯어 말렸을 겁니다. 여러가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면서 말입니다. 공가희라는 인간의 여행 에세이가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이 양반의 선택과 행동 그 자체에서 오는 힘이라 할 수 있습니다. 휴직계를 내고 잠시 해외 여행을 다녀와서 느낌점을 적은 책이라고 한다면 굳이 그 책을 선택해서 읽어볼 필요를 느낄 독자는 거의 없을 겁니다. 인간이 타인을 평가할 때는 그의 말보다 선택과 행동을 주의깊게 봐야합니다. 그 사람의 행동이 가치를 정확히 대변해주기 때문입니다. 


   공가희라는 사람은 구차하고 각박한 직장인이라는 현실을 과감히 벗어나 새로운 세상으로 용감히 떠나온 사람입니다. 그 자체가 큰 의미가 있고,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줄 수 있습니다. 작가의 이력만으로도 책을 읽기전에 좋은 책일 것이라 기대하게 만듭니다. 저자의  용기와 태도에 독자들은 기꺼이 함께 여행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것입니다.

출처 : 공 출판사 인스타그램(https://instagram.com/kong_books)




3. 여행 에세이 "어떤, 여행"의 효능



   "어떤, 여행"은 일종의 대신맨입니다. 드러운 회사생활, 지긋지긋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으신 분, 그러나 현실의 장벽 앞에 말도 못하고 마음으로만 끙끙거리고 있는 분들을 대신해 드리는 그런 책입니다. "내가 임마, 느그 사장하고 밥도 묵고 임아, 어이~. 사표도 집어 던지고 하 했어 임마~" 하면서 현실의 무거움을 벗어 던지도록(상상하도록) 도와줍니다. 


   여성 혼자의 힘으로 여러가지 어려움을 이겨내며 즐겁게 세계를 여행합니다. 수 많은 사람들을 스치며 만나 느낀 감상을 담담하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너무 진지하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은 지점을 잘 찾아낸 밸런스가 훌륭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여행지에서 만나는 신선한 감정, 설레임과 즐거움을 잘 전해주고 있습니다. 생각지 못했던 해프닝에 놀라며 당황하고 가슴 졸이는 긴장감도 잘 전달됩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경험한 장소와 사람들에 대한 묘사의 생생함입니다. 글로 설명하는 장면들이 왠지 함께 보고 있는 것처럼 눈에 또렷이 보입니다.... 아니..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런 장점들이 모여 사진 한장 없는 이 여행 에세이가  즐거운 여행 가이드가 되고, 감동과 울림을 주는 메시지로 다가오는 것입니다. 좋은 메시지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메신저와 메시지 자체의 내용, 그리고 메시지가 작성된 환경 등이 조화를 이루었을 때 생성되는 것입니다. 그 메시지가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담겨서 전달될 때 메시지 자체의 효능이 극대화되게 됩니다. 이 모든 조화가 훌륭한 책입니다. 전문 작가와 같은 엄청난 문장력이 느껴지지 않더라도 독자의 마음에 와닿을 수 있는 힘이 있는 이야기가 좋습니다. 


   대리만족을 느끼면서, 언젠가 나도 저 공간에서 이 느낌을 직접 겪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지속적으로 들었습니다. 여행 에세이 "어떤, 여행"은 대리만족에 그치지 않고, 그 어떤 행동을 촉구하는 동기부여 서적 같은 느낌을 줍니다. '그만 불평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보면 어때?'라고 말하는 듯한 위험한 프로파간다 서적 같은 느낌입니다. 


   공 출판사의 책을 하나 하나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뒤통수를 스칩니다. 이 또한 생각에 그치지 말고 행동에 옮겨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출처 : 티티엘뉴스(httpwww.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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