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돈다돌아 Dec 07. 2020

새로운 스타일을 제시하는 사람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책

마스네 무네아키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책 리뷰



1. "태도"의 중요성에 대해...

얼마 전 잠실 월드타워에 새로 개장한 브랜드 서점에 책을 사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기존의 서점에서 벗어나 신선한 인테리어는 물론 각종 구즈와의 복합 인테리어로 보기에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었는데, 정작 원하는 책을 찾기가 너무 불편했고, 장서도 많이 부족했습니다. 대중의 취향과 시대적 흐름에 잘 맞는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뭔가 결정적인 것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곳을 돌아보면서 자연스럽게 일본의 츠타야 매장을 벤치마킹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츠타야 매장에 직접 가보지 못했지만 일본의 수많은 대중들이 그곳을 즐겨 찾고 기꺼이 팬이 되기를 자처해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났습니다. 도대체 츠타야는 어떻게 그런 공간을 만들어내었는지, 창업자는 어떤 철학을 가지고 남다른 성공을 이루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이 책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는 츠타야라는 브랜드를 만들어낸 저자 마스다 무네아키의 사내 블로그 글을 발췌 정리해 편집한 책입니다. 그런 만큼 저자의 생각이 비교적 생동감 있게 드러나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츠타야의 성공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은 아니다 보니 뭔가 잘 정돈되지 못해 한 권의 책으로써 완성도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평범한 브랜드 매장은 라이프스타일을 물건이나 제품으로 제안하지만, 츠타야는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는 이미지로 제안"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목표를 가진 수많은 회사가 존재하지만 유독 츠타야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는데는 이런 남다른 철학이 있기 때문이고, 이런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꾸준히 노력해왔기 때문이라는 점은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태도, 고객과 상호 윈-윈하는 태도, 언제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태도, 남들이 뭐라 하건 휘둘리지 않고 얽매이지 않는 태도, 내부 직원의 꿈과 역량을 키워 줄 수 있는 방향을 늘 고민하는 태도 등 일관된 그들만의 태도가 모여 츠타야라는 결과물을 완성해나갔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그뿐 아니라 좋은 기획으로 수익이 발생하고 성공하더라도 거기에 그치지 않고 늘 변화하는 고객의 니드를 파악하려는 적극적인 태도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한 번 파악하고 정리한 정보라는 것은 언제나 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않는 이상 츠타야가 고객의 취향에서 멀어지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2. "미지와의 조우"의 중요성에 대해...

마스다 씨의 글을 통해 조직 구성원을 대하는 그들의 철학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보통 수직적이고 경직된 조직에서는 한 업무에 익숙한 부하직원을 계속 같은 부서에 데리고 있고 싶어 합니다. 유능한 사원이 있으면 그 일을 계속 맡기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야 본인이 편하기 때문입니다. 마스다 씨는 이런 구시대적인 발상에서 가장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저자는 "미지와의 조우가 없으면 나의 성장도, 회사의 성장도 없다"라고 강조합니다. 같은 일만 해서는 아무런 발전이 없다는 것입니다. 해보지 않은 일에 도전해 부딪히고 경험할 때 개인의 성장을 꾀할 수 있고, 이는 곧 회사의 경쟁력으로 환원됩니다. 조직의 구성원이 성장한다는 것이 바로 조직이 성장한다는 의미라는 것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스다 씨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신입 사원을 오랫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놀리기까지 합니다. 이런 기간 동안 처음부터 고객의 입장에서 철저하게 생각하는 태도가 몸에 배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를 토대로 시간이 지날수록 큰 폭으로 역량이 늘어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또한 전혀 전공하지 않았거나 경력도 능력도 갖추지 못한 업무를 지원하는 직원이 있더라도 이를 허용해 주고 기회를 줍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본질적으로 시키는 일보다 스스로 좋아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일을 할 때 엄청난 역량과 성과를 발휘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인간에 대한 믿음이기도 합니다. 조직 구성원을 믿지 못할 때 수많은 규칙과 제한을 통해 통제하려 하기 마련입니다.


이런 식의 남다른 인사관리의 원천은 결국 마스다 씨 스스로에게 있는 것 같습니다. 본인이 처음 창업 때부터 일을 벌이고 덤벼들며 자신의 그릇을 비약적으로 키워 나갔던 경험, 약속을 철저히 지키고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면서 쌓아올린 신용의 결과를 스스로 보면서 함께하는 직원들도 자신처럼 해 나갈 수 있도록 복제하려 최선을 다 해왔다는 것입니다. 블로그에 올린 글이 꾸며낸 글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3. "시간과 공간을 바라보는 시각"의 중요성에 대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대체로 정반합의 원리로 차츰차츰 발전해 나갑니다. 그 시대에 정해진 논리와 규칙이 정해지며 안정되어 갑니다. 그러나 어느 시대건 완벽한 사회는 없습니다. 누군가는 남다른 시각과 행동력으로 그동안 하지 않았던 일을 합니다. 그런데 이때 대다수의 사람들은 기존 질서에 반하는 언행에 대해 비판하고 비난합니다.


다수가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이유는 변화를 싫어하고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안정을 추구하는 태도가 나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안정만 추구하면 발전이 없습니다. 누군가 먼저 뛰쳐나가는 사람이 있을 때 변화가 동반됩니다.


저자는 이런 남다른 시각을 실천할 때 다수의 사람들이 갖는 정서와 감정을 "위화감"이라고 표현합니다. 감정적으로 보면 "불안"에 더 가까우나 전체적인 인상을 생각하면 "위화감"이라는 표현이 더 적확한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남들이 안 하는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면 위화감을 느낍니다. 그동안 경험한 적 없는 발상과 새로운 시각을 접할 때 역시 위화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위화감은 오래 지속되지 않습니다. 위화감을 느끼던 대상에 많은 사람들이 차츰 익숙해지면서 오히려 좋은 점이 많다는 사실은 인지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새로운 질서가 기존의 질서에 편입하거나 대체됩니다. 이런 방식의 정반합을 통해 세상은 조금씩 변화해 나갑니다.


변화와 발전을 이끄는 "반"은 우리가 익숙해져 있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부터 출발합니다. 다르게 볼 수 있는 안목이 중요합니다. 저자는 이런 새로운 시각을 얻는 원동력을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정신으로부터 얻습니다. 이를 위해 새로운 곳을 찾아다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통찰을 얻고자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수많은 채널을 통해 다른 시각을 갖추려는 노력을 반복하면서 팬덤을 형성하고 지지를 받아 츠타야 고유의 스타일은 완성해 왔습니다. 저도 어떤 일을 하건 많은 사람들이 찾게 만들 수 있는 그런 시각을 갖고 싶습니다. 저자처럼 뛰어난 통찰력을 갖고 싶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고객의 취향을 파악하고 이끌어오며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해 온 츠타야가 과연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맞아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 자못 궁금해집니다. 한 공간에 모이기 어려운 환경이 강제된 시기입니다. 츠타야는 또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내놓을까요?


더 나아가 우리의 삶의 공간과 일터는 어떻게 변화할까요? 어떻게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남들보다 앞서는 길일까요? 대중의 취향을 흡수하고 그들도 모르던 취향을 설계하고 제안할 수 있을까요? 일본의 츠타야가 아닌 우리나라 환경에 어울리는 방향성을 누가 제시해 줄 수 있을지 매우 궁금합니다.

출처 : 히와타시 게이스케 시장 블로그


매거진의 이전글 장르적 결합과 캐릭터의 힘이 빛나는 하이브리드 소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