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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다돌아 Feb 15. 2021

일상의 분주함을 이겨내는 고전 명문장의 힘

임자헌 [마음챙김의 인문학] 책 리뷰



1. 인생을 지혜롭게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문학 시리즈


언제부터인가 장년뿐 아니라 청년은 물론 초등학생까지도 정신없이 바쁜 일상을 반복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뭔가 항상 해야 할 일이 있고, 정신없는 하루하루가 반복되다 보면 피곤하고 지치기 마련입니다. 제대로 쉬지 못하고 숙면을 취하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 늘 피곤함에 찌들어 사는 시대입니다. 육체적 피로보다는 정신이 늘 몽롱한 상태가 유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더욱 심각합니다.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시대가 되면서 이런 현상은 더 심각해지고 있는 듯합니다. 너무나 쉽게 다양한 자극에 노출되는 현대인들은 피곤함에도 잠드는 순간까지도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수많은 컨텐츠와 놀이감들이 가득한 손안의 장난감, 스마트폰 속 세상은 진정한 의미의 휴식과 여유를 빼앗습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복합적인 사고과정이 필요한 독서 같은 활동을 집중력 있게 하기 힘들어지고 단순한 재미와 자극에만 반응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됩니다. 차분히 사색하고 마음의 휴식을 취하는 방법을 잊어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순간에 의식적으로 힘을 내어 만나야 하는 것이 바로 인문학의 세계입니다. 인문학적 지식과 사색을 통한 쉬어가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멈춤과 재충전의 선순환은 내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자신과 만나는 시간을 가질 때 시작됩니다. 빠르고 정신없는 일상의 환경에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고전을 통해 나의 현재를 바라보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이런 고전을 읽고 거기에 담긴 옛 선조들의 삶의 지혜와 통찰을 고스란히 이해하고 내 것으로 담아내는 작업이 갑자기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자칫 무리하게 시도하다가는 몇 장 읽기도 전에 잠들어 버리거나 어느새 다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고전의 지혜를 얻음으로 삶을 돌아보기 위해서는 도우미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미술에 대한 지식 없이 미술관을 관람하고자 할 때 도슨트의 도움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고전을 오래 연구하고 그 의미를 파악하고자 노력해왔던 선배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포르체 출판사의 '날마다 인문학' 시리즈는 마음을 정돈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인문학적 도구를 제공해 주는 좋은 기획입니다. 그중 세 번째 책 "마음챙김의 인문학"은 지혜로운 삶을 살아온 옛 고전 속 인물들의 문장과 당시 상황을 조명해 봄으로써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대를 초월하는 통찰을 선사하는 책입니다. 저자는 고전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 그 문장들에 담긴 깊은 의미를 쉽게 해설해 줌으로써 충분히 삼키고 소화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습니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 문장이 쓰일 당시의 환경, 사회적 의미와 현대 우리의 삶에 적용해 볼 점 등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주고 있습니다.



2. 하루 일상을 돌아봄, 1년을 돌아봄, 일생을 돌아봄...

 현대인들은 한가롭게 쉬는 법을 잘 모릅니다. '한가롭다'라는 표현 자체를 게으르고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무능한 모습과 동일시하곤 합니다. 그러나 저자는 한가로움과 게으름의 차이를 구분 지어 생각하라 조언하고 있습니다. 과거 문인들의 한가로운 일상 속에서 찾았던 통찰의 자세를 통해 평화로운 일상을 잘 보내는 지혜를 전하고자 합니다.



이렇게 한가로움은 일상 안에 있다. 우리는 자칫 한가로움을 게으름과 똑같이 취급하는 실수를 범하곤 한다. 그러나 한가로움은 게으름이 아니다. 한가로움은 평범한 일상에 던지는 찬찬한 시선이다. 굳이 유난을 떨며 어딘가를 찾아 떠나지 않아도 일상을 소중하게 들여다볼 마음만 있다면 한가로움은 그 안에서 발견된다.
p.68~69



저자는 쉼을 위해 '쉴 거리', '즐길 거리'를 맹렬히 찾아다니기보다 호젓한 '한가로움'의 가치를 깨달아 보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이런 글을 읽다 보면 오랜만에 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도 여기저기 검색을 통해 가볼 만한 곳, 맛집, 놀 거리 들을 검색하느라 진을 빼는 풍경을 떠올려 보게 됩니다. 그렇게 찾아간 유명한 장소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보는 것, 먹는 것 하나도 경쟁하게 됩니다. 그러니 어디라도 다녀오면 마냥 즐거웠다는 기억보다 사람에 치여서 힘들었다는 생각으로 '쉬고 와서 힘들어 쉬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 패턴은 전형적으로 쉬어도 쉰 것이 아닌 악순환을 만듭니다.


하루 일상을 편안함 가운데 한가롭게 보내는 지혜를 찾는다면 그 하루가 한 달이 되고, 계절이 되어 해가 바뀌게 될 것입니다. 이런 시간들을 소중히 모으면 우리의 일생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자는 한가롭게 스스로를 돌아보고 쉼을 통해 재충전을 할 수 있는 하루를 보내기를 종용하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을 차례로 소개하며 한 해를 잘 보낼 수 있는 가이드를 제공합니다. 이를 반복하면 잘 가꾸어진 일생이 될 것입니다.


하루를 돌아보며 한 계절을 평안히 보내고, 계절의 변화를 관조하는 가운데 평생의 삶을 잘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진정한 삶의 지혜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랫동안 옛 성현의 고전을 연구해온 저자의 생각과 지혜를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 흠뻑 얻을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이 책 "마음챙김의 인문학"을 찬찬히 정독하는 것입니다.




3. 세월을 초월하는 통찰, 시대를 바라보는 관점의 힘.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효용은 어렵고 딱딱한 고전의 문장들을 현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이 소화할 수 있도록 해석해 주는 데 있습니다. 저자는 적절한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번역이 되었건 해석이 되었건 원전을 옮기는 과정에는 항상 중재자의 시각과 의도가 포함되기 마련입니다. 제아무리 객관적이고 기계적으로 전달하려 해도 사실 주관이 가미되지 않을 방법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중재자의 시각과 태도가 얼마나 적절한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가 고전 문장이 쓰인 당시의 상황과 문화, 고전 저자의 의도를 얼마나 정확히 파악하는가는 사실 고전이나 역사에 정통하지 않은 독자 입장에서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고전 문장을 번역하고 해석하는 데 있어 얼마나 적절한 시각으로 해설하고 적용해 내는가는 문맥을 통해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런 판단은 결국 독자의 몫이고 저자의 해석과 시선을 얼마나 수용할지 역시 독자의 의지에 달려있습니다. 


그러므로 고전 해석과 적용의 방향이 어떤지는 개별 독자가 알아서 할 일입니다. 실제로 이 책에는 저자의 생각과 입장, 가치관과 세계관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 만큼 적극적인 표현이 담겨 있습니다. 독서하는 자세, 글을 쓰는 태도, 한글을 대하는 바른 태도, 일상의 가치, 공적인 영역의 사회 속에 취해야 할 태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것들 등 많은 분야에서 저자는 고전의 지혜에 빗대어 적극적으로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생각과 가치관과 주장이 마음에 와닿았고, 공감하고 동의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아마도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자신의 삶을 귀하게 여기고 보다 나은 자신의 미래와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분들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마음챙김의 인문학"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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