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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다돌아 Feb 18. 2021

행복학 고수 고양이를 통해 배우는 행복의 비밀

제이미 셸던 [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 책 리뷰




1. 고양이들과 함께 지내며 느끼는 생각들...

   고양이는 '키운다'라는 표현을 잘 쓰지 않습니다. 고양이를 '모신다', 또는 '뫼시고 산다'라고 하죠. 그렇게까지 하지 않는 분들이라면 그냥 함께 지내는 느낌으로 동거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주인에게 무한 충성을 보이는 개들과 달리 고양이는 상당히 독립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들은 보통 주인과 애정을 나누며 살가운 사이로 밀착되어 살아갑니다. 그러나 고양이의 경우는 항상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합니다. 신기하게도 이렇게 약간의 거리를 유지하는 고양이의 특성 때문에 묘한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일종이 밀당같이 느껴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냥이들이 원하거나 필요한 것이 있을 때는 집사에게 접근해 애교도 부리고 뭔가 요구 사항을 어필하기도 합니다. 주로 먹는 것이 아니면 만져주거나 하는 단순한 것들입니다. 그렇게 애교를 피우던 고양이가 먹을 것을 주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도도한 태도를 취합니다. 이런 고양이의 특징을 가만히 관찰하다 보면 그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상당히 지혜롭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옛 성현들이 늘 말씀하시던 중용의 태도, 현대에서는 '낄끼빠빠'의 미덕이라고 하겠습니다. 


   한 걸음 떨어진 곳에서 인생.. 아니 묘생을 관조하면, 고양이의 일상이야말로 우리 닝겐들이 배워야 할 삶의 균형 잡힌 태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보통은 여유롭게 하루를 보내다가 꼭 필요할 때만 적극적으로 어필도 하는 태도가 지혜롭습니다. 고양이들마다 성격이나 성향이 많이 다르기는 합니다만, 일반적으로 공통으로 나타나는 기질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고양이에 대해서라면 언제나 즐겁고 관심이 가는 것도 고양이들의 알 듯 모를 듯한 독특한 성향 때문입니다. 어쨌거나 고양이는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고 적당한 거리에서 보살피는 것이 무엇인지 배우도록 해주는 훌륭한 반려동물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2. 고양이, 사랑스러운 일러스트레이션, 그리고 명언의 기막힌 조화

   [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는 미국의 일러스트레이터 제이미 셸먼의 그림 에세이집입니다. 고양이 브룩시와 함께 살면서 고양이와의 행복한 일상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는 분인 것 같습니다. 고양이를 테마로 디자인 작품들을 만들고 판매하는 'The Dancing Cat'이라는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네요. 이 분의 주요 작품들은 작가의 핀터레스트 페이지에서 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https://www.pinterest.co.kr/doriscoleman/jamie-shelman-illustration


  뭔가 분주하고 정신없을 때, 내가 누구인지 뭘 좋아하고 뭘 하려고 했던 건지조차 기억나지 않을 만큼 헤매고 있을 때, 사랑하는 사람과의 적절한 거리 조절 실패로 상처받고 힘들어하고 있을 때, 지친 하루로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을 때, 저자는 고양이를 바라보라고 조언합니다. 고양이의 도도하고, 우아하고, 편안하고, 앙큼하고, 영악한 모습을 보면서 힐링을 받고 교훈을 얻으면 얼마나 좋으냐고 묻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부러워하는 능력 중 하나가 바로 그림 잘 그리는 능력입니다. 내 생각이나 감정, 상태를 그림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가장 직관적이고 입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다양한 고양이의 모습을 정말 귀엽게 그려주고 있습니다. 고양이들만의 특별한 동작들의 특징을 너무 잘 잡아 표현해 주고 있어, 그림 한 점 한점마다 폭풍 공감하며 볼 수 있었습니다.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이 너무 좋아할 그림체기도 한데다가 글씨도 많지 않고 남녀노소 누구나 보고 읽고 즐기기 좋은 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딱딱하고 논리적인 자기계발 서적이 부담스럽고 그 조차 읽기 싫은 분들에게 정말 딱인 책입니다. 많은 글이 담기지 않았지만 짧은 문장으로도 마음을 파고드는 촌철살인의 문장들입니다. 고양이를 키우시거나 좋아하시는 분들은 더욱 와닿을 그런 글과 그림들입니다. 물론 언젠가부터 삶의 태도를 좀 바꿔서 좀 더 애를 쓰고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늘 마음을 다지는 편인데 가끔은 이런 책을 통해 마음을 편히 먹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너무 달려서 어디로 가야 할지 갈 곳을 잃은 분이 있으시다면 크게 공감하며 읽기 좋은 가볍고 귀여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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