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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다돌아 Feb 05. 2021

이영도 특유의 깊이와 엉뚱함이 빛나는 단편소설집

이영도 단편소설집 [별뜨기 관하여] 책 리뷰


   이영도 작가의 단편집이 출간된 소식을 접하고 기쁜 마음에 읽었습니다. 읽다 보니 이것이 뭔가 이상합니다. 왠지 내가 이 이야기들을 다 아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으면서도 묘한 향수의 노스텔지아를 자극하는 그런 이야기들입니다. 이 정도면 심각한 데자뷰? 별나라 이야기를 읽으니 내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가는 것인가? 혼란스럽습니다. 


   신작 단편 소설집이라고 출간되었지만 2015년 "이영도 SF 판타지 단편선"이라는 이름으로 전자책으로 출간되었던 작품들에다가 새로이 단편 4작품을 후반부에 추가한 책입니다. 종이책으로 출간하기엔 분량이 부족해 일단 전자책으로 출간했다가 내용 추가해 종이책으로 출간된 일종의 재활용 증보판이랄까?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열심히 읽던 저는 뭔가 상당한 배신감을 느끼게 된 것입니다. 


   제가 느낀 배신감이 출판사에 대한 배신감이라면 매우 너그럽게 '그까이꺼 그럴 수도 있지'라며 넘어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실상 2:8 정도로 출판사보다는 저의 기억력에 대한 배신감이 너무 크고 충격적이었던 것입니다. 저의 뇌 속 기억세포가 너무 일을 안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심각한 위기의식에 몸부림치게 만든 그런 안습인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 


   이런 형국이다 보니 책의 내용이 머리에 안 들어와 읽는 데 엄청 오래 걸렸습니다. 이 정도면 두 번 다시 이영도 슨상님의 책은 읽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연히 읽었는데 또 예전에 읽었던 작품이라는 것을 이 포스팅을 찾아보고서야 알게 된다면 저의 좌절감은 한층 더 커지지 않겠습니까? 


    전체 분량이 288페이지인데 이미 읽었던 부분만 200페이지가 넘어갑니다. 이거슨 반칙 중에서도 레드카드 수준!!! 여튼 다시 읽은 위탄 인과의 스페이스 오페라 시리즈와 설어가 등장하는 '나를 보는 눈' 등의 작품은 역시나 훌륭합니다. 그러나 새로 추가된 작품들은 기존에 발표되었던 다섯 개의 단편과 결이 많이 다릅니다. 판타지나 SF적 요소가 많이 사라지고 뭔가 현실적으로 바뀌었다고 해야 할 듯합니다. 워낙 집중하지 못하고 읽었던 터라 굳이 이걸 분석하거나 분류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여튼 이 책은 사실상 두 권으로 분리해야 할 만큼 뭔가 이질적인 두 파트가 물리적으로 들러붙어 있는 느낌의 소설집입니다. 


   그렇다고 내용이 나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만, 이영도 작가에 대한 추억이 넘치거나 애정이 샘솟는 분들은 무조건 재미있게 읽으실 테고, 저는 새로이 추가된 작품들이 기존에 이미 읽었던 작품들보다 더 낫다고는 말 못 하겠습니다. 좀.. 재미없었습니다. 이 소설집의 구성에 대해 뭐라도 한마디 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끝까지 읽었습니다. 다 읽지 않고 리뷰를 쓰는 행위는 누가 뭐라고 하지는 않지만 제 스스로 용납이 안되기 때문에 그 덕에 마무리할 수 있었던 소설집이었습니다. 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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