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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다돌아 Mar 19. 2021

인생은 토요일처럼...

하재욱 작가 [인생은 토요일처럼] 책 리뷰




1. 이 시대의 사랑과 연민을 노래하는 작가 하재욱

   하재욱 작가하면 항상 떠오르는 이미지가 "사랑"과 "연민"입니다. 그중 굳이 따지자면 "연민"의 느낌이 더 진하기는 합니다. 그의 글과 그림 속에 등장하는 사랑은 찬란하고 뜨거운 사랑보다 '나'를 견디게 하는 모질고 벗어날 수 없는 사랑으로 나타납니다. 이를테면 가족 간에 나타나는 사랑 말입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으며 '나'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과 같은 사랑입니다.


   그의 글과 그림에는 애증과도 같은 사랑의 형태가 자주 묘사됩니다. 이런 사랑의 모습이 독자로 하여금 '연민'을 느끼게 합니다. 때로는 '연민'이 아닌 '공감'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이런 감정의 흐름이 반복되면서 조용한 '치유'의 정서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하재욱 작가의 그림 에세이에는 이런 힘이 있습니다.


   그의 그림에는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그럴싸함'이 없습니다. 솔직하고 담백한 작가의 성향이 글과 그림에 그대로 드러납니다. 매우 직관적인 감정의 표현이 특징입니다. 작가의 솔직함은 진정성으로 드러나고 이는 독자의 정서를 터치합니다. 그렇기에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묘한 페이소스를 느끼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보통 감성적인 작가, 시인의 경우 일상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재욱 작가는 본업인 게임 그래픽 회사일을 충실하게 해 나가면서 매일매일 출퇴근길에 손바닥만 한 수첩에 펜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그림을 그리는 그의 성실함은 쌓이고 싸여 얼마 전 개인전을 열었고, 지금은 강남에서 상시 전시와 더불어 저 멀리 경남 진해에서도 개인전을 열고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유행하는 "쫄 꿀(졸도할 만큼 꾸준히)"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습니다.



2. 자신만의 것이 있는 독창적인 작가 하재욱


   하재욱 작가에게 주목하게 되는 것은 그의 그림에 독창적인 무언가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작은 노트에 모나미 볼펜으로 펜화를 그렸기에 개성 넘치고 독특하기는 했지만 뭔가 아쉽다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채색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 다녀온 개인전에서 그림을 감상하다고 확연하게 느낀 것이지만 그의 그림에는 작가만의 색감이 있습니다. 채색 방식도 독특합니다. 저는 그 차이를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만, 갤러리 사장님께서 우연찮게 하재욱 작가의 그림을 한 점 보시고 개인전을 제안한 데에는 그 독특한 채색 방식과 색감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뭔가 설명하기 힘든 그의 작품 만의 색감은 앞에서 설명한 그림 속의 연민과 묘한 우울감과 맞닿아 시너지를 발휘합니다. 저처럼 음악이나 그림으로 감동을 느끼기 힘든 건조한 스타일도 뭔가 울림을 느낄 정도니 그림의 힘이 대단하다 하겠습니다. 최근에 '롤린'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브레이브 걸스를 보면서 느끼지만 지금 당장 대중에게 큰 관심을 받지 못한다고 해서 작품이 매력이 없거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의 작품을 보노라면 많은 분들이 지금보다 훨씬 그의 글과 그림을 사랑하고 공감하고 감동하는 기회를 얻었으면 하는 마음이 큽니다.


   그의 글과 그림에는 직장인의 비애와 노고, 세 아이의 가장으로서 느끼는 막중한 책임감과 부담감, 자신과 타인에 대한 연민과 애정, 더 이상 크게 성공하기 포기한 듯한 자조 등이 묘하게 섞이고 혼합되어 감상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양한 감정의 고리를 끌어내게 합니다. 제가 느낀 그 감상을 다른 독자분들도 함께 느껴 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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