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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다돌아 May 14. 2021

카렐 차페크 로봇 이후 100년, 로보토피아는 오는가?

제이슨 솅커 [로봇 시대 일자리의 미래] 책 리뷰



1.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 이후 100년, 로보토피아는 오는가?

   "로봇"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체코의 소설가 카렐 차페크는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이라는 희곡을 통해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로보토피아의 세계를 그렸다가 결국 인간의 발명품인 로봇의 반란으로 인류가 멸망하는 로보칼립스의 절망까지 드라마틱 한 스토리로 그리고 있습니다.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 이후 벌써 100년이 흘렀고, 당시는 상상도 못했던 로봇의 활용과 자동화가 현실 속에 실현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인류는 여전히 우리의 미래가 로보토피아가 될 것인지, 로보칼립스가 될 것인지 정확히 예측하기보다는 각자 극단적인 미래 전망을 내놓고 갑론을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코로나 이후의 세계]로 유명한 미래학자 제이슨 솅커는 신작 [로봇 시대 일자리의 미래]에서 자동화와 로봇의 대중화 시대를 맞이해 "인류의 보편 일자리"의 관점에서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 전망하고 있습니다. 책의 중반부까지를 할애해 미래 인류의 일자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로보칼립스의 견해와 긍정적으로 보는 로보토피아의 견해를 소개하고 보다 바람직한 견해와 태도가 무엇일지 고찰합니다. 로봇이 인류를 집어삼켜 모든 직업이 사라지고 사람들은 노동시장의 변화를 따라기 못하고 삶의 목적을 상실할 것이라는 한없이 부정적인 예측을 쏟아내는 로보칼립스의 미래가 지나치게 과도하고 정확한 근거에 기반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반면, 로보토피아적 관점에서 로봇으로 대체되었을 때 인류가 얻을 수 있는 이점인 시간과 이동 및 선택의 자유, 그동안 없었던 일자리의 부상으로 인한 새로운 시대의 도래가 가능함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대체로 근거 없는 부정론을 경계하는 입장입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장밋빛 밝은 미래를 주장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자동화와 로봇으로 인한 직업의 미래는 로보칼립스와 로보토피아 사이 그 어딘가의 모습이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피력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은 미래에 적응하는 승자와 도태되는 패자가 존재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설명합니다. 어떤 상황이 오던 적극적으로 상황을 이용해 더 나은 어딘가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2. 미래의 일자리는 정말 괜찮은 것인가? 대책은 무엇인가?

   저자는 책을 통해 중세 시대 그 많던 대장장이들이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묻습니다. 영어권에서 가장 흔한 이름인 "스미스"가 바로 대장장이를 의미하며 그만큼 당시 대장장이가 흔하기도 하고 대중적인 직업군이었다는 것을 지적합니다. 세상이 바뀌고 산업 구조가 변하면 직업군도 당연히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구조적 변화가 극심하면 할수록 이런 직업군의 변화도 크게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구조와 경제의 변화는 얼마나 많이 변하는가의 문제인 변화량 변수와 얼마나 자주 태세가 전환되는가의 문제인 빈도 변수 두 가지를 다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증기기관으로 시작한 산업혁명은 대량생산의 시대를 넘어 서비스와 IT 기반 자동화 산업으로 이동했다가 인공 지능,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등을 특징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와 있습니다. 우리는 갈수록 변화량이 크고 변화의 주기 또한 짧아지는 급변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과거처럼 하나의 기술을 익혀 평생 먹고살던 시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와 미래의 직업은 다양화될 수밖에 없고, 각 개인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대에 맞는 여러 가지 지식과 기술을 꾸준히 익혀 나가야 합니다.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변화를 거부하거나 두려워해서 " 하던 일이나 열심히" 하는 성실한 사람이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지속적으로 변화를 꾀하되 사회 변화 방향을 면밀히 살피며 현명하게 대처해 나가야 할 시기입니다. 그렇기에 저자는 이런 시대적 대 전환기에 살아남을 수 있는 대안으로 현명한 직업 선택, 끊임없는 배움, 지속적인 변화와 기회 모색 등을 들고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문제를 다룬 책에서 한결같이 만나는 한계는 실용적이고 유의미한 대안 제시가 빈약하다는 점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은 속이 뻥 뚫리도록 시원한 감은 없더라도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고는 있습니다. 



3. 주장을 강화하기 위한 극단적인 전개의 불편함...

   어지간하면 책을 읽으면서 배울 점과 긍정적인 면만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이 책의 중후반부 내용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사회보장제도와 보편적 기본소득의 문제가 책에 포함되어 있습니다만 이 책의 주요 골자인 자동화와 로봇의 시대상에 대한 고찰, 우리의 일자리의 미래와 다소 거리가 있는 논제라 의아합니다. 산업화와 일자리 분야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는 김에 강하게 주장하고 싶은 논제를 끼워 넣기 하는 느낌입니다.


   어차피 사회보장제도나 보편적 기본소득은 정부 정책 차원에서 사람들의 일자리 문제와 생계 문제에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함께 다뤄도 크게 문제가 될 일은 없으리라 봅니다. 그러나 단순히 어떤 소주제를 다루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주제에 대한 저자의 주장이 다소 극단적이고 과장된 방식이라는 점이 문제입니다. 


   사회보장제도가 국가부채를 지나치게 증가시키고 인구통계학적인 관점에서 비용을 부담할 사람은 줄어들고 보장과 혜택을 받을 사람은 계속 늘어가는 상황을 고려할 때 더 이상 지속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며 이런 상황은 자동화를 더욱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은 납득이 갑니다. 여기에 급부상하고 있는 로봇세 문제를 함께 지적하면서 비현실적이라고 단정합니다. 개인적으로 저 역시 로봇세를 받는다는 것이 언 듯 그럴듯한 대안처럼 보일 수 있지만 조금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어디까지 로봇세를 거둘 대상으로 볼 것인지, 어떤 조건에 얼마나 걷을 것인지 등을 정하기가 사실상 난해합니다. 그러나 본문 속에 느껴지는 저자의 뉘앙스는 로봇세를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해 지나치게 비판적입니다. 


   보편적 기본소득의 문제로 들어가면 더 심각해집니다.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사람들로 인해 공산주의가 다시 도래한다는 주장까지 갑니다. 기본소득은 말도 안 되고 사람들의 의욕을 떨어뜨려 사회를 붕괴한다는 정도의 극단적인 주장을 하며 기본소득은 공짜를 좋아하는 사람들 때문에 정치적 도구로 사용될 뿐 실현 불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정치적 관점으로 보면 극단적인 보수 주의적 주장이라고 볼 수 있는데, 정치적으로 어떠하냐의 문제보다는 본인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논리 전개가 합리적이지 못하고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소 과장되어 있는 것이 독자를 불편하게 합니다. 


   책의 전반부에서 로보토피아와 로보칼립스의 극단적인 견해의 문제점을 지적하던 저자가 스스로 극단적인 주장을 벌이는 상황이 아이러니합니다. 안타까운 것은 [로봇 시대 일자리의 미래]라는 책 전체의 주제에 대한 관련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문제를 저자 개인의 견해를 강하게 주장하기 위해 할애함으로 인해 전반적인 내용상 통일감은 물론 신뢰도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입니다. 이런 아쉬움을 제외한다면 눈앞으로 다가온 사회적 변화와 일자리의 문제, 미래 예측의 두 가지 양극단의 특징, 바람직한 생존과 적응을 위해 고려해야 할 점 등을 쉽고 간결하게 잘 설명한 좋은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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