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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다돌아 Oct 23. 2021

디지털 디톡스를 위해 추천하는
아날로그 그림 에세이

김정희 [지금이야, 무엇이든 괜찮아] 책 리뷰




1. 아날로그 맛 나는 그림 에세이

   김정희 작가의 <지금이야, 무엇이든 괜찮아>는 공출판사 "누군가의 첫 책" 시리즈 세 번째 책입니다. 시리즈 두 번째 책 <혼잣말>도 그림 에세이지만 조금 결이 다른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인 아날로그 맛이 물씬 느껴지는 책이라는 점입니다. 


   작가님의 이력을 보면 나이도 나이지만 살아온 인생의 로그 라인이 아날 아날 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위로 삼아 살아온 사람,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리고 싶어 했던 사람, 책을 좋아해서 늘 읽고 쓰는 사람,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에게 책 읽는 법을 가르치는 독서지도사로 일했던 사람. 저자의 삶의 궤적에서 나오는 솔직한 이야기들이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비중이 큰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눈에 띄었던 부분이 있습니다. 책의 초, 중반에 음식 관련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그저 맛있는 음식이라기보다는 평범하고 대수롭지 않은 음식이지만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음식을 가져다 가슴 설레는, 때로는 아련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어느 장면에 이르르면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떠올리게 됩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보면서 사람들이 힐링을 받는 이유는 자연을 닮은 느리고 소박한 음식, 그 음식을 차려내는 사람, 번거롭지만 먹고사는 것에 오롯이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 때문일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이 책에 소개되는 음식과 음식에 얽힌 작가의 스토리가 독자로 하여금 힐링을 느끼게 해 줍니다.




2. 진심이 담긴 일상 에세이의 위력

   개인의 일상 에세이에 담긴 효용은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내가 겪어 보지 못한 일에 대한 간접 체험의 즐거움을 얻기도 하고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경험을 떠올리면서 공감하는 즐거움을 누리기도 합니다. 때로는 일상 에세이에서도 몰랐던 여러 가지 정보를 얻기도 합니다. 


   이런 일상 에세이가 독자의 마음에 와닿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결국 진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진심이라는 것이 마냥 진지하게 누군가에게 호소해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정말 꾸밈없이 전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정희 작가님의 글은 진솔하고 겸손함이 묻어납니다. 그냥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만 해도 그 사람이 얼마나 진솔하고 진심인지 자연히 느낄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진심이 담겨 있다고 할 때 저자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됩니다. 이야기 속에 맞고 틀림이나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글 속 감정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단지 어린 시절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비슷한 일상의 기억을 떠올리고 촉촉한 추억 속으로 여행하게 해주는 이점이 있습니다. 


   한지만 작가의 <혼잣말>이 전공자의 그림과 세련된 글이 돋보이는 책이라면 김정희 작가의 <지금이야, 무엇이든 괜찮아>는 상대적으로 아마추어적인 포근한 그림과 풋풋하지만 일상적인 글로 다가옵니다. 그렇기에 애틋한 마음으로 공감하기 좋은 책이라 색다른 마음의 울림을 주는 좋은 책이라 생각됩니다.



3. 당신의 시간은 몇 시인가요?

   공가희 작가님은 이 책의 추천사를 쓰면서 "당신의 시간은 몇 시인가요?"라고 묻고 있습니다. 무언가 화두를 던지기 가장 좋은 것은 질문을 하는 것이죠. 책을 읽기도 전에 이 책은 하루 24시간 중 오후 5시 49분을 가리키고 있다는 설명에 책에 대한 느낌을 어느 정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다시 보니 아직도 끊임없이 도전하며 미래로 나아가는 저자의 모습에서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 아니었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그럼 나는 지금 몇 시쯤에 서 있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 대략 오후 3시~4시 정도의 시간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뭔가 할 일을 어느 정도 해두고 돌아보니 뭔가 부족하고 더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숙제를 다 하지 못한 느낌으로 열심히 마무리하고 저녁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시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의 시간은 몇 시인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몇 시에 있든 간에 지나온 시간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다가오는 시간을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고 새로운 도전을 포기하고 주저앉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 이야기는 누구한테 해주는 이야기가 아니라 제 스스로에게 해주는 이야기인 것만 같습니다. 


   환갑의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작가님의 삶의 궤적은 독자로 하여금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 도전하는 힘들지만 즐거운 삶을 살도록 격려하는 것만 같습니다. 힘든 삶에 지쳐 있는 분이 계신다면 따뜻한 자기 고백에서 오는 공감과 위로, 힘찬 격려가 가득한 이 책 <지금이야, 무엇이든 괜찮아>를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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