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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다돌아 Oct 27. 2021

스토킹과 층간 소음, 잔인한 비극

조옂주 작가 단편 소설 [소음충] 책 리뷰



1. 속도감 넘치는 단편 추리소설의 매력

   조영주 작가의 신간 [소음충]은 리디북스 단독 [우주 라이크 소설] 시리즈 중 한 작품입니다. 매달 다양한 장르의 유명 소설가들과 함께하는 이 기획은 재미있는 단편 장르 소설을 저렴한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장르소설도 웹 소설 기반으로 무게 중심이 많이 기울어 있는 만큼 단행본 전자책 시장도 이런 식으로 단편 위주로 구성해 주는 것은 시의적절한 선택이라고 생각됩니다. 


   [소음충]이 특별히 재미있었던 지점은 주인공인 형사 "함민"이 전작 [충동:오버 더 레인보우]에 이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 사연을 품어 호기심을 자극하던 캐릭터가 그대로 연작처럼 등장하는 것은 독자 입장에서 환영할 일입니다. "충동"에서 함민의 충동에 대한 묘사가 충분히 된 만큼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사건과 해결에 좀 더 집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스토리적으로 더 탄탄하고 꽉 찬 느낌이 드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장르 단편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사건의 시작과 결말까지 군더더기 없이 신속하게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이런 경우 구성이 치밀하지 않으면 완성도가 떨어질 위험이 큽니다만 베테랑 조영주 작가에게 그런 걱정은 불필요합니다. 짧은 단편 소설임에도 구성이 촘촘하고 사건의 양상이 다이내믹하게 변주되면서 그 와중에 반전의 매력까지 빠짐없이 담겨있습니다. 호로록 읽으면서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좋은 작품입니다.




2. 단편 속에 담긴 사회상과 인간 군상

   이 소설을 그저 재미있는 단편 소설로만 설명할 수 없는 것은, 짧은 분량 속에 사회문제는 물론 인간들의 다양한 군상을 성의 있게 잘 묘사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 본인도 무척 고생을 많이 했던 층간 소음의 문제야말로 아파트라는 밀집된 구조 속에 모여사는 인간들 사이에 벌어지는 심각한 사회 문제 중 하나입니다. 층간 소음 문제에 대해 가장 잘 이해하는 작가들 중 한 명인 만큼 어쩌면 식상할 수도 있는 층간 소음이라는 문제를 약간의 변주와 함께 흥미롭게 잘 풀어내었습니다. 


   조영주 작가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인 캐릭터의 정교한 묘사 역시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주인공 함민은 특별한 과거를 간직하면서도 형사인 지금도 마음속 강한 충동을 억제하며 살아가는 복합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인물입니다. 지난 소설에 이어 그 매력이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은나라는 여형사 캐릭터 역시 개인사와 복잡한 심리 상태를 묘사를 통해 강한 인상을 심어 주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와 주변 인물, 주민까지도 독특하고 눈에 띄도록 소설 속 인물로 형상화를 잘 해주고 있습니다. 우리 일상 주변에 한 번쯤 마주칠 만한 전형적인 모습을 부여해 공감과 설득력을 더하는 부분도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셜록 홈스 시리즈의 설정을 일부 차용하고 오마주한만큼 주인공의 수사력이 다소 먼치킨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그리하여 사건이 좀 더 빠르게 풀려나가 지루할 틈이 없어 좋았습니다.




3. 잔인한 세상, 동화적 상상

   사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행동은 정상적이지도 평범하지도 않습니다. 집요한 스토킹, 우발적 살인, 시체 유기, 주민들의 무관심과 이기심,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 문제 등 다양한 현실 문제가 복합적으로 드러납니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세상은 상당히 잔혹하고 비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그리 무겁지도 마냥 진지하지만도 않습니다. 엄밀하게 따지다 보면 이 짧은 시간에 일어나는 일과 사건을 쉽게 풀어내는 일은 현실 세계에서는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닙니다. 너무 아귀가 쉽게 맞아들어가는 느낌이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이런 부분이 소설의 소설다움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소설이 너무 현실적이면 오히려 소설적 낭만이 떨어지게 됩니다. 이런 경우는 소설적 매력이 부족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조영주 작가의 이번 작품은 동화적 상상이 가미된 느낌을 줍니다. 작가의 캐릭터에서 나오는 특별함이랄지 필연적으로 소설이 소설적으로 느껴지는 지점이 있습니다. '이게 이렇게 쉽게 풀린다고? 에이..'라고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조영주 작가의 작품 속에서라면 '이렇게 풀려나갈 수도 있겠구먼..'이라고 납득이 된다고 해야 할지 그런 설득력이 있는 작가이자 작품입니다. 


   메시지를 충분히 전달하되 지루하지 않고 심각하지만 지나치게 진지하지만은 않은 균형점을 잘 유지하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짧은 시간에 사회 문제와 인간 군상, 반전과 추리, 능력 있는 형사물을 맛보고 싶으시다면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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