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리나 <상처받지 않는 관계의 비밀> 책 리뷰
1. 인간관계 그 끝없는 고민의 테마
인생을 살다 보면 어떤 문제나 결국 인간관계의 문제로 귀결되는 경험을 자주 하게 됩니다. 모든 문제의 근원도 인간이고 해결의 키도 결국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문제일 수도 있고 그들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누가 문제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 쪽에서 먼저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합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야 하는 것은 만국의 공통 원리 같습니다.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과 트러블이 끝이 없고 해결이 잘 안되다 보니 고립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고, 이를 권장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홀로서기를 권하고 인간은 원래 혼자라면서 스스로를 존중하고 자기에게 집중하라 조언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묵상이라든가, 자기존중감, 요가나 명상 등에 대한 관심도 뜨거운 것 같습니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기를 성찰하는 과정은 정말 중요합니다. 누군가에게 의존하려 하지 않고 온전한 자기를 찾는 일은 인생의 큰 숙제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온전히 혼자 살아가기 불가능한 존재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결국 인간은 많든 적든 관계를 맺어가야 하고 관계 맺기를 배우고 익혀야 한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건강한 인간관계가 없는 홀로서기는 세상에 대한 회피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인간관계의 비결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요합니다. 한 번 배우면 다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직접 몸으로 겪으면서 경험에 의해 배워나가지만 어떤 일이건 이론을 배우고 간접 경험을 통해 미리 대비하는 작업은 매우 유용합니다. 굳이 칼에 베여 피 맛을 봐야 칼의 무서움을 아는 것은 아니니까 말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잘 짜인 인간관계 이론과 예시, 원 포인트 레슨 등은 사실 값어치를 매기기 어려울 정도로 가치가 높습니다. 출간된 지 거의 100년이 되어가는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 아직도 수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인생 책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그 중요성을 알 수 있습니다. 그만큼 인간관계의 문제는 배워도, 알아도, 익혀도 언제나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문제라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2. 같은 내용도 누가 전달하느냐가 중요하다.
시중에 인간관계 관련 도서가 정말 수없이 많습니다. 많은 저자가 인간관계라는 주제 안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정리하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이런 형국이다 보니 인간관계나 심리학에 관한 책들을 여러 권 읽은 독자라면 점점 '역시나 그렇고 그런 비슷한 내용'이라는 인상을 받기 쉽습니다. 거의 유사한데 그나마 다른 책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내용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다행이라는 마음이 들 지경입니다.
이런 책들 중에 내용이 충실한 경우도 있고, 생각보다 무의미한 책들도 더러 있습니다. 여러 권의 책을 읽다 보니 좋은 책과 허접한 책을 구별하는 식견이 생기기도 합니다. 어떤 책을 만나면 하품이 나올 만큼 지루하고 뻔한 이야기라 '이 정도면 내가 써도 되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실망하게 됩니다. 반면 기본적인 내용임에도 새로운 정보와 통찰이 있어 머리에 쏙 들어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행히도 <상처받지 않는 관계의 비밀>은 후자에 속하는 책입니다.
제목이 너무 뻔하고 상투적이어서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만, 매 챕터마다 공감하며 머리를 끄덕이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요즘은 제목 장사가 심해서 흥미를 가지고 읽다가 실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적어도 그럴 일은 없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당히 의미 있고 실용적이며 여러 번 읽어도 좋을 내용입니다.
인간의 진정성은 말로 전달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사람의 행동과 선택에 의해 드러납니다. 저자 최리나 씨는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던 것 같습니다. 남녀 사이에 겪는 인간관계는 젊은 시기를 크게 좌우하는데, 저자는 이혼을 두 번 겪었고 세 번째 사람과 행복한 과정을 꾸렸다고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부부 사이 갈등에 대해 고민하고 지혜롭게 풀어나가는 요령을 터득한 모양입니다. 이런 이력이 독자로 하여금 저자의 말에 귀 기울이게 합니다.
실제로 연애할 때 남녀 사이의 관계라든가, 부부 사이의 갈등 상황에 대한 예시에서 엄청 '날 것'의 느낌이 있습니다. 특히 부부 사이 갈등 상황을 예로 들 때의 대화는 그냥 자기 경험을 써놓은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생생합니다. 이 예시 대화를 읽기만 해도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요소들이 독자에게 공감과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좋았습니다. 같은 내용도 누가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그 재미와 효과가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3. 구슬도 꿰어야 보배, 좋은 내용을 잘 전달하는 방식에 관해...
이 책의 내용 자체도 충실하고 좋지만 가장 큰 미덕은 책의 구성에 있습니다. 혹자는 책의 주제와 테마를 잡고 구성을 하다가 내용이 부족하거나 빈약해 보일까 애초 기획한 주제와 약간 거리가 있는 내용을 추가합니다. 또는 기존에 출간되어 있는 책들과의 차별을 주기 위해 학술적인 어려운 내용을 굳이 끼워 넣기도 합니다. 동어 반복이나 중언부언하는 경우도 많고 그렇다 보니 결국 그 말이 그 말인데 길게 늘어서 분량만 채우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상처받지 않는 관계의 비밀>은 그런 점에서 매우 심플하고 명료한 구성이라 좋습니다. 챕터를 크게 세 가지로만 나눠서 삼발이 구조를 쓰고 있는데 인간이 내용을 정리해서 받아들이기 가장 좋은 구성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남녀 관계, 가족 관계, 사회관계로 단순하게 구분하고 있고, 이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비슷하게 고민하는 가장 큰 유형이라 할 수 있어서 납득하기 좋은 구조입니다.
챕터별로도 해당 관계에 있어 문제가 되는 유형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하고 있어서 이해하기 좋고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용이합니다. 각 분류별 소제목도 일상 용어와 전문 용어의 조합으로 구성하고 있어 발췌독에도 유용한 방식입니다. 예를 들면 챕터 1의 첫 번째 소제목이 "당신하고 헤어지면 죽을 것 같아 : 경계성 인격과의 사랑"입니다. 소제목만 봐도 '헤어짐을 두려워하는 사람의 이야기구나. 그리고 이런 문제가 심리학적으로는 경계성 인격 장애라고 하는구나'라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지요.
장시간 집중력을 발휘하기 힘든 현대에 이런 식으로 명확하게 목차를 정리해 서술하는 방식은 굉장한 장점입니다. 이를 통해 바쁜 사람들은 자기가 관심이 있는 분야의 핵심 문제를 먼저 확인할 수 있고, 누군가가 어려움을 겪을 때 조언해 주기도 좋습니다. 내용적으로도 현실적이고 실제로 겪을 법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론뿐 아니라 실전에서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보석 같은 내용들입니다.
뿐만 아니라 더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웹툰을 활용해 관심을 집중시켜 주기 때문에 더 직관적이고 쉽게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주요 마케팅 포인트 중 하나가 웹툰 활용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크게 와닿거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개인에 따라 큰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책 사이에 들어간 삽화 역시 상당히 좋았습니다. 이런 요소들이 모두 결합해 이 책을 내용 좋고 읽기 좋고, 공감하기 좋은 책으로 만들어 낸 것 같습니다.
남녀 관계에 대해 미리 학습하고자 하는 분들, 이미 남녀 관계로 힘들어하시는 분들, 기혼자신데 부부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 회사나 조직, 사회생활 전반에 있어 관계 문제로 힘들어하는 분들이라면 분명히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라 판단됩니다. 개인적으로 너무 공감하면서 '그렇지, 바로 그거지'라며 맞장구치면서 읽었습니다. 무척 유익하고 재미있어 내용적인 면과 읽는 맛까지 챙긴 좋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