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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다돌아 Dec 05. 2023

아이도 어른도 함께
자라고 성장한다.

<우리는 3인 4각으로 걷고 있다> 책 리뷰




1. 누구나 새로운 인생을 꿈꾼다. 예상 못 한 일을 겪기 전에는...

40대 중반에 노여사는 뜬금포로 한의대에 진학해 한의사가 되겠다고 합니다. 고등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다른 건 충분히 공부가 되어 있고, 영어만 좀 하면 될 것 같다고 하더군요. 요즘 같은 100세, 120세 시대에 50대에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이 전혀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면박을 줬을지도 모르겠지만 할 수만 있다면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계획이 머릿속에서만 시뮬레이션되고 있다는 점이 조금 문제라면 문제겠습니다만, 후후...


황다경 저자의 신간 <우리는 3인 4각으로 걷고 있다>는 "서른셋의 여름이었다"라는 첫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저자는 갑자기 '수의사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합니다. 하필 아내의 한의사 도전을 들은 직후라 남일 같지가 않았습니다. '뭐지? 데자뷰인가?' 싶은 심정입니다. 표지 그림과 책의 제목으로 누구나 예상하겠지만 저자의 이 결심은 우여곡절 끝에 안드로메다로 가버립니다. 인생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저자도 책의 시작부터 그러해서 뭔가 흐뭇합니다.


저자의 원대했던 수의사라는 꿈과 계획은 아득히 저 멀리 날아가고 대신 '엄마'가 됩니다. 누구나 될 수 있고 대부분 되지만 제각각 수많은 이유로 위대하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바로 그 '엄마' 말입니다. 문제는 간절히 '엄마'가 되고 싶을 때 본인이 원하는 시기와 방식으로 되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이겠지요. 저자도 뜻하지 않게 아이가 찾아오고 당황하는 와중에 엄마가 '되어'버립니다.






2. 축복인가 재앙인가?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운명인 듯 우연인 듯 그렇게 저자는 자신이 원하고 기대했던 삶의 계획을 호로록 날려보내고 육아의 길로 접어듭니다. 첫아이를 키우는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저자도 수많은 혼란과 어려움을 오롯이 겪으면서 멘붕에 빠집니다. 저도 육아 서적을 많이 읽어봤습니다만, 이론은 이론일 뿐, 내 아이는 육아 책 속 어여뿐 아이와 사뭇 다릅니다. '어, 왜 하나도 안 통하지?'라는 고민과 함께 온몸으로 직접 부딪히는 수밖에 없습니다.


참 신기한 것이 조금 멀리서 보면 다들 비슷하고 개고생하며 육아를 하는 것 같은데, 더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사람마다 완전히 다른 경험을 합니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정작 책이나 주변 조언이 큰 도움이 안 됩니다. 그래서 개별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정말 끔찍하게 힘들고 괴롭지만 지나고 나면 무엇보다 값지고 아름다운 일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 비슷한 것 같지만 또 너무나 다른 저자의 이야기가 흥미로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육아 일기 같은 저자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한껏 감정 이입을 했다가 혼자 훈수도 두면서 안타까워하기도 합니다. 특정 부분에서는 '에이 애를 그렇게 대하면 안 되지!'하는 생각도 해가면서 저자와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나누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저자의 내밀하고 개인적이고 비밀스러운 이야기이기에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사람은 너무 생소한 주제에는 흥미를 가지기 어려운 법입니다. 그렇기에 이렇게 보편적이면서도 디테일은 다른 주제가 흥미 만점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 자연히 저의 육아 시절이 떠오릅니다. 새삼 힘들었던 과거를 회상하는데 지나고 나면 다 행복한 기억입니다. 그럼에도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한 가정 한 가정이 각자 아이를 성숙하게 잘 키워내는 일은 너무도 중요합니다. 그렇기에 힘들고 괴로워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자도 예외 없이 좌충우돌 괴로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결코 회피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훌륭합니다. 그래서 더 응원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특히 그럴듯하게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써나간 글들이 더 감동을 주는 것 같습니다.





3. 아이도 어른도 함께 자라고 성장한다.

저자는 예상치 못한 시기에 등장한 아이를 통해 인생의 새로운 국면을 경험합니다. 저자의 삶을 통해 결국 아이를 양육하면서 부모가 더 많이 성장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말이 안 통하는 어린아이를 보살피는 일은 논리로 해결이 안 되다 보니 부모의 짐승과 같은 민낯이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버럭 화를 내고 분풀이를 하다 보면 나중에 아이가 자라고 나서 입장이 난처해집니다.


저자의 글 속 에피소드에는 육체와 정신이 모두 피폐해진 상황에서 아이에게 실수하는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합니다. 이런 장면을 대할 때마다 '어어.. 아.. 아니야. 안돼. 힘들어도 참아야 해. 심호흡 심호흡~~'하며 같이 멘붕에 빠져들었습니다. 참 솔직한 글이랄지.. 그래서 그런지 독자인 저도 짧은 글을 읽었을 뿐인데 뭔가 함께 성장한 느낌이 듭니다.


아이를 돌본다는 것은 나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노력해도 부족함을 느끼는 일입니다. 어쩌면 저자 어머니의 조언대로 애쓰지 않고 물 흐르듯 편하게 지나갈 수도 있는 일입니다. 힘을 빼고 육아에 임하면 결과는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처음 맞는 육아 앞에서 그런 표현은 공자님 말씀, 탁상공론일 뿐입니다. 저도 둘째는 오히려 전전긍긍하지 않고 편한 마음으로 키울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첫째는 왜 그리 모든 일이 어렵고 고생스럽게 느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누구나 처음은 어려운 법입니다.


홀로 지내다가 남편을 만나 둘이 가정을 이루고 서로 맞추는 연습을 하고, 그 와중에 아이를 만나 세 사람이 한 가정을 이루어 호흡을 맞추어 나갑니다. 그 모습을 보면 한 번뿐인 인생의 귀중한 여정을 최선을 다해 성실히 살아가는 사람이 보입니다.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성장해 나가는 사람이 보이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독자도 짧은 시간에 간접 경험을 통해 함께 성장을 맞볼 수 있다는 점이 더없이 좋은 점입니다. 그래서 좋은 책은 이런 책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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