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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다돌아 May 27. 2024

달리기가 행복한 삶을 가져다 준
사람 한명 추가요

[달리기가 나에게 알려준 것들] 책 리뷰





1. 달리기로 인생 역전?

달리기를 잔잔하게 시작한 이후로 책쟁이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달리기에 관련된 책들을 꾸준히 읽고 있습니다. 달리기는 몸으로 하는 가장 원초적인 행동이고, 달리기에 관심이 있으면 그냥 달리면 됩니다. 그러니까 달리기 책을 계속 읽는 것이 실제로 달리기에 딱히 도움이 디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달리기를 좋아하는 다른 사람은 어떤 계기로 달리게 되었고, 어떤 사람들이 여전히 즐겁게 달리면서 책까지 쓰게 되었는지가 궁금한 것입니다.


아니 더 본질적으로는 그냥 흥미롭게 읽을 책이 필요해서 달리기 관련 책을 읽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달리기가 나에게 알려준 것들>은 이런 연유로 달리기에 대한 책들을 둘러보다가 표지가 예뻐서 읽게 된 책입니다. 표지의 저 복장과 타이즈 색깔과 배경이 좋았습니다. 결정적으로 표지 주인공의 저 표정에 킹 받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천천히 달려도 매일 헉헉대는데 '저렇게 만연한 미소를 띠면서 달릴 수 있다고?' 하는 생각이 올라오면서 궁금증이 커졌던 것입니다.


저자 오세진 씨는 프리랜서 작가이자 방송인이시기도 하고,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계시는 아리따운 여성분이십니다. 딱 봐도 내강외유 스타일이신 거 같은 저자는 세 번의 사고를 당하면서 몸이 엉망이 되어 있는 상태에서 지인의 권유로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건강도 찾고 즐겁고 긍정적인 삶을 살고 계신 분이십니다. 매우 전형적인 스토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만, 모든 개개인의 이런 스토리는 감동이자 영웅서사이기도 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읽은 달리기 에세이의 주인공들은 단 한 번도 뛰어 본 적이 없었다거나, 건강이 너무 나빴다거나, 일 때문에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 건강이 무너졌거나 하는 극한의 상황에서 달리기를 시작하고, 짧은 시간에(제가 보기에) 달리는 거리가 늘어나고 곧 대회에 나가면서 놀라운 성취를 이루어낸 케이스가 대부분입니다. 당연히 그 정도 스토리라인이 잡혀야 책으로 나오게 되는 거기도 하겠지요.


달리기는 나름 시간 내서 계속하고 있는데 할수록 더 힘들고 살은 더 찌는 저 같은 사람은 이게 맞는 건가 싶고, 조금 의지를 발휘해 열심히 달리다가 부상으로 절뚝거린 경험까지 있으니 더욱 나만 그런가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반면 저자는 저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분이기도 하고, 목적 지향적이기도 하신 것 같습니다. 그나마 달리기 시작한 시기가 상대적으로 저보다 더 젊다는 점도 살짝 작용한 것 같기도 합니다.


뭐가 되었건 달리기로 인생 역전한 스토리는 저에게 큰 위안을 줍니다. 인생 역전이라는 것이 뭔가 큰돈을 벌거나 엄청난 성취를 한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달리기 전보다 더 건강해지고 행복해지고 삶을 더 주체적으로 살아가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달리는 분들의 책을 한 권씩 만날 때마다 이런 생각이 더 확고해지는 것 같습니다.




2. 읽는 재미가 있는 책

이 책은 에세이의 가장 중요한 구성 면에서 상당히 짜임새가 좋고 훌륭합니다. 저자는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서문에 "나는 달알못입니다"라는 말로 달리기를 만나게 전에 어땠으며 잘 달리게 된 지금은 어떤지 짧은 글로 요약하면서 달리기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추구하는 방향에 대해 알리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달리기를 알아가고, 심장의 힘찬 박동을 느끼며, 좋은 에너지로 충만해지길 바란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내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시작부터 이 문장만 봐도 저자가 상당히 마인드가 좋은 분이라는 것이 느껴집니다. 연속적인 사고로 건강이 무너졌을 때도 이런 마인드였다면 정말 국보급, 성인의 반열에 오른 분이라고 할 수 있겠고, 달리기를 해오면서 이런 마인드를 정립하셨다면 그건 그것대로 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절대로 저자에 대한 호감 때문에 치켜세우는 것은 아닙니다. 아니, 맞습니다...)


사실은 대부분의 달리기 책에서 나올 법한 무난한 서문을 지나고 본문을 넘기면 바로 250km 고비 사막 레이스 경험담이 똭하고 펼쳐집니다. 독자는 마음의 준비도 안됐는데 바로 사막으로 보내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너 얼마나 달려봤어? 나는 250km, 그것도 졸라 무더운 악조건인 사막 레이스 완주한 사람이야!'라고 하는 것 같은 충격 요법이 시전 됩니다. 아따, 하루 5km 겨우 달리고 헉헉거리는 저는 바로 자세를 고쳐 앉게 됩니다. 앞에 있었다면 "스승님!"이라고 부를 뻔했습니다.


에세이는 초반에 에너지 높고 흥미를 자극하는 내용을 빵 하고 터트려놓고 차분하게 점진적으로 페이스를 올리는 방식으로 구성할 때 관심을 집중시키고 완독률을 극적으로 높일 수 있습니다. 특히 전두엽이 제 기능을 못하는 요즘 사람들에게는 정말 반드시 필요한 기법이기도 합니다. 만약 이 책이 저자의 5년 전 달리기 첫 만남에서 서서히 나아지는 과정을 시간순으로 나열했다면 다소 지루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시작부터 "봐라 내가 마 사막 레이스 갔다 온 사람이야!" 하고 때리고 시작하니까 그 순간 끝까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귀담아들어야겠다는 겸손한 마음이 들어버렸던 것입니다.


실제로 사막 레이스 에피소드 3꼭지 이후로 이 책의 페이스는 상당히 떨어뜨린 채로 쭈욱 끌고 가는데 집중력을 놓치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미 기가 죽어서 지고 들어간 상태로 겸손하게 책을 읽다 보니 이후로 나오는 스토리와 그 과정에서의 교훈들을 잘 새길 수 있었습니다. 거의 뭐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 수준으로 들었습니다.


이 책에는 저자의 경험에서 나오는 훌륭한 교훈들이 많이 나옵니다. 교훈이라는 것이 뭔가 '이래야 한다'라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솔직한 글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짭쪼름한 육즙 같은 느낌이랄까 그렇게 읽다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응원하게 되고, 뭔가 힐링이 되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솔직히 달리기를 하고는 있는데 입맛만 좋아져서 살이 더 찌는 부작용에 시달리는 저로서는 달리기의 효능은 역시 케바케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부분도 없지 않았습니다만은 그건 저자의 잘못이 아니라 어디 가서 따질 수도 없고, 그저 계속 달려볼 수밖에요. 달리기를 막 시작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꼭 읽어보시면 좋을 책입니다.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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