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희숙 <밑줄 독서 모임> 책 리뷰
1. 독서 모임의 원조 논란 종결. 40년 전통의 여희숙 슨생님.
저는 어쩌다 책을 읽는 닝겐이 되어버렸습니다만, 사실 많은 분들이 책과는 원수처럼 살아갑니다. 뭐든 해버릇해야 늘고 좋아지는 법이라 책을 가까이하지 않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똥꼬에 힘 빡 주고 '1년에 100권 읽기'같은 걸 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만약 책과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고 싶다는 막연한 바램이 있으시다면 잘 찾아오셨습니다. 여기 40년 전통의 원조 독서 지도 슨생님이 계십니다.
<밑줄 독서 모임>은 40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독서 지도 외길 인생을 살아오신 독서 장인 여희숙 슨생님께서 그간의 노하우를 대방출하신 책입니다. 이 분은 심지어 독서 지도라는 용어와 개념 자체가 없던 시절부터 독서 장려를 위해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신 선구자 같은 분이십니다. 그 와중에 얻은 금쪽같은 경험들이 이 책에 녹아 있습니다.
원조 맛집은 최고의 레시피는 절대로 다 공개하지 않습니다만, 독서는 그렇게 인기 상품이 아니라 그런지 시키지도 않았는데 노하우를 아낌없이 알려주십니다. 그 비결 중에서도 슨생님을 절대 고수의 반열에 올린 절기는 '밑줄 독서'입니다. 이를 토대로 다양한 시도를 해 나가는 가운데 다듬어 오신 독서 운영법이 바로 밑줄 독서 모임입니다. 맛집이 유명해져서 프렌차이즈화 하듯 밑줄 독서 모임이 뿌리를 내리고 다양한 방식으로 퍼져나가 수많은 독서 모임이 되었다고 합니다.
책을 안 읽는 시대라고 하지만 사실 우리는 방식이 변했을 뿐 텍스트를 다양하게 더 많이 소비하는 중입니다. 주로 모바일 기기로 산발적으로 읽다 보니 정제된 글을 읽는다는 느낌을 받기 어려울 뿐입니다. 책은 사실 상당히 잘 구조화된 글의 덩어리입니다. 이런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소화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드라마도 요약 보기로 소비하는 세대가 아닙니까? 느려터진 책 읽기가 쉬울 리가 없겠지요.
그럼에도, 이 와중에도, 나는 독서를 잘 해내고 말겠다는 의지가 있으신 분이나 독서 모임을 운영해 보고 싶은 분이나 그냥 호기심에 궁금하신 분이 계신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2. Simple is The best!
<밑줄 독서 모임>에서 주장하는 요지는 단순함의 힘입니다. 독서 모임을 하다 보면 뭔가 그럴듯하게 하고 싶은 욕구가 넘쳐나기 마련입니다. 지적 허영심이 스믈스믈 올라오는 경험도 하게 됩니다. 아는 척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반대로 뭔가 배우고 싶은데 스스로 준비가 안되었다는 비교의식으로 힘들기도 합니다. 이런 여러 가지 문제를 단숨에 해결할 수 있는 좋은 툴이 바로 '밑줄 독서 모임'입니다.
책 속에 구체적인 운영 방법이 잘 설명되어 있지만 핵심은 어떤 책을 선정하던 참석자들은 자신이 읽고 가장 와닿았던 부분에 밑줄을 그어 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밑줄 그은 부분은 모임에서 낭독합니다. 그런 다음 할 수 있으면 자신이 느낀 점이라든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겁니다. 만약 절반만 읽었으면 읽은 부분 중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에 밑줄을 그으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잘 몰라도, 다 못 읽었어도 상관없습니다. 다른 분이 하는 말에 의무적으로 답을 하거나 주어진 질문지에 대답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처럼 '밑줄 독서 모임'의 핵심은 문턱 낮추기와 쉽고 단순하게 시작하기입니다. 그냥 읽을 수 있는 부분까지만 읽고 본인 기준으로 밑줄만 그으면 끝입니다. 부담이 적으니 빠질 일도 적고 편안한 마음으로 모임을 꾸준히 참석할 수 있습니다. 이 와중에 반복의 미덕이 작용합니다. 읽다 보니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책 읽는 것이 익숙해! 아주 쉬워! 잘 읽어지고 이해가 쏙쏙 되는 거 같아! 이런 느낌으로 책며드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책을 잘 읽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그다지 많은 정보를 건질 것은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 쉽습니다. 메시지 자체가 단순하니까요. 하지만 원래 절대 무림의 세계에서도 최고의 오의는 간단하고 단순합니다. 또한 절대 고수의 가르침은 간혹 '장난하나?' 싶을 정도로 뻔하고 상식적입니다. 그럼에도 실제로 그 오의에 이르기는 매우 아주 굉장히 너무 힘든 것입니다. 다행히 밑줄 독서는 딱히 그리 어려운 방법은 아닙니다. 책을 읽거나 독서 모임에 나가기까지가 어려운 것이지요. 시작이 어려운데 방법이 단순 간단하니 용기를 낼 수 있습니다.
그나저나 단순함이 최고라고 쓰고 있으면서 리뷰를 매우 길게 쓰고 있는 데다가 아직까지 구체적인 책의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책 리뷰의 고수가 되기는 멀었다는 생각에 좌절감이 살짝 들면서 항상 세 개 꼭지로 쓰지만 이번 만은 두 꼭지에서 마무리해버려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자세한 책 내용은.. 직접 한번 읽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