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에서 배움에 대한 갈증으로 변해가는 독서 취향에 대해...
언젠가부턴 이 읽는 책을 살펴보니 소설의 비중이 확연히 줄었습니다. 그저 재미있어서 시작한 책 읽기다 보니 미스터리부터 SF까지 당장 도움이 안 되기로 유명한 소설을 주로 읽어 왔으니까요. 그 와중에 '나는 자기 계발서 따위는 읽지 않는다'라는 선언 아닌 선언까지 하기도 했었죠. 자기 계발서는 독서 자체보다는 책을 "다른 무언가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게 한다는 불편한 감정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자기 계발서를 꽤나 읽었는데 그다지 변화가 없었다는 경험이 더 크게 한몫을 했을 테지요.
그러나 뭐든 극단적이어서 좋을 것이 없습니다. 스스로 목적에 맞게 균형을 맞춘다면 무슨 책이든 도움이 되기 마련입니다. 서른 중반이 되어서야 읽기 시작한 책이라는 것이 왜 하필 미스터리 추리 소설 위주였는지 생각해보니 당시 블로그에서 책 리뷰를 쓰며 같이 댓글 놀이를 즐기던 블로그 이웃들이 주로 읽던 책들이 "피 철철 목댕강"류의 미스터리, 호러, 범죄소설이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저와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소중하고 감사한 이웃들이 많기에 아직도 많이 보고 있지만요^^
그분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사전 지식이 필요한데 저는 뭐 거의 독서 신생아 수준이라 접하는 소설 모두 생소하고 어안이 벙벙했는데 표도 못 내고 좀 답답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하여 꼼꼼한 성격도 아닌데 나름 열심히 여러 소설에 대한 정보를 많이 배우고 익혔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책 읽을 시간이 충분치 않았으니 직접 읽기보다는 타인의 리뷰와 책 정보로 책과 소설가에 대한 정보만 많이 보게 되기는 했지만요.
그렇게 장르 소설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었지만 정작 제가 읽고 싶어서 고르는 책은 갈수록 결이 달라졌습니다. 마치 아이가 어릴 때는 부모가 주는 옷을 그냥 입다가 어느덧 '좋다, 싫다'를 표현하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독서 자아가 생기고 취향이 분명해지는 순간이 오는 것입니다.
2. 향후 읽어나갈 관심 분야 찾기
그런데 이 취향이라는 것이 참 지랄이라 스스로 생각해도 남들은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들에 관심이 가는 것입니다. 인간들이 사는 세상을 좌우지 장지지 해오던 주요 역사나 문화, 종교는 식상합니다. '왜 내게 너희들이 주입하고 강요한 사상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쉐리들아!' 라는 반감이 커집니다. 그래서 '내가 이 나이가 되도록 가장 관심 없고 몰랐던 것이 뭐지?'라는 반문을 해보았었습니다. 워낙 많아서 정리가 안 될 지경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몇 가지 꼽을 수 있었습니다.
기독교 문화에서 살았으니 당연히 종교 분야에서는 기독교를 제외한 모든 여타 종교에 대해 심하게 무지했습니다. 생각할수록 문제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기독교를 믿으려면 다른 종교에 대해 잘 알아봤어야 합니다. 그리고 합리적으로 판단해서 신앙을 가질지 말지를 진지하게 고민했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사람은 책을 읽고 '생각'이라는 것을 하고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저는 그냥 부모가, 선생님이, 친구가 해주는 말을 비판 없이 그대로 믿고 말았습니다. 스스로 종교인으로 살았지만 정작 내가 가장 생소해하는 종교에 대해서, 그리고 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알고 싶어졌습니다.
그렇게 책도 찾아 읽고 동영상 강의에 필기까지 해가며 공부한 것이 인도 철학과 힌두교 사상입니다. 공부를 조금 하다 보니 제가 인도에 가서 살거나 힌두교도가 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지만 적어도 이들의 철학과 사상에 장점이 많고 배울 것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그마치 40년이 넘게 살고 난 이후에야 말입니다.
그럼 또 비슷한 건 뭐가 있나? 찾다가 불교에 기본 교리도 읽게 되고, 심지어 사이비 종교에까지 관심이 넓어졌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인간이 왜 종교에 이다지 빠져들까? 하는 의문으로 넘어갑니다. 종교의 문제는 참으로 비이성적이고 극렬한 감정을 동반하는 문제다 보니 뭐라 쉽게 결론 내리기가 부담스럽습니다.
힌두교에서 시작해서 인도 신화를 읽다 보니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다른 나라의 신화는 어떤 게 있을까?'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왜인지는 몰라도 시리즈가 있으면 순서대로 읽어야 된다는 막연한 부담을 느끼는 편이다 보니 가장 오래된 신화가 뭔지 찾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수메르 문명과 신화를 찾아 읽게 되었습니다. 수메르 신화를 읽으면서 너무 재미있는 점들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아놔, 수많은 신화와 종교적인 성전들이 수메르 신화에 적힌 내용과 다들 일맥 상통한 것들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거칠게 표현하면 해 아래 새것이 없다더니 이 양반들 서로서로 모방하고 베끼고 가져다 쓰고 그런 것만 같습니다. 역시 사람은 배워야 합니다.
3. 참고는 하지만 판단은 내가 한다.
내가 속한 문화가 아닌 다른 문화에 대한 책을 읽고 강의도 찾아보고 하다 보니 비교 판단하는 시각이 조금 생깁니다. 타인에 의해 너무나 당연하다고 들어왔던 것들이 사실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바로 "네놈의 시각"이 엄청 함유되고 "니들의 판단"에 많이 많이 함유된 유사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뭐든 스스로 확인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례로, 인도의 경전 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에 대한 해설서를 읽은 적이 있는데, 막상 번역된 원문을 읽어보니 이 해설이라는 것이 지극히 제한적이랄까.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강조하고 싶은 부분만 강조해서 해설을 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 그것만이 아니었구나. 그것만이 네 세상이고 내가 보기엔 좀 다른 걸...'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역시 뭐든 스스로 읽고, 사고하고 판단해야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그렇기에 책 리뷰도 참고는 하되, 누군가가 비판하고 욕을 한다고 해서 '아, 나도 이 책은 패스야..'라고 쉽게 결정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뭐야, 엄청 욕하고 재미없다더니 훌륭한 책이구먼'이라고 느끼는 상황을 의외로 자주 만납니다. 세상에 생각은 다양하고 취향은 더 다양하니까요.
저는 앞으로 많은 테마를 가지고 책을 읽어나가려고 합니다. 관심사가 드럽게 많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기는 한데 그렇기에 더디더라도 이것저것 공부하며 읽어나갈 생각입니다. 가장 큰 테마이자 관심사는 "행복에 대한 책"을 최대한 찾아 읽어보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각각의 주장과 방법론을 정리해볼 생각입니다. 제가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이유기도 하니까요.
그외에는 신화와 사상, SF, 인류의 미래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게다가, 일반 상식적인 생각에서 벗어난 것들에 대해서 조차 관심이 많습니다. 음모론이나 외계인, 비일상적인 존재는 물론 제3세계와 우리 사회에서 그다지 관심을 못 받는 문명과 역사, 사상 등을 알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철학도 공부하고 자기 계발서도 읽습니다. 기본적인 사고체계 없이 독특한 것들을 접하면 마치 사이비 종교에 빠져들 듯이 정상적이고 유연한 판단을 하기 힘드니까요. 모든 일에서 "균형"은 정말 중요합니다. 균형을 잃은 사람들은 타인과 대립하고 그 과정에서 비극을 만들어내니까요.
역사적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들은 신을 따르는 자들이었다고, 특히 자신들이 따르는 신이 위협을 당할 경우 더욱 위험한 존재가 되었다. p11
"오리진 1, 댄 브라운, 2017.11"
댄 브라운의 소설 첫머리에 등장하는 이 문장은 종교인들을 싸잡아 비난하기 위한 의도라기 보다 극단적이고 배타적인 사고의 위험성을 내포하는 문장으로 이해하고 싶습니다. 종교의 고매함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하는 것 역시 "균형"이 무너진 대표적인 사고방식이겠지요.
앞으로도 제가 관심을 가지고 배우고 싶은 것들을 잘 정리해가며 독서를 계속해 나갈 생각입니다. 결과적으로 이렇다 할 결과물이 없더라도 그 과정의 즐거움은 도무지 양보할 수 없는 것이니까요.
이 복잡하고 살기 힘든 시기에 여러분들은 무슨 책을 읽으시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