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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다돌아 Jun 08. 2018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노력하지 않는 삶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남자의 처절한 이야기



1. '열심히' 사는 것은 무엇인가? 질문하는 남자 하완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의 저자 하완 씨는 인생에 대해 다수가 강요하는 폭력적인 일반화에 의문을 품고 도대체 '열심히' 사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사람입니다. 대다수는 살면서 이런 의문을 품어보지만 금새 체념하고 세상의 룰에 맞춰 삽니다. 그러나 저자는 어느날 갑자기 멈춰 섭니다. 그리고 "노력하지 않는 삶"을 살아보는 실험에 돌입합니다. 


   저자의 모습이 나태하거나 회피하는 것으로 보여질 수도 있지만 결코 그냥 열심히 살기 싫어서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오히려 너무 많이 생각하고 많이 알아버려서 모른 척 남들처럼 살아갈 수 없는 케이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특성 때문인지 저자는 인생을 매뉴얼에 맞게 직진하지 못하고 비효율적으로 살아왔다고 고백합니다. 저도 비슷합니다만 이 양반은 저와 뻘짓의 성향이 다릅니다. 저는 목표점도 없이 여기저기를 돌고 돌았다면, 이 양반은 좀 많이 늦게 움직였다고 할까... 그렇습니다. '좀 늦으면 어떠냐 니들 먼저 가거라'라고 말하는 유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괴테가 그랬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문득 궁금해졌다. 나는 어디로 이렇게 열심히 가고 있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어디를 향해 달려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멈춰 섰다. 그게 전부다. p4~5      







2. 성공과 실패, 관점의 차이                                                    


  저자가 말하는 솔직 담백한 이야기들은 제목에서 느껴지는 가벼움을 찾을 수 없습니다. 무척 진중하고 깊이 있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야매 득도기라고 쓰여있지만 이 정도면 거의 득도했다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 그 와중에 밸런스를 잡기 위해 전체적인 뉘앙스는 가볍게 유지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읽기가 편합니다.


   성공과 실패가 자신이 정해놓은 기준으로 자평하는 것이라면 좋겠지만 보통 비교우위론에 근거해 "판정 당"하곤 합니다. 체면문화이자 오지랖 문화 속에 사는 우리는 타인에게 보이는 것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 저자는 이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극단적인 결정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용기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자는 스스로 모범을 보인 대로 '남'의 인생을 살지 말고 '나'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것이 어쩌면 실패일지라도 말입니다.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가 중요하지 않고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해져 더는 ‘나’의 취향이나 감을 믿지 못하고 선택권을 ‘남’에게 넘겨버린 지금의 우리. 고작 식당 하나, 영화 하나를 고르는데도 실패할까 봐 용기를 내지 못한다. 그러니 인생은 오죽할까. 안전하다고 유혹하는 ‘남’들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나’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선택은 어쩌면 ‘고독한 실패가’의 길이다. 하지만 그 길을 가면 적어도 남들이 하라는 대로 사는 ‘남’의 인생을 살게 되진 않는다. p131


   이렇게 자신만의 선택에 따라 살다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우리 인생이 실패한 인생은 아닐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과정"을 무시한 극단적인 판단일 뿐입니다. 디테일한 과정 가운데 벌어지는 스토리를 무시하면 흑백논리에 준한 결과만 남게 됩니다. 그렇기에 성공과 실패는 그저 우리가 어떤 태도로 살아가는가에 대한 관점의 차이에 지나지 않습니다.

꿈꾸던 대로 되지 못했다고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이 삶을 끌어안고 계속 살아가야 한다. 그러니까 이건 관점의 차이다. p233





3. 이 책의 완성은 삽화! 현웃 터트리는 위트와 재치        


   사실 이 책은 근래 들어 가장 재미있게 읽은 에세이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중간중간 현웃터지는 작가의 삽화와 딸린 글입니다. 진짜 빵빵 터졌어요. 계속 노여사에게 보여주면서 웃기지 않냐고 강요하는 재수 없는 아재 짓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만큼 웃겼어요. 이 양반 정말 위트와 웃픔의 미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작가처럼 리뷰도 '하마터면 너무 열심히 적을 뻔했다'라는 생각으로 대충 적으려 합니다. 왜 재미있는지 디테일은 다 생략하고 책 속 삽화 일부를 첨부해버리면서 무책임하게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너무 노력해서 리뷰를 써도 딱히 보상이 없을 수도 있으니까요. 안타깝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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