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기원

세계적 행복 심리학자가 말하는 행복의 핵심, 음식 그리고 사람.

by 돈다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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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행복은 '목적'인가? '수단'인가?


"행복의 기원"은 세계적인 행복 심리학자 서은국 교수가 자신이 찾은 행복에 대한 본질을 정리한 책입니다. 서은국 교수는 작년 가을경 TV에서 어쩌다 어른 크로스 "모가댓 & 서은국"편에서 보고 알게 된 분입니다. 외모는 그다지 행복해 보일 것 같지 않은데 행복에 대해 연구하다니 신기하다는 엉뚱한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책은 얼마 전 문유석 판사의 "개인주의자 선언" 중에 언급되어 있어 찾아 읽게 되었습니다. 읽으면서 놀랐던 점 중 하나는 "개인주의자 선언"의 초반 핵심 내용의 근간을 이루는 개념이 "행복의 기원"에 담긴 내용과 놀랍도록 유사하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문유석 판사가 이 책을 읽으면서 무척 공감을 했고, 저는 문유석 판사의 "개인주의자 선언"을 읽으면서 공감을 했기 때문에 이 책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죠.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 중 가장 신선하면서도 타당하다고 느낀 부분은 "행복 자체가 인생의 목적이라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당연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귀족 출신으로 아쉬울 것 없이 살았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한 의견에 불과한데 이후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마치 진리인 것처럼 신봉하고 살아왔다는 것이지요.

아리스토텔레스는 일찍이, 행복은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단언했다. 행복을 뭔가를 위한 수단이나 도구가 아니라, 모든 인생사가 향하는 최종 종착지로 보았다. 이 철학적 관점이 빚어낸 행복의 모습이 2천 년간 큰 흔들림 없이 유지돼왔고, 이것은 여전히 많은 사람이 행복에 대해 갖고 있는 시각이다. 그러나 이 오랜 관점과 진화론은 정면 대립된다. 앞서 보았듯이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인간의 모든 특성은 생존을 위해 최적화된 도구다. 밀러에 의하면, 신체적인 특성뿐 아니라 고차원의 정신적인 특성도 이 ‘생존도구’의 역할을 한다. p59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간은 고등사고를 한다는 점만 빼면 100% 동물과 같은 존재라고 보고 있습니다. 너무나 익숙해진 철학적 관점의 행복의 정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사실상 '행복'이란 인간이 생존하기 위한 동력과 같은 역할을 하는 '수단'이라고 설명합니다.

우선 새로운 안경을 쓰고 행복을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익숙한 철학의 안경을 벗고, 진화론적인 렌즈로 행복(쾌감)의 본질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다. 나의 짧은 결론은, 행복은 사회적 동물에게 필요했던 생존 장치라는 것이다. p98






2. 행복의 핵심 사람, 그리고 빈도


저자는 행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본질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하면서 인간의 본성은 한마디로 "사회성"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인간의 본성을 압축한다면 나는 “The ultimate SOCIAL machine”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사회성은 인간의 생사를 좌우하는 가장 독보적인 특성이다. p85


여기서 사회적 기계라는 표현은 결국 인간의 본질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설명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사회 속에서 우리는 생존의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타인으로부터 도움과 협력을 통해서 말입니다. 즉, 타인이 인간의 생존에 필수품이라는 말입니다. 그렇기에 타인과 있을 때, 함께 할 때 쾌감이라는 장치로 행복을 느끼고 이를 통해 생존을 보장받는 것이지요.

뇌는 우리의 행복에 일말의 관심도 없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찾도록 하기 위해 뇌는 설계되었다. 그것은 생존과 직결되는 ‘사람’이다. 그래서 뇌는 사람이라는 생존 필수품과 대화하고 손잡고 사랑할 때 쾌감이라는 전구를 켜도록 설계된 것이다. p151


무언가를 먹거나 이성을 만나는 행위도 철저히 생존이라는 목적에 충실한 행위이고 이를 지속하기 위해 쾌감과 행복이라는 감정을 이용합니다. 물론 이 감정은 일시적이고 휘발성이 강한데 그렇지 않으면 한번 배부르면 더 이상 먹지 않으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행복의 핵심은 '사람'과 '빈도'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3. 한국인의 행복은 어디로...


저자는 한국의 문화적 특성에서 한국인이 행복을 누리기 힘든 이유를 설명합니다. 유럽의 여러 국가들이 중시하는 개인주의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한국의 집단주의가 행복을 방해하는 큰 장애물이 됩니다.


행복감을 예측하는 가장 중요한 문화적 특성은 개인주의다. 소득 수준이 높은 북미나 유럽 국가들의 행복감이 높은 이유도, 사실은 상당 부분 돈 때문이 아니라 유복한 국가에서 피어나는 개인주의적 문화 덕분이다. p161


또한 체면을 중시하고 남을 의식하는 사회문화도 행복의 본질을 뒤바꾸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책이 출간된 지 몇 년이 지난 지금 남의 시선보다는 스스로에게 집중하자는 메시지의 책이 무척 많이 출간되는 것을 보면 이 부분을 극복하기 위한 각자의 노력이 진행 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견고한 사회의 분위기는 쉽사리 바뀌지는 않지만 변화의 흐름은 이미 불고 있는 것 같습니다.

행복은 나를 세상에 증명하는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잣대를 가지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필요도 없고, 누구와 우위를 매길 수도 없는 지극히 사적인 경험이 행복이다. (중략) 하지만 타인이 모든 판단 기준이 되면 내 행복마저도 왠지 남들로부터 인정받아야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행복의 본질이 뒤바뀌는 것이다. 스스로 경험하는 것에서 남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왜곡된다. p171


위에서 행복의 중요한 요인이 "사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점점 "사람"의 위치를 "돈"이 대체하는 현상이 심화되었습니다. 돈만 있으면 타인의 도움이 아니라 돈으로 뭐든 구매해서 생존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이점은 오히려 사람을 더욱 불행한 동굴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함정이 됩니다.

과도한 물질주의는 행복에 치명적인 결과를 준다. 행복 전구를 가장 확실하게 켜지도록 하는 것이 사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행복해지기 위해 돈에 집착할수록, 정작 행복의 원천이 되는 사람으로부터는 멀어지는 모순이 발생한다. 물론 지금 세상에서는 돈이 있으면 홀로 생존하는 것이 가능하다. 생존만이 목표라면, 사람 없이 돈만 가지고도 살 수 있는 일종의 ‘신세계’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원시적인 뇌는 아직 이 신세계에 적응이 덜 되었고, 그 안의 행복 전구는 돈 자체에 관심이 없다. 그 전구가 켜지도록 하는 스위치는 여전히 사람인데, 돈을 추구하다 보면 어느새 이 결정적인 스위치가 없는 방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왜 행복하지 못한 걸까? 돈 냄새를 따라 아주 깜깜한 방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p176


대한민국에서 행복을 방해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가진 자의 갑질입니다. 내가 스스로 내 인생의 '갑'이 되지 않는 이상 '행복'이라는 생존의 필수 수단을 확보하기가 어렵습니다.

우리는 부러워할 만한 경제 수준의 나라에,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친구들과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쾌적한 나라에 산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하면 좋겠다. 각자 자기 인생의 ‘갑’이 되어 살아보는 것에 좀 더 익숙해지는 것이다. 세상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보다 내 눈에 보이는 세상에 더 가치를 두는 것이다. p179


따져보면 한국 사회에서 행복을 느끼면서 각자의 삶을 이어간다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참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속해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가 많은 문제가 있고 행복하기 어려운 구조라 해서 사회를 버리는 일은 현명한 선택은 아닙니다. 한국이 싫어서 타국으로 떠난다고 해서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개인의 태도와 생각을 바꾸는 행위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가는 것이 바람직한 것입니다.

뜬구름 잡는 소리라 할지라도 계속 떠들어대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 눈치 보고 체면 차리면서 조직에 그저 충성하기 보다 "이건 잘못된 것이다. 우리의 행복한 생활을 저해하는 것으로 고쳐나가야 한다"라고 떠들어대야만 나 혼자만 이상하게 느끼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인식하고 연대의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는 곧 변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어쩌면 리뷰가 좀 거창해진 것도 같지만 정작 저자는 행복이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철학적 관념 속의 행복에서 벗어나 진화론적 관점에서 바라본 행복이라는 내용은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생소하고 어색하지만 한 번쯤 색다른 시각으로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를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매우 유익했습니다.

이 책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맛있는 음식과 좋은 사람. 이 두 가지면 충분합니다.

행복의 핵심을 한 장의 사진에 담는다면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의 내용과 지금까지의 다양한 연구 결과들을 총체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것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장면이다. 문명에 묻혀 살지만, 우리의 원시적인 죄가 여전히 가장 흥분하며 즐거워하는 것이 바로 이 두 가지다. 음식, 그리고 사람.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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