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맛 삼류영화를 잘 만들면 생기는 일들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지구가 끝장나는 날(The World's End)

by 돈다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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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병맛 삼류 영화의 전통을 잇는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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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저의 취향을 무섭도록 저격한 영화입니다. 사실 정말 인간적으로다가 깨놓고 말씀드리면 아주 재미있다고 하기는 어려운 영화입니다. 그렇지만 대놓고 병맛을 선보이는 영화 중에 "에드가 라이트" 감독만큼 개념을 탑재하는 삼류영화를 찍는 감독이 있을까 싶습니다. 와우~~ 명품 병맛은 이런 것이죠.


에드가 라이트 감독 병맛의 거룩한 계보를 살펴보면 보신 분들이라면 고개를 끄덕이실 갭니다. 시작은 "새벽의 황당한 저주(2004년)"입니다. 지금 생각해도 충격적인 영화였습니다. 다음 해 여세를 몰아 "랜드 오브 데드(2005년)", 곧이어 "뜨거운 녀석들(2007년)"까지 사이먼 페그를 앞세운 신선한 병맛은 아름답게 이어왔지요. 이후로 공포에 코미디, 아동 영화를 찍다가 병맛의 올드스쿨 느낌으로 제자리를 찾은 영화가 바로 "지구가 끝장나는 날(2013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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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가 라이트 사단이라 할 수 있는 사이먼 페그가 주인공 게리 킹 역을 맡았고, 처음부터 함께 했던 닉 프로스트가 앤디 나이트 역으로 등장합니다. 이 외 가장 익숙한 배우는 호빗과 영드 셜록, 시빌 워, 블랙 팬서 등에서 꾸준히 활약하고 있는 마틴 프리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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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영화는 사실상 줄거리가 큰 의미는 없는데, 굳이 적자면 어릴 적 친하게 지내던 친구 다섯 명 중 중심이자 리더이던 생양아치 게리 킹은 젊고 화려하던 날을 뒤로하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살고 있다가,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은 젊은 시절 마무리하지 못했던 술집 순례를 다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멀쩡히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들을 찾아가 들쑤시고 결국 고향으로 돌아와 술집 순례를 다시 하게 되는데, 어허, 술집을 다니다 보니 마을이 영 예전 같지 않습니다. 마을이 모두 외계인에게 점령당한 것... 게리 킹과 친구들은 과연 마을을 되돌릴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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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과 친구들은 외계인에게 세뇌되어 기계처럼 파란 피를 흘리는 동네 사람들을 상대하며 개고생을 합니다. 그러다가 결국 외계인을 만나게 되고, 그들에게 벅큐를 날리고 마을을 원래대로 되돌리게 됩니다. 이렇게 따져보면 엄연히 히어로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의 백미는 넘치는 병맛에 있기도 하지만 마지막에 외계인으로 은유되는 사회 기득권의 획일화에 대항하는 개인의 태도와 자세에 대해 거의 강의에 가까운 대사를 쏟아내는 마지막 클라이맥스에 있습니다. 그 장면으로 인해 이 영화가 명품 병맛 삼류영화로 분류되며 일약 기억에 남을 명작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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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류 명맛 스타일로 어떻게 사회성 짙은 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역량이 궁금하신 분들은 꼭 보시기 바라는 영화입니다. 물론 취향을 심하게 타는 영화므로 보다가 한숨을 푹푹 쉴 수도 있다는 점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그런 황당함을 감안하고 보면 의외로 의미 있는 좋은 영화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영화 이후로 앤트맨에 이어 베이비 드라이버까지 흥행 영화를 찍고 있는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또 나갈지 매우 궁금해지는 감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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