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감성을 제대로 리메이크했지만 마케팅으로 망친 영화

영화 "콜드 체이싱" 마이너뽕필 리뷰

by 돈다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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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리암 니슨 주연이지만 결이 다른 영화...



보통 국내에 개봉된 영화 중에 의외의 혹평을 받는 영화는 영화 자체가 나쁜 경우도 있지만 관객에게 헛된 기대를 심어주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누구나 기대한 바가 있어 돈을 내고 극장에 가서 관람을 하는데 전혀 엉뚱한 내용이 전개되면 당혹스럽고 열받는 것이지요. 당연한 반응입니다. 과자를 팔면서 '아주 달아요~~'라고 했는데 사서 먹어보니 엄청 짭짤해.. 이럴 때 황당한 것이죠. 과자가 맛이 있고 없고는 그다음 문제가 되어버리죠.


리암 니슨 주연의 이 영화 "콜드 체이싱"의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리암 니슨 영화니까 다 두드려 패겠구만.. 화끈하겠어.' 뭐 이런 기대를 기본적으로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콜드 체이싱"은 전혀 그런 영화가 아닙니다. 사람이 수억 죽어나가는 영화인 것은 맞지만 화려한 액션 따위는 기본적으로 없습니다. 너무나 멋진 설원의 배경 속에 벌어지는 살인의 추억이 아이러니를 자아내는 그런 블랙 코미디에 가까운 영화인 것입니다.


물론 이 영화를 보아하니 국내 10만 관객에 빛나는 바, 이 글을 읽는 분이라면 대부분 "이 영화 무엇? 개봉했었음?"이라는 반응을 보일 확률이 높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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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런데 대관절 왜 "결이 다른" 영화가 되었나?


이 영화의 기묘한 스타일에 대해서 이해하려면 "리암 니슨"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감독 "한스 페터 몰란트"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 양반은 미국에서 영화 연출을 공부하기는 했지만 노르웨이 분인 모양입니다. 국내에 크게 알려진 작품은 딱히 없어 보입니다만, 2014년에 [사라짐의 순서:지옥행 제설차]라는 무시무시한 제목의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이 영화로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 한 것은 아니고 노미네이트가 되었습니다. 광활한 설원에서 펼쳐지는 북유럽의 쿠엔틴 타란티노식 액션의 진수를 보여주었다는 평을 받았는데, 하아.. 이거 뭔가 기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 콜드 체이싱이랑 너무 비슷한 느낌이 아닌가 말입니다. 그리하여 영화를 찾아보니 주연만 다를 뿐 구성이나 형식, 스토리까지 모두 동일합니다. 아따마... 이마를 빡치며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감독이 인정받은 대표작을 할리우드 영화로 리메이크하면서 "리암 니슨"을 주연으로 내세운 그런 영화인 것이지요. 기본적으로 그냥 배우만 바뀌었다 뿐이지 거의 같은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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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영화인데 주연이 우리에게 익숙한 "스텔란 스카스가드"입니다. 이름은 솔직히 몰랐지만.. 카카 이 영화를 제대로 봐야 알겠지만 예고편만 봐도 거의 똑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콜드 체이싱"보다 더 진지한 느낌입니다. 이런 원작을 할리우드 영화로 리메이크하면서 오히려 조금 더 가벼운 느낌을 내려고 연출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관객들은 '이거 뭐 진지한 것 같으면서도 좀 우습기도 하고 액션은 형편없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를 영화로구먼.'하는 곤란한 입장에 빠져드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 영화 특유의 느리면서도 아이러니한 블랙 코미디 코드가 취향에 맞는 분은 의외의 명작이라 평가하게 되고, 기대에 안 맞는다는 느낌을 받은 관객은 '이기 뭐꼬?'라는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중요한 것은 저의 취향에 잘 맞았다는 점입니다. 살짝 우습기도 한 영화의 전개와 어중간한 설정, 멋진 설경과 대비되는 어이없는 사건의 흐름들이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병맛이라고 하기에는 장면이 너무 멋있었다고나 할까. 게다가 다들 지나치게 진지하면서도 코믹한 요소가 없는 것도 아닌 기묘함. 크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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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발 이런 식으로 마케팅하지는 말자...


이 좋은 별미 같은 영화가 혹평을 받고 외면받는 데는 앞에서 언급한 바보 마케팅의 역효과입니다. 이런 이상한 마케팅을 보다 보면 관객을 바보 취급 하는 건지, 영화를 안 보고 마케팅 문구를 정하는 건지 정말 마케팅 담당자들이 무슨 생각인지 의아할 지경입니다. 돈 받을 자격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너무 심해요. 이 영화에 붙은 마케팅 문구들을 살펴보면 가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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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암 니슨 최고의 액션이 웬 말입니까? 이 영화에는 이렇다 할 액션이 나오지 않아요. 주인공은 평범한 나이 든 중년 남성입니다. 특수한 환경과 직업을 가지고 있기에 복수극이 가능할 뿐입니다. 저따구 문구 때문에 최소한 "테이큰과 동급의" 액션을 기대하게 되는 것이 아닙니까? 그러면 배신감에 빠지게 되지요. 누구 탓입니까? (이 좋은 영화를... 쯧...)


그런데 또 영화를 보고 난 후 문구를 찬찬히 정성껏 살펴보면 꼭 틀린 말도 아닙니다. 다만 애초에 기대가 다른 쪽으로 흘러가도록 잘못 유도한 것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만들었을 뿐이지만요. 훌륭하고 매력적인 것도 맞고, 뻔한 복수극이 아닌 것도 맞고, 장르를 비껴가는 연출도 맞습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매우 거칠고 강한 액션 영화일 것이라는 암시를 주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매우 아름다운 설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평범하면서도 범상치 않은 부조리극과 같은 블랙 스릴러 코미디라고 해야 대충 비슷한 느낌일 것 같습니다. 북유럽 감성을 그대로 복사해놓은 영화 "콜드 체이싱"은 딱 한가지 "테이큰의 리암 니슨"만 지우고 보면 정말 매력적이고 괜찮은 영화입니다. 멋있고 아름다우면서도 마음 아프고 웃음이 살짝 나는 그런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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