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돈다돌아 Jun 17. 2019

오지랖 공화국에서 현명하게 혼자 사는 방법

혼자서 완전하게 책리뷰




1. 남들과 다른 삶을 선택한 당당함에 대해...



   대한민국은 예나 지금이나 오지랖 만랩의 간섭 증후군 대표국가입니다. 어찌나 남의 인생에 관심이 많은지 온갖 방식으로 개인의 에너지 필드를 거침없이 침투하여 핵폭탄을 투하하기 일쑤입니다. 아름다운 공동체 정신이 살아있는 탓이기도 하겠거니와 달리 생각하면 다른 사람의 눈치를 많이 보는 체면 문화 때문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했다는 점입니다. 우리 삶의 환경은 거침없이 급변하고 있는데 기성세대는 변함없는 사고방식 속에 늙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 속에서 노령화와 세대 간 대립은 깊어만 갑니다. 어르신들은 젊은이들의 사고방식과 생활 패턴을 이해하기 버겁습니다. 젊은 세대는 고정관념으로 무장한 "나 때는 말이야~~" 세대를 꼰대로 생각하고 불편해하고 혐오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세상 속에서 홀로 살아간다는 것이 녹녹하지만은 않습니다. 대한민국은 다수의 평균적인 그룹에 속해 있어야 무난하고 편하게 살 수 있는 나라입니다. 오죽하면 군대에 가도 중간에 서라는 말이 격언이 되겠습니까? "낭중지추"라는 사자성어보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속담에 머리가 끄덕여지는 것입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도 차츰 개인의 선택에 의해 타인과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누가 정해놓았는지는 모를 관습에 의해 선택에 압박을 받는 스테레오타입의 삶의 방식을 거부하는 자발적인 태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이런 용기 있는 모습을 볼 때 부러움과 놀라움으로 (마음속으로만) 손뼉을 치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홀로 살기에 집중하고 그 유익함을 당당히 주장하는 이 책 "혼자서 완전하게"는 독자로 하여금 시대적 흐름을 생각하게 하고, 자발적 삶에 대한 상상으로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책입니다. 모두가 대차게 세상 속에 홀로 살며 자유를 누릴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으면서 상상의 나래 속에서 흐뭇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는 긍정적인 독서 경험이며 독서의 유익함 중 하나가 아닐 수 없습니다. 






2. 홀로 사는 삶의 유익함과 어려움...



   이 책에서 저자는 왜 홀로 살아가는 삶을 선택했는지 여러 가지 경험과 에피소드를 통해 밝히고 있습니다. 단순히 혼자 사는 것이 좋다고만 주장하는데 그치지 않고 정서적인 측면과 경제적인 측면, 문화적인 측면 등을 다양하게 고려하여 써내고 있습니다. 또한 이런 결정에 있어 어려움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유익함은 무엇인지 상세하게 쓰고 있습니다. 


   다양한 에피소드와 소회를 통해 누구나 원하는 삶을 꿈꿀 수 있으며 주변의 간섭과 상관없이 온전한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삶의 모양을 가꾸어 나가는 것이 마땅함을 보여줍니다. 당위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나는 이러하다'라고 솔직하게 밝히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는 저자는 때로는 비판적으로, 때로는 자조적으로 자신만의 스토리를 독자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의 솔직한 에세이는 독자들이 각자의 삶의 방식에 대해 고민해보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공동체적 삶을 선택함으로써 다양한 방식의 보호를 받게 됩니다. 그러나 이런 안전함을 선택하는 대가로 인생에 있어 무언가를 선택할 때 많은 제약을 받습니다. 이를 감수하느냐 거부하느냐에 따라 삶의 모습이 상당히 달라집니다. 선택에 있어 항상 눈치를 보아야 하고, 주변 지인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어 속앓이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극단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막는 경우도 종종 겪습니다. 특히 가족의 간섭으로 인해 발생하는 선택의 문제에 대해 저자는 상당히 신랄하게 표현합니다.


우리가 인생에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우리를 싫어하는 사람들보다 사랑하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회사를 뛰쳐나가고 싶을 때,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흥미로운 무언가에 자원을 쏟아부으려 할 때, 우리가 실패하고 다치고 망하고 상처받을까 봐 말리는 사람들이 우리를 머뭇거리게 한다. 내가 실패하고 망함으로써 그들을 책임지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워지는 소중한 존재들, 그들이야말로 인생의 가장 큰 족쇄다. 가족이란 대개 그런 존재다. 그리고 그들 때문에 포기한 모든 일들은 고스란히 후회로 남는다.  p.79


   이렇듯 애꿎은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원치 않는 가면을 쓰고 역할극을 해가며 힘들게 살아가는 삶이 바로 무리에 섞여 사는 삶이라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과감히 그 틀에서 벗어나 조금 외롭지만 자유를 누리며 살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나를 불쌍히 여기지도 이상히 여기지도 말라'라고 말입니다.  








3. 혼자 사는 삶은 존중한다. 그러나 나는 여럿이 좋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주장하는 혼자 사는 삶의 유익함에 대해서는 백분 공감하고 존중합니다. 그러나 고백하자면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성향의 사람이 아닙니다. 가족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아끼고 이들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그만큼 저는 험블하고 고귀한 성품을 타고난 사람인 것입니다. 하도 자주 얘기해서 다들 잘 알고 계시겠지만서도...


   그러므로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었지만 저는 혼자 사는 유익함 보다 함께 사는 즐거움이 더 크다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물론 구성원이 누구냐, 어떠하냐에 대해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저로서는 인간은 가능한 서로 어울려 사랑을 주고받고 사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함께 어울려 사는 데는 고도의 배려와 존중과 애정이 담보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함께 사는 즐거움과 행복이 극대화될 수 있습니다. 


   혼자 자유로움을 즐기며 사는 삶을 선택하건, 가족과 공동체 속에서 배려와 사랑으로 관계의 유익을 누리던 각자의 가치관과 인생관을 바탕으로 환경을 고려해 선택할 일일 것입니다. 이런 선택에 확신을 얻고 더욱 감사할 수 있으려면 원래 다들 그렇게 사는 거라는 오랜 관습을 마냥 따르기보다는 이 책 "혼자서 완전하게"에서 들려주는 것처럼 혼자 사는 선택 역시 과감히 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한가지 꼭 언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점은, 베테랑 작가인 저자의 글 솜씨입니다. 맛깔나고 생생하게 표현하는 글솜씨가 탁월합니다. 가독성이 좋을 뿐 아니라 갑툭튀로 곳곳에서 빛나는 유머와 위트가 글을 읽는 재미를 더합니다. 여성분이시라면 저보다 더 즐겁게 공감하며 읽으실 수 있을만한 좋은 에세이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반려동물에 서툰 아이들을 위한 최적의 반려묘 가이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