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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다돌아 Jun 25. 2019

절반의 예측, 인류의 미래는 미국과 일본에 달려있는가?

초예측 - 마이너 뽕필 책 리뷰




1. 유발 하라리의 하드 캐리


  유발 하라리는 인류의 역사와 미래에 대한 거대 담론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학자입니다. 세상에 탁월하고 훌륭한 학자는 참으로 많습니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은 그들의 저서에서 독자들 잠재우기 경쟁을 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지나치게 학구적이고 현학적인 서술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듯해서 사서 소장은 하지만 정작 대부분 서문만 겨우 읽는 그런 책이 되는 것이죠. 반면 유발 하라리는 글 센스가 높아서 내용이 충실하면서도 읽는 재미가 있도록 글을 잘 씁니다.


   일본인 저자 오노 가즈모트가 (자신의 경력을 살려, 그동안 타 매체를 위해)  유명 인사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모은 대담집 "초예측"은 유발 하라리를 전면에 내세운 책인 것입니다. 그만큼 이 책에 있어 하라리의 지분은 절대적입니다. 단지 하라리의 지명도 때문이 아니라 이 책의 제목과 테마 때문입니다. 미래를 예측해서 독자에게 뭔가 통찰을 전한다는 느낌이 팍팍 드는 제목과 부제가 아니겠습니까?


   유발 하라리는 이 책을 통해 진화할 미래의 인류는 온라인 환경의 지배를 받으며 오프라인 삶에서 누릴 즐거움을 잃어갈 것이라 예측하고 있습니다. 제목처럼 미래에 대한 예측을 하고 있지요. 또한, 기존에 우리 인생을 배움과 활용의 시기로 단순히 구분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배움과 활용의 반복이 필요한 시대가 될 것이고 평생 배움에 익숙하지 못한,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고 지적해주고 있습니다. 


   물론 유발 하라리가 그동안 여러 가지 채널과 저서를 통해 충분히 밝혀왔던 내용의 반복에 가깝기는 하지만 편안한 인터뷰 형식으로 쉽게 읽히기에 그야말로 읽을 만한 내용이고 이 책의 스타트로는 상당히 산뜻하고 시작이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내용면에서 묵직한 중량감을 선사해 기대치를 한껏 높여주기도 합니다. 






2. 다이아몬드옹과 닉 보스트롬, 린다 그래튼 등 훌륭한 인물들의 통찰력 있는 대담


   유발 하라리 찬양으로 시작해 마치 다른 대담자들의 역량이 부족한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만, 사실 8명의 대담자 전부가  각자의 영역에서 대단한 업적을 쌓아온 분들입니다. 대가들이 대게 그렇듯 상당히 어려운 주제들에 대해 사족 없이 깔끔하게 정리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그렇기에 읽기 좋고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이아몬드 옹은 현대 문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워낙 긴밀하게 유기적으로 연결된 작금의 인류는 아주 조그만 충격에도 완전히 붕괴될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그러나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펼칩니다. 닉 보스트롬은 인공지능이 놀랍도록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통제가 가능할지, 인류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들려줍니다.  


   린다 그래튼 교수는 큰 틀에서 유발 하라리 교수가 지적한 부분과 유사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인간의 수명이 길어진 100세 시대를 맞이해 우리 개인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찰을 전합니다. 다음으로 다니엘 코엔은 기술의 발전이 인류의 행복에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를 설명합니다. 대체로 부정적인 전망을 들려주고 있어 암울하면서도 무척 공감 가는 설명이었습니다. 


   6장으로 넘어가면 갑자기 민주주의의 위협요소에 대한 주제로 이어집니다. 여기서부터는 좀 의아해집니다만, 우리가 속한 체제가 민주주의인 만큼 미래를 예측하는데 있어서 의미가 있는 내용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요약하자면 "미국의 엘리트들은 계급 차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계급적 불평등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정도겠습니다. 7장에서는 인종사가 넬 페인터 누님께서 미국의 사회 분열과 갈등에 대해 설명합니다. 마지막 8장에서는 전 미 국방부 장관  윌리엄 페리 옹께서 등장해 비핵화 물결의 시대에 북한 체제를 보장해줄 대체 수단을 찾아야만 한반도의 평화를 확보할 수 있다는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를 덕담처럼 해주십니다. 


   한 챕터 한 챕터를 따로따로 읽어보면 무척 의미 있고 소중한 내용들이 담겨 있는 훌륭한 책이었습니다.  







3. 이미 발표된 인터뷰 내용으로 끼워 맞춘 기획 서적의 한계


   이 책은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배가 산으로 간다"라는 말이 생각이 났습니다. 미래예측이라는 주제에 딱 맞아떨어지도록 상콤하게 출발했던 책의 내용이 점점 초점이 흐트러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훌륭한 석학들의 대담은 애초에 "슨상님, 제가 미래 예측에 대한 책을 쓰려고 하니 슨상님 분야에 입각해 한 말씀해주시지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었던 때문이겠지요. 


   저자의 입장에서는 유명한 석학들과 어렵사리 했던 인터뷰가 특정 매체에 기고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깝지 않았을까 상상해봅니다. 이 잘 나가는 석학들의 인터뷰 내용을 어떻게든 살리고 싶었을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하나의 책으로 엮기로 했고, 그러다 보니 주제를 정하고 최대한 주제에 가까운 내용부터 차례로 정렬을 한 것처럼 보입니다. 


   이런 연유로 미래 예측에 대한 내용으로 초반에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가 읽을수록 떨어지다 못해 바닥을 뚫고 지하 벙커로 깊이 들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마지막 장에 가서는 그 자체로 중요하고 말고 와 무관하게 이 책에 들어가도 좋을 주제인가가 의심스러워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인류 전체의 문제에 대한 고찰에서 시작한 내용이 갈수록 미국과 일본에 국한된 내용으로 변해 갑니다. 인터뷰어가 일본인이다 보니 인터뷰이들이 맞춤으로 상담해 준 것이라고 볼 수 있죠. 그리고 인터뷰이 중에 미국인이 많다 보니 미국에 대해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요.  이 문제가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짜증이 났습니다. 엄청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고 읽어나갔는데 갈수록 실망하게 되는 용두사미 같은 그런 느낌이었기 때문이죠. 아무렴 읽은 책도 많고 바쁜데 굳이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쓰여있는 책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 싶은 것이죠. 읽으면 좋지만 굳이 이 책이어야만 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끝까지 읽은 것은 그래야 이렇게 못마땅했다고 투덜거릴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전반부의 내용들은 참으로 좋았습니다. 결론적으로 혹시 누군가 저에게 이 책에 대해 어떠냐고 물으신다면 "바쁘시면 1장만 읽으세요. 여유가 좀 있으시면 3~4장까지 읽으시고요. 아니면 각 장의 소제목을 보시고 관심 있는 챕터만 읽으세요." 이렇게 대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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