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셜록 샘 : 뉴욕 슈퍼 히어로와 호버카 책리뷰
우리나라는 대체로 독서를 교육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독서교육이라는 표현이 익숙할 정도니까 말입니다. 독서를 통해 아이들이 사고 법을 배우고 다양한 지식을 쌓을 수 있으니 당연히 좋은 교육 방법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사실 어린 시절에는 책을 읽는 행위 자체가 즐거울 수 있도록, 그리하여 평생 책을 가까이할 수 있도록 좋은 경험을 쌓아 주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유익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아이들도 교육적인 책 말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좀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면 추리소설이나 SF 소설 같은 것들 말입니다. 그런데 여자아이들이라 그런지, 셜록 홈스 시리즈 같은 추리소설이나 탐정소설에는 좀처럼 관심을 가지지 않더군요. 정작 어른들 중에 추리소설을 즐기는 독자는 여성층이 더 많은데 말입니다.
그러던 차에 이리나 선생님이 번역해서 보내주신 이번 신간 "명탐정 셜록 샘"을 보니 또 욕심이 생겼습니다. 이 소설을 통해서 우리 아이들이 추리소설, 탐정소설의 재미를 좀 알았으면 좋겠다는 욕심 말입니다. 그리하여 일단 제가 먼저 읽어보았습니다. 책이라는 것이 아무리 훑어보아도 막상 정독을 하기 전까지는 똥인지 된장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까?
제가 읽어보니 아이들이 즐겁게 읽기에 딱 좋도록 최적화된 소설 같았습니다. 읽는 내내 재미있고 진행이 빨라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내용에 군더더기가 없어서 인 것 같습니다. 탐정 추리소설임에도 미래 기술이 소개되고 있어 교육적으로도 좋은 상당히 훌륭한 책입니다.
과거에는 아이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장르소설이 탐정 추리소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금은 유튜브 영상을 끼고 사는 아이들이 많고, 평소 놀 때도 유튜버들이 말하는 말투를 따라 하는 희한한 문화가 일반적인 것 같습니다. 들을 때마다 신기합니다. 그게 지금 아이들의 통용되는 문화이니 부모로서 혹시 모를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도와주고, 지나치게 중독되지 않고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계속 가이드 해주려고 노력할 따름입니다. 스마트폰을 빼앗는다고 해결될 문제는 결코 아닙니다. 시대의 흐름을 개인이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고 즉각적인 반응에 길들여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바로 독서를 하도록 유도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을 읽는 행위 자체도 아이들이 즐거워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최근에 유행하는 교육 만화 같은 것도 만화라고 못 읽게 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아이글이 책에 쉽게 접근하는 데 도움을 주니까요. 그러다 보면 자연히 글만 있는 책에도 거부감 없이 접하게 되더군요.
책을 읽는 행위가 유튜브를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즐거움을 준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기에 좋은 책이 바로 "명탐정 셜록 샘" 같은 재미있는 장르소설입니다. 과거에는 셜록 홈스 시리즈를 통해 장르소설을 입문했다면 지금은 오히려 이 책처럼 반대로 셜록 홈스를 모티브로 상황과 시대에 맞게 변주한 소설을 먼저 접하게 하고 익숙해지면 자연스레 고전 추리소설에 입문하게 해주는 것이 맞는 방향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아이들이 셜록 홈스를 읽어서 바로 재미있어 할 것 같지는 않으니까요. 그 나름의 문법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이런 관점에서 이 책은 셜록 홈스 시리즈의 등장인물들을 그대로 차용함으로써 자연스레 캐릭터에 익숙해지도록 도와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적당한 변주는 흥미를 유발하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가령 남다른 인격을 지닌 셜록 홈스는 먹을 것을 삼키지도 않고 많이 먹는다는 식의 설정으로 독특함을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또, 융통성 없는 왓슨의 경우는 아예 인공지능 로봇으로 설정하고 있어 재미있습니다.
탐정소설에 빠질 수 없는 모험 요소는 매력적인 악당의 설정으로 더 재미가 배가되기 마련입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다크 디펜더가 그런 역할을 잘 해주고 있습니다. 마지막까지 등장인물들의 매력이 한껏 드러나는 잘 짜인 스토리가 좋았습니다.
장르소설의 가장 큰 미덕은 뭐니 뭐니 해도 가독성이 아닙니까? 거기에 위에서 설명한 매력적인 캐릭터와 쫄깃한 스토리가 더해지면 감탄을 자아내는 쾌감을 이끌어내게 되겠지요. 물론 제 기준으로 이 소설이 짜릿한 재미를 선사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아동 대상 소설이니 아무리 퓨어하고 클리어 한 저의 정신세계라 하더라도 절대 만족하기는 조금 부족했습니다. 좀 더 정신을 갈고닦아 아트만의 경지에 올라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소설을 읽는 대상을 초등학생이라고 가정하고 생각한다면 딱 적정선을 잘 지킨 소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과하지도 않고 지나치게 자극적이지 않은 선에서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할뿐더러 이야기의 텐션을 적절히 잘 조절했다는 생각입니다. 그만큼 아이들이 좋아할만 하면서도 지나치게 복잡하지 않는 익숙한 플롯을 잘 활용했습니다.
또 하나 이 소설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앤드류 탄의 삽화입니다. 이렇게 말하니 제가 앤드류 탄을 마치 잘 아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만, 당연히 초면인 분입니다. 뭔가 상을 막 받으셨다니 괜히 그림이 더 고급 져 보이는 그런 효과가 있군요. 인간의 간사함이란 이런 데서 드러나는 것이지요. 그러거나 말거나 붓그림 형식의 삽화가 동글동글하니 아이들이 친근하게 느끼기 딱 좋은 그림들이 좋았습니다. 이 소설의 느낌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큰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론 아이들이 이 소설을 통해 장르소설을 접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처럼 나이 들어서 어릴 때 왜 수많은 고전 소설들을 미리 읽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를 하게 하고 싶지 않네요. 독서는 재미있는 행위입니다. 공부나 의무감으로 읽는 독서 외에 즐거움을 위해 독서를 선택하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