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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나의 커다란 고민

내 남은 인생을 현명하게 잘 살아나갈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by JJia


시간은 빠르게 흘러 벌써 설날 연휴가 되었다. 명절이면 가족들이 모여 북적거리는 장면이 대부분의 집의 풍경이겠지만 우리 집은 그렇지 않다. 연락하고 지내는 친척들이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나와 내 동생마저 혼기를 다 놓챠 미혼이기 때문에 집안 분위기가 다른 집보다 적막하다.


그래서 요즘의 나에게 커다란 고민이 생겼는데, ‘과연 내가 미혼으로 남은 인생을 잘 살아나갈 수 있는가’라는 고민이다. 하지만 더 이런 고민을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거기에다 내가 환자라는 점이다. 그것도 ‘암’ 진단을 받은 환자. 이 조합은 어떻게 보면 최악의 조합이지만 이성을 가지고 이리저리 앞으로 혼자 살아나갈 궁리를 해보지만 아직까지 딱히 생각나는 좋은 해결방법이 없다.


명절이나 다른 특별한 날에도 우리 집은 평소랑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암 진단을 받으면서 더 어두워진 집안 분위기는 회복 불가능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달력에 공휴일이 있으면 좋은 게 아니라 그냥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 가족들이 모이는 명절 같은 날에는 왠지 지금 나의 상황이 더 안 좋게 느껴지는 기분이다. 나는 정말 미혼으로 남은 인생을 현명하게 살아나갈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은 친한 친구에게도 아직 털어놓지 못한 나 자신의 큰 고민이 되어버렸다.


예전에 어느 추석날, 보름달을 보면서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을 나는 믿기 때문에 항상 매년 추석 때면 달을 보면서 소원을 빌곤 했다. 하지만 그 소원들은 이루어진 적이 하나도 없어서 그 이후로 나는 그런 말들을 안 믿은 것 같다. 하지만, 이번만은 그런 말이 이루어지기를 나는 믿고 싶다. 나이를 많이 먹은 미혼의 여성 환자의 입장이긴 하지만 앞으로 얼마나 남았을지도 모르는 나의 남은 인생을 현명하게 살아나갈 수 있게 해달라고. 이번만큼은 추석의 보름달을 보면서, 아니면 신이 만약에 있다면 이번 내 소원만큼은 들어달라고 절실하게 기도하고 싶다. 앞으로의 나의 인생을 현명하게 잘 살아나갈 수 있게 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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