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내 경조사에 오는 사람도 거의 없을 것 같다
암 진단을 받으면서 나의 인간관계는 점점 단순해지기 시작했다. 원래도 막 밖에 돌아다니는 성격이 아니어서 그나마 알고 지내던 동생들이나 몇 안 되는 친구들의 수도 점점 손에 꼽을 정도가 되어갔다. 몇 안 되는 친구들도 한두 명씩 결혼을 하면서 저절로 연락이 끊겼다. 그중의 대부분은 내가 “암밍아웃”을 안 한 사람들이다. 항암치료 때문에 몸 컨디션이 안 좋을 때면 오래간만에 잡은 약속에 못 나가는 횟수가 점점 늘면서 서서히 서로 연락하는 빈도가 줄어들다가 결국 연락이 끊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는 정말 친한 친구가 아니면 “암밍아웃”을 안 했다. 항암 치료를 하면서 탈모도 오고 예전과 비교해도 급속도로 변해가는 내 모습에 나도 적응이 안 되는데, 그들에게 이 모든 것을 얘기할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나의 인간관계는 많이 단출해져 버렸다. 안 그래도 친구가 많지 않았는데 나이를 점점 먹어가면서 주변 친구들은 하나둘씩 결혼하고, 아기를 낳고, 육아하느라 이미 나와는 다른 길을 걸으면서 점점 자연스레 연락이 끊겼다. 이제는 연락하고 지내는 친구가 몇 명밖에 없다. 나도 평범하게 살았다면 저들처럼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고, 육아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의도치 않게 엄마, 아빠한테 불효를 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어서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특히 엄마랑 친한 지인들이 몇 분 계시는데, 엄마한테 나의 결혼 얘기를 한동안 물어보시다가 이제는 말도 안 꺼내신다고 한다.
치료받느라 몸 컨디션의 기복이 너무 심해서 힘들었던 시간들이 좀 지나고 정신을 차리니까 나는 나이만 많이 먹은, 게다가 병까지 얻은 미혼 여자일 뿐이다. 20대 때는 지금 내 나이면 인생의 큰 일들을 대부분 끝내고 안정적일 줄 알았는데 지금 내 현실은 전혀 다르다. 나는 여전히 방황하고 있고, 어쩌면 20대 때보다도 더, 뭐 하나 이룬 것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정말 요즘 들어 “인생은 정말 내 마음같이 되지 않는다”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