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서서 이어나갈 엄두가 나지 않아
장거리 마라톤을 하다가 장애물에 걸려 넘어졌다고 해서 계속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하지만 나의 지금 상황은 넘어지고 나서 다시 일어나서 인생의 마라톤을 이어서 시작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 그 이유는 마라톤을 다시 시작하기 전에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보는데 뭔가 잘 안 되는 느낌이 들어서 다시 마라톤을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는 느낌이다. 그래서 넘어진 김에 주구장창 계속 그 자리에서 쉬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쉬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내 남은 인생의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해서도 다시 일어나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점점 나이를 먹어가면서 이제 나는 나 혼자 남았을 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현실적인 문제에 점점 직면하는 느낌이다. 부모님도 언제까지나 내 옆에 같이 있는 것이 아니고 인생의 동반자인 배우자도 없이 어떻게 혼자 살아나가야 하는지 점점 고민이 깊어지는 요즘이다.
그렇다고 내가 혼자 살 만큼 성격이 강하고, 무엇인가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어도 금방 털어내 버리는 성격인가? 절대 아니다. 나는 나의 이런 성격을 알기 때문에 혼자 잘 사는 것에 자신이 없다. 그래서 지금 나를 케어해 주시는 엄마와 둘이 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종종 싸우는 횟수가 많아지는데, 그럴 때마다 엄마는 “너는 나 없이 도대체 어떻게 살려고 그러냐”라고 하시는 적이 많다. 사실 엄마가 그럴 때마다 나는 반박할 답이 없다. 나 자신도 그런 걱정이 드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정말 고민이 생겼다. 내 저 깊은 마음속에 가라앉아 있는 두려움이 시도 때도 없이 수면 위로 떠올라 나를 괴롭힌다. ‘너 진짜 혼자 남으면 어떻게 살려고 그래?‘라는 두려움 섞인 의문이 점점 나의 현실적인 고민이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예전에 항상 밝게만 보였던 연예인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을 때 그 사람의 엄마도 같이 하늘로 갔다는 기사를 봤을 때, 정말 그 엄마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왠지 공감이 가는 느낌이었다. 그 엄마가 지금의 나의 입장 같이 느껴졌다. 정말 바보 같게도 나는 암환자가 된 뒤로 혼자 살 자신이 없어졌다. 하지만, 또 가만히 생각하면 내가 암에 안 걸렸어도 나는 혼자 살 수 있을까? 적어도 내가 병이 없었으면, 배우자를 만나 둘이 살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미혼으로 혼자 사는 것도 내 인생의 선택지 중에 있었을까? ‘혼자서도 남한테 의지하지 않고 잘 살 수 있어야, 누구랑 같이 살아도 잘 살 수 있다 ‘는 말이 있는데 그 말에 정말 공감한다. 그렇다면 내가 독립적인 인간인가 질문을 던졌을 때 나는 그렇지 않다. 아니, 오히려 나는 완전히 그 반대 유형의 인간인 것 같다. 이럴 줄 알았으면 빨리 독립을 할 준비라도 했어야 했다는 후회도 된다. 나는 정말 내 나이가 30~40대쯤 되었을 때는 혼자여도 잘 살 살 수 있고, 멋있는 커리어 우먼이 되어 있을 거라는 망상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나는 정말 옆에 누군가가 있어야 하고, 혼자 살아나갈 자신도 없는, 미혼이고, 심지어 ‘암’에 걸려서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이다. 정말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헛웃음밖에 안 나오는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 이렇게 내 모든 일상을 멈추고 인생의 마라톤에서 넘어진 그 자리에서 계속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다. 왜냐면 시간은 계속 지나가니까. 그 외면하고 싶은 현실에 언젠가는 직면해야 되는 순간이 찾아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