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눈물상자'
아이는 눈물단지라고 불렸다.
연둣빛 잎사귀의 생명과 거미줄에 감긴 죽음, 그 사이의 피리소리와 벽에 드리워진 그림자들을 보며 아이는 눈물을 흘렸다.
아이의 눈에 늘 맺혀 있는 맑은 눈물은 이마에 스치는 바람에도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런 아이를 엄마는 걱정했고, 아빠는 화를 냈다.
동네 아이들은 울보라고 놀렸다.
아이의 눈물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만이 아이의 눈물을 특별하다고 했고, 평생 울어본 적이 없는 하얀 할아버지만이 아이를 부러워했다.
아이는 왜 검은 옷을 입은 아저씨 앞에서 눈물을 흘리지 못했을까?
아저씨는 20년에 걸쳐 수많은 눈물을 모았는데, 순수한 눈물만은 찾지 못했다.
같이 가자는 듯한 새의 몸짓으로 아이의 여정이 시작된다.
밝은 곳에서 웃음을 터트리는 가족을 뒤로하고 어둠 속에서 기다리는 검은 아저씨와 파란 새에게 돌아간다.
길을 떠나 처음 아이는 막막한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곧 깊은 슬픔에서 연유하는 눈물이 고인다.
간 밤에는 커다라 진 파란 새가 우는 꿈을 꾼다.
파르스름한 새벽에 소리 없이 춤추는 새를 보고, 아저씨가 뿌려주는 반짝이 가루로 설레이고 웃는다.
그러면서 생생한 세상의 리듬과 빛의 즐거움을 알게 된다.
모든 것을 씻으며 흙탕물로 내려가는 비와 무섭게 일렁이는 그림자도 만난다.
검은 옷을 입고 눈물을 등에 진 남자와 울지 못하는 새.
그들과 함께 아이는 다채로운 감정을 경험한다.
그랬기 때문에 아이는 할아버지를 안아줄 수 있었을까?
그림자만 울고 있는 아저씨는 검은 옷을 입었고, 그림자의 눈물마저 말라버린 할아버지는 하얀 옷을 입었다.
하얀 할아버지는 모든 것을 울고 난 뒤, 그림자의 눈에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만난다.
그는 두 살 아기 때 죽음이 뭔지도 모른 채 누워서 가만가만 눈물을 흘렸다.
그날 그림자의 눈물샘이 말랐다.
깊은 슬픔을 마침내 끌어안은 순간에 모든 것이 아프고 모든 것이 뜨거운 속에서 모든 것이 생생해진다.
할아버지는 모든 것을 울고 모든 것을 만난 뒤 옛 꿈이었던 피리를 분다.
그리고 떠난다. 그의 여정은 이제 시작되는가 보다.
아이는 이제 눈물을 참을 줄 알게 된다.
숨겨진 눈물이 가슴 가운데에서 점점 진해지고 단단해지는 것을 느낀다.
눈물을 참을 때 그림자만 운다는데 그림자의 눈물샘마저 말라버렸다는 것은
얼마나 큰 슬픔이고 얼마나 큰 억압일까.
그림자와 함께 울 수 있기를 바라며 모아가는 수많은 눈물을 등에 진 남자는
순수한 눈물을 만나는 날 울 수 있을까.
세상의 모든 눈물이 태어나기 전의 눈물, 세상의 모든 눈물이 죽은 뒤의 눈물을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그림자의 눈물과 함께 하는 그의 여정은 아마 멈추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