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커피 여정
아무래도 나는 커피를 좋아하나 보다.
녹차 맛도 아메리카노의 맛도 모르던 시절,
단지 집에 커피 향이 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작은 에스프레소 머신을 들여왔다.
그라인더, 에스프레소 잔, 탬퍼, 스팀피쳐 등의 잔식구들이 딸려왔다.
곧 스페셜티 커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핸드드립 용품들이 줄지어 들어왔다.
여러 종류의 원두를 핸드드립으로, 머신으로 추출하여 마시는 것이 한때 작은 즐거움이었다.
그 시절엔 산미가 풍부한 예가체프가 좋았다.
나름 요란했던 커피 생활은 이제 모카포트로 미니멀해졌고
다크하고 묵직한 맛이 좋아졌다.
'커피 향'에서 시작된 나의 커피 여정은 이제 로스팅에 닿았다.
오래전부터 막연히 해보고 싶었는데
홈로스팅은 연기와 체프(원두껍질)가 날린다고 하여 멀리 두었었다.
때마침 원두가 떨어졌고, '로스팅을 해봐야겠다'는 묵혀둔 생각이 떠올랐다.
몇 개의 관련 포스팅을 찾아본 후 바로, 단순하게 시작했다.
묵직한 바디감과 오묘한 과일향이 특징이라는 케냐 AA를 생두로 주문했다.
사용하던 팬에 소량의 생두를 넣고 콩 볶듯이 볶았다.
1차 크랙, 2차 크랙 어쩌고 하는 말들을 보았지만
그냥 익숙했던 원두의 색이 나올 때까지 볶아주었다.
'타닥'거리는 소리에 놀라기도 했다.
그러나 우려했던 많은 연기도 곤란할 정도로 체프가 날리는 일도 없었다.
홈로스팅은 소량으로 하면 되는 거였다.
남에게서 들은 말, 혹은 머리 안에서 맴도는 생각은 실제의 경험과는 많이 다르다.
참, 내가 로스팅을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은 우연히 보았던 영상 덕분이다.
시골의 어느 할머니께서 가마솥 같은 것에 원두를 볶으시고 핸드 그라인더로 바로 갈아 드시는 모습이 포근하고 멋졌다.
무엇보다 가마솥에서 볶아진 원두로 갓 내린 커피가 매우 향기롭게 느껴졌다.
작은 취향으로 사람은 격이 달라 보일 수 있다.
물론 달라 보이는 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좀 전에, 로스팅해 놓은 원두를 갈아 모카포트로 추출하면서 커피 탄생의 순간도 지켜보았다.
나만의 사랑스러운 커피로 시작된 하루가, 행복에 겨워 못내 이렇게 글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