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었던 왼손이 깨어날 때

한강 '왼손'

by Rumina


‘왼손은 제외되어 있다.’는 오쇼의 말이 생각났다.

그 말을 알게 된 후 왼손을 써보려 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왼손은 다시 잠들었다.


잠이 얇아져 꿈과 현실의 경계가 허물어졌기에 왼손은 등장할 수 있었을까?

그는 잠에서 깨어 강렬한 불빛을 만난다. 오래 배설한다.

그리고 상처를 만난다.

상처를 어루만지고 있는 왼손을 만난다.


몇 번이고 내 빰을 만져봤지만

뺨을 만지는 왼손의 감각과 왼손을 느끼는 뺨의 감각을 분리해서 느낄 수 없었다.

구분해서 느끼고자 하니 감각이 점점 생소해졌다.

당연하고 평범한 감각을 낯설게 경험한 순간이었다.


왼손은 마치 이제 태어난 아이 같다.

거리낌 없이 상처를 만진다. 듣기 싫은 말에 귀를 막고 입을 막는다.

실망한 남자의 손을 잡아주고, 동료의 머리를 쓸어준다.

좋아하는 여자의 품을 파고든다.

반짝이는 동전을 소중히 여기고, 햇빛과 잎사귀에 스며든다.


오른손으로 움켜 잡지 않았다면 괴상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체중이 마르고 말 수가 줄었음에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주변인들과

깊게 잠들 수 없는 일상을 가졌으면서도 그것에 균열을 낸다고 왼손을 그토록 적대시한다.


새우 싸움에 고래 등 터진 듯

왼손과 오른손의 싸움에 심장이 찔렸다.

그가 끝까지 포함하지 못했던 왼손

마지막까지 그를 어루만져 준 것은 왼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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