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 딸1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한 라이선스를 지니고 있다. 최근 양쪽 고관절을 인공으로 치환한 딸 1의 라이선스는 6급의 장애인 증이다.
김 여사는 스물셋 겨울, 여섯 살 연상의 첫 키스 한 남자와 결혼했다. 그녀는 열열한 연애로 앞 뒤분간 못하는 인간이 되어 보긴 처음이었다. 도파민의 분비가 충만한 불가사의한 몸은 혼전임신을 경험케 했고 여성 인권이 바닥이었던 시절 수치심이 극한대로 치고 올랐다.
불행히도 자연유산으로 그 아이는 생을 마감했다.
김 여사는 서둘러 첫 키스 한 남자와 결혼했고 그 후 5년 동안 새 생명에 대한 소식이 없었다. 도파민의 문제였을까? 사방팔방의 새 생명을 갈망한 김 여사 노력은 허사였다. 막 연구를 성공적으로 마친 시험관 아기를 만들까 할 찰나 딸 1이 그녀의 궁으로 입성했다.
3.78kg, 52cm 건장한 딸 1이 전 우주의 별들을 거쳐 지구촌으로 왔다. 김 여사 마음은 '기쁘다'였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 그 마음이었다. 첫 키스의 기술로 결혼에 골인한 김 여사 남편은 직장에 브라보콘을 돌렸다.
김여사의 딸 1이 첫 돌을 지나 두 돌을 향해 갈 무렵예기치 않은 일은 음흉하게 너부러져왔다.
딸 1은 성장판과 뼈 관절에 이상이 있어 어린 시절 키 늘리기와 다리 교정의 큰 수술을 두 번 경험했다. 효과를 묻는다면 품었던 희망만큼은 아니다.다행히 딸 1은 직립보행과 운전도 가능한 일상을 살고 있다. 작은 키에 어울리는 작은 차 엑세레이터에 오른발이 닿는 행운은 기적이었다. 무릎관절의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김여사 딸 1은 불안한 미래로 지금의 즐거움들을 흘려보내지 않는다. 누구나 미래는 막역하고 불안덩어리로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김 여사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뿐이었다. 그리고 음흉하게 찾아온 예기치 않은 일을 받아들이기였다.딸 1의 6급의 장애인 라이선스를 전적으로 수용하는 것, 김 여사 심연에 스멀스멀 올라오는 죄책감을 밀어내는 일, 김 여사 자신의 죄책감으로 딸 1을 과잉보호하는 걸 차단하는 일이었다.
김 여사는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에 미련을 두고 불안과 두려움으로 쫄보로 있는 것은 자신이 믿고 있는 신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생각했다.
김여사는 딸 1에게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온전한 사랑을 주기 위한 결연한 마음을 다잡고 또 다잡았다.
마음은 김 여사 마음이니 맘대로 마음을 다지는 일은 쉬웠지만 행동은 느리고 어려웠다.
김 여사의 딸 1은 따뜻하다. 정의로우며 명석하고 통찰력과 배려심이 뛰어나다. 억울한 감정이 올라올 때는 유난한 분노로 제어가 쉽지 않다. '그것이 알고 싶다' 프로그램 열렬 팬이다.
프로이트의 무의식은 '억울함'으로 딸 1의 심연에 살고 있다. 선택의 여지가 없이 가지고 태어난 6급의 라이선스는 딸 1의 무의식 속 '억울함'으로 해체 불가능한 둥지를 틀고 있다. 조그마한 억울함도 분노로 치솟아 올라온다. 분연(憤然)하다.
김여사의 딸 1은원치 않았던 라이선스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노력은 지금도 계속 중이다. 자극적인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아직 부자유함은 있으나, 당당하되 겸손함을 잃지 않게 반응하려 한다. 자극에 대한 반응의 선택은 자신의 몫이라는 걸 잊지 않고 있다.
김 여사 딸 1은 고등학교 시절 벌점의 여왕이었다. 교복 입기에 대한 학교 규정은 유난히 작은 키의 딸 1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기때문이다. 벌점에 아랑곳하지 않고 작은 키를 커 보이게 하고 싶은 딸 1의 의지는 결연했다.
어느 날 김 여사는 딸 1의 학교 호출을 받았다. 벌점 20점 이상인 딸 1에 대한 생활지도부의 경고조치 절차였다. 떡 바구니를 들고 학교를 찾은 김 여사는 'ooo의 엄마입니다'. '어머나 어서 오세요'담임교사의 쾌청한 목소리가 김 여사를 반갑게 맞이했다. 교사라는 같은 직업의 엄마가 궁금한 듯 , 6급 장애인 라이선스를 가진 엄마가 측은한 듯 몇몇 교사들이 김 여사 주위를 서성였다.
딸 1의 존재는 교과를 담당하지 않은 교사들에게도 각인되어 있었고 딸 1을 향한 교사들의 시선은 좋은 점 나쁜 점이 교집합으로 있었다. 딸 1에 대한 어설픈 칭찬과 우월감 어린 동정의 눈빛들이 교차했다. 김 여사는 '그러거나 말거나', '그러라고 그래' 주문을 걸었고 앞 송곳니를 드러내며 미소로 화답했다.
김 여사의 딸 1은항변한다. 유난히 작은 키를 커 보이게 하려는 노력을 획일화된 제복을 입혀놓고 같은 잣대로 벌점을 먹이는 거 자체가 불공정하다고. 여고 1학년쯤이면 한껏 멋을 내고 싶은 때이긴 하다. 김 여사는 딸 1의 당당한 항변 섞인 궤변 어린 변명을 귀에 담아 가슴으로 들었다.
이런 김 여사의 마음을 관통했을까? 담임교사는 딸 1의 교복의 길이, 양말색깔, 머리염색 관련 벌점 대한 말씀은 생략하셨다.하얀색 실내화에 그림을 그려 받은 벌점이 신박하다며 딸 1의 그림 소질이 돋보인다는 이야기만 하셨다.
딸 1의 학급은 반 아이들의 주문을 받아 그려 넣은 실내화그림으로 하얀 실내화들이 요란했다. 소란한 실내화가 반 아이들의 무더기 벌점이 되어 당신 학급을 벌점 최우수? 학급으로 만들었다며 웃으셨다.
참 좋은 학급에 넉넉한 품의 담임 선생님을 만난 딸 1은 초록의 강을 거슬러 헤엄치는 팔딱거리는 연어였다.
실내화 사건으로 김 여사 딸 1은 하고 싶은 것을 발견, 그림을 그리는 예술대학으로 진로를 결심했다.법조계를 운운하며 자신의 진로를 지정하는 아빠와 치열한 공방 끝에 조건부 합의를 끌어냈다.
딸 1은 아빠의 전적인 지지와 격려가 곁들인 인정을 원했기에외국어와 수학성적을 지금의 성적보다 1단계 올리는 아빠의 일방적 조건을 수락했다.
아빠의 조건을 충족시킨 딸 1은 드디어 고2학년 1학기부터 입시 미술학원을 랄랄 루루 다닌 후, 세계에서? 가장 큰 여자대학 조형예술대학에 입학했다. 자극적인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다 선언한 딸 1은 여자대학을 입학하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버티고 견디고 방황하느라 두 번의 휴학을 하고 6년 만에 졸업했다. 딸 1의 성큼 성장을 위한 가장 길고 어려운 여정이었다. 세상 밖에 아무렇지 않게 우뚝 서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을 딸 1에게 김 여사가 할 수 있는 건 적당한 거리에서 따끈한 시선으로 기다려주는 것이었다.
조형예술대학 디자인을 전공한 김 여사의 딸 1은 졸업 후 집 근처 N회사에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게 꿈이었다. 두 번의 도전은 두 번 모두 1차 포트폴리오 합격 뒤 면접에서 낙방했다.
김 여사 딸 1은 현실을 수용하는 게 빨랐고 즉시 프리랜서 타이틀을 달았다. 김 여사 남편의 100통의 이력서를 여기저기 내보라는 충고를 단호하게 거절, 프린랜서를 선포했다.
스므살이 넘어 성인이 되면서 김 여사 부부의 말은 참고로만 듣는 딸 1이 되었다.
여기저기 소소한 일들 - 창업하는 회사의 로고. 새로 개업하는 업종의 메뉴판, 간판디자인 등-을 디자인하며 김 여사 부부 등에 빨대는 꽂지 않고 있다. 최근 새로 시작한 영상 편집일로 수입이 늘었는지집으로딸 1의 택배들이 날아다닌다.
김 여사의 하늘을 찌르고 남았을 교만은 딸 1의 6급의 장애인 라이선스로 순화되어 비워지고 있다.
인생에서 좋은 일이 꼭 좋은 일만도 아니고 나쁜 일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닌걸 깨달은 김여사는 지금도 거듭나고 있다.
김 여사 의 딸 1은 지금 독립을 꿈꾸고 있다. 여전한 맘으로 김여사는 딸 1의 꿈을 응원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