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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춘희 May 28. 2023

6급 라이선스(license)

가족

 김 여사 딸 1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한 라이선스를 지니고 있다. 최근 양쪽 고관절을 인공으로 치환한 딸 1의 라이선스는 6급의 장애인 증이다.

 

김 여사는 스물셋 겨울, 여섯 살 연상의 첫 키스 한 남자와 결혼했다. 그녀는 열열한 연애로 앞 뒤분간 못하는 인간이 되어 보긴 처음이었다. 도파민의 분비가 충만한 불가사의한 몸은 혼전임신을 경험케 했고  여성 인권이 바닥이었던 시절  수치심이 극한대로 치고 올랐다.

불행히도 자연유산으로 그 아이는 생을 마감했다.


김 여사는 서둘러 첫 키스 한  남자와 결혼했고 그 후 5년 동안 새 생명에 대한 소식이 없었다. 도파민의 문제였을까? 사방팔방의 새 생명을 갈망한 김 여사 노력은 허사였다. 막 연구를 성공적으로 마친 시험관 아기를 만들까 할 찰나 딸 1이 그녀의 궁으로 입성했다.  


3.78kg, 52cm 건장한 딸 1이 전 우주의 별들을 거쳐 지구촌으로 왔다. 김 여사 마음은 '기쁘다'였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 그 마음이었다. 첫 키스의 기술로 결혼에 골인한 김 여사 남편은 직장에 브라보콘을 돌렸다.


 김여사의 딸 1이  첫 돌을 지나 두 돌을 향해 갈 무렵 예기치 않은 일은 음흉하게 너부러져 왔다.


딸 1은 성장판과 관절에 이상이 있어 어린 시절 키 늘리기와  다리 교정의 큰 수술을 두 번 경험했다. 효과를 묻는다면 품었던 희망만큼은 아니다. 다행히 딸 1은 직립보행과 운전도 가능한 일상을 살고 있다. 작은 키에 어울리는 작은 차 엑세레이터에 오른발이 닿는 행운은 기적이었다. 무릎관절의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김여사 딸 1은  불안한 미래로 지금의 즐거움들을 흘려보내지 않는다.  누구나 미래는 막역하고 불안덩어리로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김 여사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뿐이었다. 그리고  음흉하게 찾아온 예기치 않은 일을 받아들이기였다. 딸 1의  6급의 장애인 라이선스를 전적으로 수용하는 것,  김 여사 심연에 스멀스멀 올라오는 죄책감을 밀어내는 일, 김 여사 자신의  죄책감으로 딸 1을 과잉보호하는 걸 차단하는 일이었다.  


김 여사는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에 미련을 두고 불안과 두려움으로 쫄보로 있는 것은 자신이 믿고 있는 신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생각했다.


김여사는 딸 1에게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온전한 사랑을 주기 위한 결연한 마음을 다잡고 또 다잡았다.


마음은 김 여사 마음이니 맘대로  마음을 다지는 일은 쉬웠지만 행동은 느리고 어려웠다.


김 여사의 딸 1은 따뜻하다. 정의로우며  명석하고  통찰력과 배려심이 뛰어나다. 억울한 감정이 올라올 때는 유난한 분노로  제어가 쉽지 않다.  '그것이 알고 싶다' 프로그램  열렬 팬이다.


프로이트의 무의식은 '억울함'으로 딸 1의 심연에 살고 있다. 선택의 여지가 없이 가지고 태어난 6급의 라이선스는 딸 1의 무의식 속 '억울함'으로 해체 불가능한 둥지를 틀고 있다. 조그마한 억울함도 분노로 치솟아 올라온다. 분연(憤然)하다.


 김여사의 1은 원치 않았던 라이선스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노력은 지금도 계속 중이다. 자극적인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아직 부자유함은 있으나, 당당하되 겸손함을 잃지 않게 반응하려 한다. 자극에 대한 반응의 선택은 자신의 몫이라는 걸 잊지 않고 있다.


김 여사 딸 1은 고등학교 시절 벌점의 여왕이었다. 교복 입기에 대한 학교 규정은 유난히 작은 키의 딸 1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벌점에 아랑곳하지 않고 작은 키를  커 보이게  하고 싶은 딸 1의 의지는 결연했다.


어느 날 김 여사는 딸 1의 학교 호출을 받았다.  벌점 20점 이상인 딸 1에 대한 생활지도부의 경고조치 절차였다. 떡 바구니를 들고 학교를 찾은 김 여사는 'ooo의 엄마입니다'.   '어머나 어서 오세요'  담임교사의 쾌청한 목소리가  김 여사를 반갑게 맞이했다. 교사라는 같은 직업의  엄마가 궁금한 듯 , 6급 장애인 라이선스를 가진   엄마가 측은한 듯 몇몇 교사들이 김 여사 주위를 서성였다.


딸 1의 존재는 교과를 담당하지 않은 교사들에게도 각인되어 있었고 딸 1을 향한 교사들의 시선은 좋은 점 나쁜 점이 교집합으로 있었다. 딸 1에 대한 어설픈 칭찬과 우월감 어린 동정의 눈빛들 교차했다. 김 여사는  '그러거나 말거나', '그러라고 그래' 주문을 걸었고 앞 송곳니를 드러내며 미소로 화답했다.


여사의 딸 1은 항변한다. 유난히  작은  키를 커 보이게 하려는 노력을 획일화된 제복을 입혀놓고 같은 잣대로 벌점을 먹이는 거 자체가 불공정하다고. 여고 1학년쯤이면 한껏 멋을 내고 싶은 때이긴 하다. 김  여사는 딸 1의 당당한  항변 섞인 궤변 어린 변명을 귀에 담아 가슴으로 들었다.


이런 김 여사의 마음을 관통했을까? 담임교사는 딸 1의 교복의 길이, 양말색깔, 머리염색 관련 벌점 대한 말씀은 생략하셨다. 얀색  실내화에 그림을 그려 받은 벌점이 신박하다며 딸 1의 그림 소질이 돋보인다는 이야기만 하셨다.


딸 1의 학급은  아이들의 주문을 받아 그려 넣은 실내화 그림으로 하얀 실내화들이 요란했다. 소란한 실내화가 반 아이들의 무더기 벌점이 되어 당신 학급을 벌점 최우수? 학급으로 만들었다며 웃으셨다.


참 좋은  학급에 넉넉한 품의 담임 선생님을 만난 딸 1은 초록의 강을 거슬러 헤엄치는 팔딱거리는 연어였다.


실내화 사건으로 김 여사 딸 1은 하고 싶은 것을 발견, 그림을 그리는 예술대학으로 진로를 결심했다.  법조계를 운운하며 자신의 진로를 지정하는 아빠와 치열한 공방 끝에 조건부 합의를 끌어냈다.


딸 1은 아빠의 전적인 지지와 격려가 곁들인 인정을 원했기에  국어와 수학성적을 지금의 성적보다 1단계 올리는 아빠의 일방적 조건을 수락했다.


아빠의 조건을 충족시킨 딸 1은 드디어  고2학년 1학기부터 입시 미술학원을 랄랄 루루 다닌 후,  세계에서? 가장 큰 여자대학 조형예술대학에 입학했다. 자극적인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다 선언한 딸 1은 여자대학을 입학하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버티고 견디고 방황하느라 두 번의 휴학을 하고 6년 만에 졸업했다. 딸 1의 성큼 성장을 위한 가장 길고 어려운 정이었다. 세상 밖에 아무렇지 않게 우뚝 서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을 딸 1에게 김 여사가 할 수 있는 건 적당한 거리에서 따끈한 시선으로 기다려주는 것이었다.


조형예술대학 디자인을 전공한 김 여사의 딸 1은 졸업 후 집 근처 N회사에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게 꿈이었다.  두 번의 도전은  두 번 모두 1차 포트폴리오 합격 뒤 면접에서 낙방했다.  


김 여사 딸 1은 현실을 수용하는 게 빨랐고 즉시 프리랜서 타이틀을 달았다. 김 여사 남편의 100통의 이력서를 여기저기 내보라는 충고를 단호하게 거절, 프린랜서를 선포했다.


 스므살이 넘어 성인이 되면서 김 여사 부부의 말은 참고로만 듣는 딸 1이 되었다.


여기저기 소소한 일들 - 창업하는 회사의 로고. 새로 개업하는 업종의 메뉴판, 간판디자인 등-을 디자인하며  김 여사 부부 등에 빨대는 꽂지 않고 있다.  최근 새로 시작한 영상 편집일로 수입이 늘었는지 집으로 딸 1의 택배들이 날아다닌다.


김 여사의 하늘을 찌르고 남았을 교만은 딸 1의 6급의 장애인 라이선스로  순화되어 비워지고 있다. 

인생에서 좋은 일이 꼭 좋은 일만도 아니고 나쁜 일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닌걸 깨달은 김여사는 지금도 거듭나고 있다.


김 여사 의 딸 1은   지금 독립을  꿈꾸고 있다. 여전한 맘으로  김여사는 딸 1의 꿈을  응원 중이다.



  

   수채화. 15호  제목. Shine-Dream-S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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